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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산업생산·소매판매·설비투자 지표 줄줄이 부진 금리 인하 단행한 한은, 경제전망은 하향 조정 주요 글로벌 IB·증권사 등도 비관적 성장 전망 제시
10월 산업생산과 소비·투자 지표가 5개월 만에 동반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매판매가 감소하고 건설 한파가 지속되며 내수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는 양상이다. 주요 경기 지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함과 동시에 미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10월 산업 지표 '부진'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0으로 전달보다 0.3% 감소했다. 9월(0.3%)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전산업생산지수는 우리나라 경제 전체의 모든 산업을 대상으로 재화와 용역에 대한 생산 활동의 흐름과 변화를 월별지수로 나타낸 지표다.
산업별 생산 상황을 살펴보면 광공업 생산은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일부 공장 파업·화재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6.3%) 부문 생산이 감소했지만, 반도체(8.4%) 등의 생산이 늘며 이를 상쇄했다. 제조업 생산은 전달보다 0.4% 증가했고, 건설업 생산은 4.0% 감소하며 6개월 연속 줄었다. 건설업 생산이 6개월 이상 감소한 것은 2008년 1∼6월 이후 16년 4개월 만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1.4%), 숙박·음식점(-1.9%) 등에서 줄었지만 금융·보험(3.1%), 보건·사회복지(1.8%) 등에서 늘며 0.3% 증가했다. 재화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는 0.4% 감소하면서 전달(-0.5%)에 이어 두 달 연속 줄었다. 의복 등 준내구재(4.1%)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6%)의 경우 판매가 늘었지만, 가전제품 등 내구재(-5.8%)의 감소세가 뚜렷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5.4%) 등의 부진으로 전달보다 5.8% 줄었다. 올해 1월(-9.0%)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건설기성은 토목(-9.5%), 건축(-1.9%) 등에서 공사 실적이 줄면서 전달보다 4.0% 감소했다. 이로써 6개월 연속 감소세다. 건설수주는 건축(-22.9%) 부문의 부진으로 1년 전 대비 11.9% 줄어들었다.
한은, 2개월 연속 기준금리 인하
산업생산, 소매판매, 설비투자가 나란히 감소하며 내수 침체 상황이 본격화한 가운데, 한은은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0.25%p 낮은 3.00%로 조정하기로 했다. 한은이 연속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2008년 9월부터 2009년 2월까지(연 5.25→2%) 다섯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한 이래 처음이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물가상승률의 안정세와 가계부채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 압력이 증대되면서 금리를 추가 인하해 위험성을 완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경제상황 변화를 보아가며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히며 내년 1월 금통위에서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한편 한은은 같은 날 발표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8월 전망(2.4%) 대비 0.2%p 낮은 수준이다. 내년과 후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1.9%와 1.8%로 잠재성장률(2% 추산)을 밑도는 수준까지 하향 조정됐다. 잠재성장률은 인위적인 경기부양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경제성장률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내년 성장률을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는데, 1.9% 경제성장률 전망치에도 불확실성이 많아 내년 2월에 (다시 한번) 변경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韓 경제, 돌파구 안 보인다"
주요 기관들도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2024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 따르면 IMF한국 협의단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2.2%, 내년 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10월 전망 대비 각각 0.3%p, 0.2%p 하향 조정된 수치다. IMF 한국 협의단은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며, 위험은 하방 리스크가 더 높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 또한 한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집계에 따르면 주요 IB 8곳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치는 지난달 말 대비 0.1%p 낮은 2.0%로 확인됐다. 특히 바클레이스·씨티·JP모건·HSBC·노무라 등 5곳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도 1%대 성장 전망을 제시하고 나섰다. 최근 SG증권은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1%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오석태 S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증가율이 점차 둔화하는 가운데, 민간 소비와 투자가 반등해야 하지만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 추세로 간다면 월별 수출 증가율이 다시 0%에 수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소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안정화했는데도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고, 부진한 건설업을 중심으로 투자도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