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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장거리 미사일 공격 이어가는 우크라이나 美 에이태큼스 이어 英 스톰섀도도 발사 러시아, 핵 교리 개정하며 확전 가능성 시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쿠주의 군사 목표물에 영국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를 발사했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추며 보복을 시사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재차 미사일 공격
20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공군은 쿠르스크 점령지 주변 러시아군 목표물을 겨냥해 스톰섀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스톰섀도 미사일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군사 블로거를 인용해 이날 북한군이 파병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마리노 마을에서 스톰섀도 미사일의 파편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스톰섀도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 내 목표물을 공격하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존 힐리 영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다른 언급은 삼간 채 "전장에서 우크라이나의 행동이 그 자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스톰섀도(프랑스명 스칼프)는 공대지 순항 미사일로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수출형 다운그레이드 버전도 사정거리가 250㎞에 달한다.
미국도 '미사일 제한 해제'
앞서 미국 역시 지난 17일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탄도미사일의 사용 제한을 해제한 바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9일 미국에서 지원받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 공격을 단행했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오전 3시 25분 적군(우크라이나군)이 에이태큼스(ATACMS) 6발로 러시아 서부 국경 지대인 브랸스크의 군사 시설을 공격했다"며 "6발 중 5발은 요격하고 나머지 1발은 손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미사일 잔해가 군사 시설에 떨어졌지만, 작은 화재가 있었을 뿐 인명 및 물적 피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도 군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에이태큼스 미사일로 러시아 브랸스크 카라체프에 있는 군사 시설을 공격했다고 확인했다. 카라체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30㎞ 떨어진 곳이다. 이 소식통은 "우리는 처음으로 에이태큼스를 사용해 러시아 영토를 공격했고, 브랸스크 군 시설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전했다.
에이태큼스 발사한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자체 생산한 장거리 무인기(드론) 등은 물론 에이태큼스도 보유 중이고, 이 모든 것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우크라이나가 현재 보유 중인 에이태큼스를 50기 정도로 추정했다.
핵 공격 문턱 낮춘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이 본격화하자, 러시아는 '핵무기' 카드를 꺼내 들며 확전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19일 러시아 타스 통신 등은 푸틴 대통령이 ‘핵 억제력 분야의 국가정책 기초’라는 이름의 핵 교리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새 핵 교리는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할 시 이를 ‘연합 공격’으로 간주해 대응할 수 있으며, 여타 국가가 러시아 영토와 동맹인 벨라루스를 항공기와 미사일 등으로 대규모 공격할 경우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문턱이 낮아진 셈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핵 교리 개정과 관련해 “최근 국제 정세, 국경 주변의 긴장 고조,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핵 강대국, 나토 군사 인프라가 우리 국경에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을 고려할 때 우리의 핵 교리와 핵 억제 정책을 모두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과 핵 교리 개정이 무관치 않음을 시사한 셈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미사일 공격도 지속하고 있다. 18일 우크라이나 응급당국은 텔레그램을 통한 성명에서 러시아 군의 미사일 1발이 지난 17일 수미시의 주거용 건물을 타격, 최소 11명이 숨지고 89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수미 지방 검찰은 사상자 외에 아파트 90채와 자동차 28대, 교육기관 2곳, 건물 13채가 손상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해당 공습에 ‘이스칸데르-M’ 탄도미사일 2발과 kh-59 유도미사일 1발을 사용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