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ICT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5G 기술 특허권 침해" 현재 中 레노버 소유, 美·中 패권 갈등이 판정에 영향 미쳤나 美 시장 점유율 점차 확대 중, 韓에서는 '점유율 0%' 굴욕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휴대폰 제조업체 모토로라의 특허 기술 침해 사실을 인정했다. 내년 4월까지 소니에릭슨 측과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모토로라는 ICT 제재에 따라 미국 역내에서 일부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모토로라가 중국 레노버 산하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 이번 ICT의 판정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산물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모토로라, 美 판매 중단되나
23일(이하 현지시각) IT 매체 톰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ITC는 일본 소니와 스웨덴 에릭슨이 합작한 스마트폰 제조업체 '소니에릭슨'이 모토로라를 상대로 제소한 ‘5G 기술 특허권 침해’ 사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 모토로라의 일부 제품이 소니에릭슨이 보유한 5G 기술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톰스가이드는 ITC의 판정 결과로 인해 플래그십 모델인 모토 엣지 시리즈, 보급형 모델인 모토 G 시리즈 등 모토로라의 주요 스마트폰 모델이 미국에서 판매 금지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통상적으로 ITC가 특허 침해 판정을 내리면 해당 제조 업체에는 수개월의 유예 기간이 부여되며, 유예 기간 동안 분쟁 업체 간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판매 금지 조치가 현실화하게 된다. 모토로라에 주어진 유예 기간은 내년 4월까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中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
시장 일각에서는 ITC의 이번 판정에 중국과 미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모토로라가 중국 IT 업체인 레노버 산하 브랜드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4년 레노버는 구글로부터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29억1,000만 달러(약 4조2,25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당시 관련 업계에서는 레노버가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미국, 유럽 시장 진입에 대한 '입장료'를 지불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레노버가 스마트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모토로라의 ‘브랜드 이미지’를 노렸다는 분석이었다. 실제 레노버는 현재까지도 다수의 국가에서 모토로라 브랜드를 활용해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다.
모토로라는 레노버 품에 안긴 이후 한동안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으나, 지난 2020년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 이후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빈자리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특유의 브랜드 정체성과 피처폰 시절 인기 제품을 재해석한 디자인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한 것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레노버의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24년 3분기 기준 14% 수준이다. 같은 기간 애플의 점유율은 53%,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3%였다.
한국 시장서는 '찬밥 신세'
다만 모토로라는 한국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시장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모토로라는 ‘레이저폰’의 선풍적인 인기를 앞세워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으나,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는 시기적절한 대응에 실패하며 2012년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모토로라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 뒤 국내 시장에 재진출했다.
문제는 국내 시장에서 모토로라의 브랜드 파워가 눈에 띄게 약화했다는 점이다. 모토로라의 첫 폴더블폰 ‘레이저 40 울트라’의 국내 판매량은 집계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일부 온라인 판매 채널에서는 기존 129만9,000원(256GB 기준) 수준인 판매 가격을 30만원가량 낮춰 판매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효과가 없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모토로라 스마트폰은 하루에 1대도 안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모토로라의 국내 점유율은 0%에 가까울 것"이라고 짚었다.
레이저 40 울트라의 흥행 실패로 한 차례 쓴맛을 본 모토로라는 내년 초 중저가 모델 ‘모토로라 엣지 50 퓨전’을 국내에 출시, 재차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해당 제품은 이미 해외 판매가 시작된 제품으로, 국내 판매 가격은 40만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주를 이루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저가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