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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증 힘든 리딩방 피해, 투자 사실만 증명하면 손해배상 청구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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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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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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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BA ‘30억 클럽’ 사건 원심판결 파기
유죄 인정 리딩방 평균 추징액 1.6%
해외 리딩방 성행, 범죄수익 동결·환수 어려워

앞으로 유사 투자 자문 업체, 일명 ‘리딩방’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더 쉽게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리딩방 운영진의 주가조작 기간 중 해당 주식에 투자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다. 그간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손해배상 청구를 망설이던 투자자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해외 리딩방 등 규제의 맹점을 이용한 불법 행위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시장 변화 인한 간접적 영향도 배상 대상에 포함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 14일 리딩방을 운영했던 LBA경제연구소(이하 LBA)를 상대로 투자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행위와 관련한 투자자들의 손해 입증이 있어야만 배상이 가능하다는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와 원고들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그 증명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지적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앞서 LBA는 ‘30억 클럽’이라는 이름의 리딩방을 운영하며 600여 회원을 대상으로 케이디씨 주식 매수를 추천했다. 이 과정에서 LBA는 케이디씨 경영진의 측근인 것처럼 꾸며 “기업 경영에 참여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관리하겠다” 등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 또 케이디씨 주식의 유통 물량이 많지 않은 만큼 주식 매입 후 물량을 풀지 않으면 주가가 무조건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하지만 정작 LBA 운영진이 보유한 케이디씨 주식은 투자자들의 매입 당시 처분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2심 재판부는 LBA 측 복합 부정행위와 피해자들의 주식 매수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입증을 요구했고, 입증이 어려울 경우 손해배상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금융감독원 또한 입증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며 “리딩방 주가조작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 손해배상 청구도 쉽지 않다”며 “신속한 적발 및 조치와 피해자 구제가 어려워 피해 예방을 위한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례를 통해 리딩방 주가조작 피해자들의 포괄적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졌다. 대법원이 “주가조작 행위가 벌어지는 기간에 주식을 매수한 사실을 입증하면 되고, 개별 주가조작 행위와의 관계를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한 덕분이다. 아울러 주가조작 행위와 직접 인과관계가 있는 일들은 물론, 시장이 움직여 간접적 영향을 끼친 일까지 배상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시장 참여자 및 전문가 사이에선 주식시장 내 만연한 각종 불법행위를 제재하는 수단이 마련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리딩방 주가조작 피해자들이 포괄적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게 하는 판결을 내려준 덕에 향후 피해 구제가 원활해지는 것은 물론, 주가조작 세력의 부정행위 유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피해 복구 가입비·수수료 수준에 그쳐

리딩방 사기는 점점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피해 규모 역시 커져 가는 추세다. 경찰청에 접수된 리딩방 사기 신고는 지난해 4분기 1,452건에서 올해 1분기 1,783건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피해 규모 역시 1,266억원에서 1,704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하루에 18건씩, 1건당 9,200만원에 달하는 피해 신고가 접수된 셈이다.

이들 리딩방 대부분은 투자 자문업 등록을 하지 않은 유사 투자 자문 업체다. 우리 법은 이들과의 투자 자문 계약을 대개 불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법원은 ‘손실을 일부 보전해 줄 것을 사전에 약속하는 행위 내지 일정한 이익을 보장할 것을 사전에 약속하는 행위’와 관련한 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다. 주식 정보를 제공하는 계약이나 이와 관련한 회원 가입 계약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이미 지급한 가입비나 수수료 등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투자 손실액에 대한 피해 복구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수없이 많은 탓에 급락의 원인을 리딩방 운영진의 매도로만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1심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된 리딩방 사건 총 43건 중 재판부의 추징 명령이 떨어진 건 4건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들 4건의 평균 추징액도 범죄 피해액의 1.6%에 그쳤다. 사실상 모든 사건에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복구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해외 주식 매수 권유 사례도 급증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해외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규제 맹점을 이용한 불법 리딩방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에서 자신을 블랙록 등 해외 유명 자산운용사 직원이나 오펜하이머, 피터 린치, 얀 하치우스 등 해외 유명 투자 전문가라고 속여 특정 해외 주식 매수를 권유하는 식이다. 이들은 상장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소형 종목을 중심으로 추천하고, 주가가 오른 틈을 타 자신들의 보유 주식을 팔고 떠난다.

일례로 지난 5월에는 나스닥시장에서 싱가포르계 원격의료 기업 모바일헬스네트워크솔루션(MNDR) 주가 급락 사태가 벌어졌고, 올 4월에는 공모가 4달러로 나스닥 시장에 입성한 MNDR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공모가의 580% 수준인 23.27달러까지 치솟았다. 5월 2일 22.07달러로 장을 마친 MNDR의 주가는 바로 다음 날 3.39달러까지 떨어졌다. 약 85%에 달하는 추락이다.

시장에서는 MNDR의 주가 급등락 배후로 한국 리딩방을 지목했다. 자신을 외국인 석학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투자자를 유인, 오픈 채팅방을 열고 “100%가량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추격 매수와 20달러 인근에서 지정가 주문을 권했단 것이다. 실제로 폭락 전 약 3주 동안 한국인 투자자들은 6,300만 달러(약 877억원) 규모의 MNDR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종목은 현재 공모가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29달러에 거래 중이다. MNDR 외에도 샹송인터내셔널홀딩(CHSN·87.8%), 메종솔루션스(MSS·83.6%) 등이 큰 폭의 하락세를 그리며 투자자들을 울렸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에 몰린 뒤 단기간 내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자 금융감독원도 실태 파악에 나섰다. 당초 금감원은 국내 상장 증권이 아닌 경우 시세조종을 했더라도 자본시장법 위반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법률 검토를 거쳐 해외 주식에서 부정 거래 행위로 국내 투자자가 피해를 입었다면 현행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해외 리딩방 피해 구제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리딩방 사기는 한국 국적이 아닌 자가 해외에서 저지르는 경우가 더 많다”며 “해외에서의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범죄수익 동결이나 환수도 어려워 처음부터 연루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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