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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종식 초읽기, 임종윤 '지분 5%' 4인연합에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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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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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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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1년 만에 경영권 정상화 예고
4인연합, 장남 지분 인수키로 합의
의결권 기준 3분의 2 이상 확보, 사실상 모녀勝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사진=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그룹의 길고 긴 경영권 분쟁의 끝이 보이고 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 ‘4인연합(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라데팡스)’에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까지 합류하면서다. 4인연합이 임 이사 지분 5%까지 매입한 만큼 이제 홀로 남은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의 표 대결 구도 자체는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4인연합+임종윤 이사, 화합의 결단

26일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 그룹 4인연합 측은 임 이사가 보유한 지분 일부(5%)를 매입하고 △경영권 분쟁 종식 △그룹의 거버넌스 안정화 △(전문경영인 중심) 지속가능한 경영 체제 구축이라는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임 이사는 보유 중인 한미사이언스 주식 341만9,578주를 신동국 회장과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출자한 킬링턴 유한회사에 매각한다. 신 회장에게 205만1,747주를 759억원에, 킬링턴에는 136만7,831주를 506억원에 처분하는 내용이다. 주당 매각 가격은 3만7,000원으로, 24일 종가 대비 17% 프리미엄이 반영됐다. 이번 거래로 임 이사의 지분율은 11.79%에서 6.79%로 낮아지는 반면, 4인연합의 총 지분은 43.09%로 늘어난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과반을 넘어서게 된다.

4인연합 측 관계자는 “이번 합의를 통해 그룹 거버넌스 이슈를 조속히 안정화하고, 오랜 기간 주주가치를 억눌렀던 오버행 이슈도 대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대주주간 협력, 화합을 통해 경영권 분쟁 종식은 물론, 주주가치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한미는 하나의 큰 방향성을 가지고 ‘글로벌 한미’를 향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 나갈 것이며, 이 과정에서 임종윤 주주도 4인연합에 적극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합의에는 ‘당사자들의 사적 이익을 우선하거나 도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등 한미그룹 기업가치 제고와 안정적 경영, 그리고 이를 위해 협력하는 데 필요한 것임을 상호 확인한다’는 취지와 최대주주 간 분쟁 종식에 대한 분명한 의지가 담겨 있다.

경영권 분쟁 장기화 시 '공멸' 위기감 작용

경영권 분쟁이 4인연합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란 예측은 지난 한미약품 주주총회를 통해서도 거론됐다. 임종훈 대표 측이 제안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및 신동국 회장 해임 건이 모두 부결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도 4인연합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주총 전부터 사실상 4인연합의 승리가 예견됐다. 이 과정에서 임 이사가 한미약품 임시주총 철회를 제안하는 등 4인연합 측에 화해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후 한미약품 주총에서 결국 4인연합이 승리하자 임 이사도 4인연합과 손잡게 된 흐름이다.

경영권 다툼이 장기화되면 결국 공멸할 것이란 위기감도 이 같은 합의가 도출된 배경으로 꼽힌다.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는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감소하는 등 실적이 위축된 상태다. 경영권 분쟁으로 급등했던 주가도 크게 하락한 상태에서 더는 이 상황을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양측의 합의를 압박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제 남은 건 차남 임 대표의 합류 여부다. 한때 4인연합과 형제 측 지분 구도는 33%와 25% 수준이었으나, 지분 매각·매입 등을 거쳐 격차는 35%대 23% 수준까지 벌어졌다.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이 가세하면 4인 연합 우호 지분은 41%대에 이른다. 여기에 이번 합의로 임 이사 지분이 4인연합 측으로 옮겨지면서 임 대표는 사실상 표 대결 자체가 힘든 상황에 놓였다. 4인연합 측은 “이번 합의를 통해 그룹 거버넌스 이슈를 조속히 안정화하고, 주주가치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미약품 사옥 전경/사진=한미약품

오너가 상속세 5,000억 중 4회차 납부, 여전히 부담

이번 지분 매각은 임 이사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임 이사는 이달 4~10일 사이 45만6,559주를 장내 매도해 140억원을 확보했으나, 주식담보대출 상환과 상속세 납부를 위한 추가 자금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이사뿐 아니라 한미약품 오너일가의 상속세 납부에 대한 고민도 현재진행형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너일가에 남아 있는 상속세는 1,700억원가량이다. 송 회장이 800억원, 세 자녀가 각각 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오너일가가 연간 수취하는 배당금 총액이 약 4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남은 상속세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송영숙 회장과 세 자녀가 부과받은 상속세는 총 5,400억원 규모로, 송영숙 회장이 2,200억원, 나머지 세 자녀가 나란히 1,000억원 안팎의 상속세를 떠안았다. 이후 오너일가는 은행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지만, 문제는 자금 여력이다. 5회차 상속세 납부 기한이 내년 상반기로 다가오는 가운데 보유 주식 상당수가 담보로 묶여 있어 추가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태다.

특히 신 회장과 라데팡스파트너스를 백기사로 맞이하면서 상속세 재원 마련에 숨통이 트인 모녀와 달리 형제 측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주식담보대출 계약 만기도 속속 도래하고 있다. 임 이사는 14건의 주식담보대출 중 9건이 3개월 내 만기가 도래한다. 나머지 5건의 주식담보대출 역시 내년 6월까지 순차적으로 만기가 돌아온다.

담보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도 적지 않다. 임종윤·주현·종훈 3남매가 맺은 총 27건의 주식담보대출의 이자율은 6%대다. 임 부회장의 주식담보대출 이자율은 최대 6.05%며 임 이사과 임 대표의 주식담보대출 이자율도 4.49~6% 수준이다. 국세청에 예치한 주식도 고민거리다. 송 회장과 임 대표는 2021년 상속세 납부를 조건으로 잠실세무서와 각각 보유 주식 389만9,720주와 143만2,700주에 대해 체결한 담보 계약이 남아 있다. 상속세를 내지 못하면 반대매매 등으로 자동으로 매각이 진행되는 수순이다.

이번 화합과 무관하게 오너일가의 지분 매각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서 임 대표는 지난달 15일 보유 주식 105만 주를 장외거래로 매각했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도 올해 신 회장과 킬링턴에 보유 주식 일부를 넘긴 바 있다. 지난 9월부터 송 회장, 임 부회장, 임 대표 등 오너일가 3명이 처분한 주식은 총 2,4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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