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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車 위기론 현실화” 폭스바겐, 간부급 임금 삭감 및 직원 30% 구조조정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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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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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민차 폭스바겐의 침몰
간부급 이상 임금 2년간 10% 삭감키로
공장 폐쇄 대신 3.5만 명 인력 감축도
폭스바겐 본사/사진=폭스바겐

비용 절감을 위해 ‘본국 공장 폐쇄’ 카드를 꺼냈다가 노조 파업에 부딪힌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그룹이 노사 협의에 극적으로 성공했다. 노사는 독일 공장을 폐쇄하지 않는 대신 간부급 사원의 임원을 삭감하고 인력의 30%를 줄여나가는 등 고강도 긴축에 돌입하기로 했다.

'본국 공장 폐쇄' 반발에 철회

23일(현지시간)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SZ)은 “폭스바겐이 경영진 및 관리자급 직원의 급여와 보너스를 내년과 내후년에 걸쳐 10% 삭감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계획을 확정했다”고 전했다. 일률적인 인건비 삭감 대상에 포함되는 간부급 이상은 4,000명에 달한다. 폭스바겐은 오는 2027년부터는 3년에 걸쳐 삭감 폭을 8%, 6%, 5%로 낮추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독일 내 공장 폐쇄 등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한 경영진의 역대급 구조조정 방안에 노조가 파업으로 맞선 데 따른 조처다. 유로존 맹주인 독일의 경제계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폭스바겐은 경영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자 독일 공장 10곳 중 최소 3곳 폐쇄, 강제 해고와 임금 10% 삭감 등의 방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1994년부터 유지해 온 고용안정협약도 종료한다고 밝혀 근로자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이후 사측은 지난 9월부터 노조와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상이 여러 차례 중단됐고 결국 노조는 경고성 파업을 벌였다. 지난 2주 동안 폭스바겐 87년 역사상 최대 규모인 약 10만 명의 근로자가 참여했다. 노조는 새해부터 모든 공장에서 24시간 파업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獨 인력 2030년까지 줄이기로

갈등이 고조되자 양측은 간부급 직원의 임금 삭감과 더불어 강제 정리해고 대신 퇴직 프로그램과 노령 근로시간 단축 등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수단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독일 내 일자리 3만5,000개를 줄이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독일 직원 12만 명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다.

당초 셧다운 예정이었던 소규모 공장들은 자율주행센터로 전환하거나 매각할 계획이다. 대신 이들 공장에서는 늦어도 2027년까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 폭스바겐은 독일 내 생산능력이 연간 73만4,000대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사측은 노조 제안을 받아들여 임금을 5% 올리되 인상분을 회사 기금으로 적립해 비용 절감에 쓰기로 했다. 신입 사원 채용 규모를 줄이고 일부 직원 보너스도 삭감한다. 구체적으로 노사는 연간 1,290유로(약 196만원)의 휴가 수당을 줄이고 일부 상여금 항목도 없애기로 합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폭스바겐 인건비는 경쟁사보다 높다. 지난해 기준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15.4%로 포르쉐(12.7%), 벤츠(10.9%), 스텔란티스(10.1%), BMW(9.5%) 등과 비교해 비중이 컸다. 폭스바겐은 이번 합의로 인건비 15억 유로를 포함해 연간 150억 유로(약 22조6,700억원) 이상을 아낄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폭스바겐은 급락한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려면 2026년까지 170억 유로를 절감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조 지도부는 이번 합의가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니엘라 카발로 폭스바겐 노조위원장은 “그 어떠한 공장도 폐쇄되지 않을 것이며 운영상의 이유로 해고되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장기적으로 임금 계약이 보장될 것”이라며 “이 세 가지 합의로 우리는 가장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견고한 해결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사진=폭스바겐

독일 자동차 업체들, 장기적 판매 부진에 시름

그간 폭스바겐은 역내 수요 부진, 전기차 전환 차질과 중국 자동차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고전해 왔다. 특히 유럽 자동차 시장 판매량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대비 약 20% 급감해 과잉 생산량만 50만 대에 달했다. 이는 공장 두 곳의 생산량에 해당된다.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팬데믹 기간에 부품 등의 비용이 상승하자 제품 가격을 인상했는데 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다. 시장조사업체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독일의 자동차 평균 가격은 5만9,000달러(약 8,570만원)로 평균 연봉보다 높은 수준이다. 결국 독일 완성차 업체의 판매량 급감은 전동화 시대 진입 이후 전통 프리미엄 브랜드의 매력이 감소하면서 소비자들이 굳이 이들 브랜드를 비싸게 구매할 이유를 찾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유럽 내 2위 자동차 생산업체인 스텔란티스도 재고 관리를 위해 이탈리아 공장에서 생산을 여러 차례 중단했다. 이를 두고 이탈리아 정부 및 노조와 갈등을 벌이기도 했다. 제프리스에 따르면 올해 이탈리아 내 스텔란티스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64%에 그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폭스바겐의 경우 폐쇄 예정인 벨기에의 아우디 공장을 제외하면 가동률이 84%에 달하지만 독일 내 가동률은 더 낮다. 대규모의 감원을 발표한 포드와 닛산의 공장 가동률도 낮은 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폭스바겐의 타협안은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근로자들에게 안도감을 줬지만 장기적인 판매 부진으로 많은 유럽 자동차 공장의 가동률이 낮아진 근본적인 문제는 일부만 해결됐고 완화될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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