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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랠리 속 '뉴스 제국' CNN의 몰락, 대선 이후 시청자 45%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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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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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방송서 같은 진보 성향 MSNBC에 밀려
트럼프 행사 중계 등 ’우클릭’에 주 시청층 이탈
보수 성향 폭스뉴스는 대선 이후 시청률 상승세

'뉴스의 제국'으로 불리며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뉴스 매체 중 하나로 꼽혀 온 미국 CNN 방송이 시청률 하락과 내부 갈등으로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방송사 영향력의 바로미터인 시청률이 45%가량 폭락하며 같은 진보 성향 뉴스 채널인 MSNBC와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데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공화당 지지층과의 관계 재편을 위해 시도한 '우클릭'이 역풍을 맞으며 주 시청자층이 이탈하고 있다.

진보 성향 CNN, 대선 이후 시청자 40만 명 선 붕괴

25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몇 년간 감소했던 CNN 시청률이 지난 11월 5일 대선 이후 더 가파르게 하락했다"며 "특히 광고주가 선호하는 25~54세 연령대 시청률에서 크게 뒤처지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선 이후 CNN의 프라임타임(오후 8~11시) 시청자는 45% 감소한 39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추수감사절(11월 17일) 기간에는 29만7,000명으로 30만 명 선까지 무너졌다. 2020년 대선 당시만 해도 CNN 프라임타임 평균 시청자 수는 180만 명에 달했다.

현재 미국의 주요 케이블 뉴스 네트워크 중에는 폭스뉴스, MSNBC, CNN이 '빅3'로 꼽힌다. 보수 성향의 채널인 폭스뉴스는 2018년 이후 시청률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또한 케이블 뉴스 채널 중 가장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1996년 마이크로소프트(MS)와 NBC의 합작 회사로 출범한 MSNBC는 CNN과 함께 진보 성향의 뉴스 채널로 평가받는다. 중도 진보적 성향의 뉴스와 논평을 방송하며 '정치의 장(The Place for Politics)'으로 불린다.

미국의 뉴스 채널은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만큼 대선 결과에 따라 시청률 등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에 압승했다는 소식이 발표된 이후 진보 성향을 띄는 MSNBC의 시청률이 폭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닐슨 데이터에 따르면 대선 경선 당시 MSNBC의 시청자 수는 하루 총 59만5,000명에 불과했으며 주요 연령층인 25~54세 시청자 수도 7만1,000명에 그쳤다.

CNN의 부진은 MSNBC보다 더욱 심각하다. 대선 경선 기간 동안 CNN의 시청자 수는 하루 총 41만9,000명으로 이 중 주요 연령층은 9만1,000명에 그쳤다. 대선 당일 시청률 경쟁에서도 MSNBC에게 밀리며 저조했다. 닐슨 데이터에 따르면 대선 당일 프라임타임의 CNN 시청자 수는 510만 명으로, 600만 명을 기록한 MSNBC에 크게 뒤처졌다. 같은 시간대 폭스뉴스 시청자 수(1,030만 명)와 비교해 절반에 불과한 규모다.

트럼프 후보 견제 미흡, 진보 성향 시청자 이탈 계기

CNN의 시청률이 하락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전 최고경영자(CEO) 크릭스 릭트의 '우클릭' 시도가 있다. 당시 릭트 CEO는 "편향적인 보도를 줄이겠다"면서 지난해 5월 공화당 대선주자인 트럼프 후보의 타운홀 행사를 독점 중계했다. 당시 행사는 트럼프 후보와 CNN 진행자가 좌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300만 명이 시청한 방송에서 트럼프 후보는 '2020년 대선은 부정선거'라고 주장하거나 '1·6 의회 난동 사태'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방송이 끝나자, 주요 시청층이었던 진보 진영에서는 '왜 CNN이 트럼프에게 자기 주장을 펼칠 판을 깔아주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방송을 계기로 CNN의 전통적 시청자층으로 꼽히는 진보 성향 지지자의 이탈이 심화했고 결국 트럼프를 출연시킨 릭트 CEO는 타운홀 행사 한 달 뒤인 지난해 6월 경질됐다. 이에 대해 WP는 "트럼프와의 타운홀 행사를 개최한 CNN의 결정이 시청자를 이탈게 하고 나아가 많은 직원을 불쾌하게 했다”고 전했다.

CNN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사실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CNN은 올해 6월 트럼프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TV 토론을 주관했다. 이 TV 토론에서 트럼프는 여러 차례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는데, 방송 이후 진보 진영에서 CNN이 트럼프의 발언을 정정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CNN 정치부 기자는 "CNN이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내부에 널리 퍼졌다"고 WP에 말했다.

전통적인 지지층의 이탈로 평판에 금이 간 상황에서 광고 수익 감소 등 재무적 압박도 위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CNN은 2022년 수백명 규모의 감원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도 100여 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올해 들어 두 번째 구조조정에 돌입하기도 했다. 탑 앵커와 기자를 비롯해 수백 명을 해고할 방침으로 이미 베테랑 앵커 크리스 월리스가 CNN을 떠났다. 또 다른 수익원으로 온라인 방문자의 유료 고객 전환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넷플릭스 등 엔터테인먼트 플랫폼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망은 밝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CNN과 대립각을 세워 온 트럼프 당선인이 약 한 달 후 새 임기를 시작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020년 CNN이 대선이 조작됐다는 자신의 주장을 보도하며 이를 '큰 거짓말(Big Lie)'이라고 표현한 것을 문제 삼아 4억7,500만 달러(약 7,000억원)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2018년에는 CNN 백악관 출입 기자 짐 아코스타의 출입을 정지시킨 바 있다. 두 사건 모두 법원에서 CNN의 손을 들어줬지만, 업계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CNN을 다시 공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동의 1위' 폭스뉴스, 트럼프 효과로 주가도 상승

이와는 대조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노골적인 지지를 표해 온 폭스뉴스는 이른바 '트럼프 랠리'에 탑승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선 이후 폭스뉴스의 일간 시청률이 40%나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대선 다음 날인 지난 11월 6일부터 22일까지 16일간 하루 평균 200만 명의 시청자를 확보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4일부터 1년간 하루 평균 시청자 수(140만 명)보다 60만 명 더 많은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MSNBC와 CNN의 일간 시청률은 각각 38%와 27% 감소했다.

폭스뉴스는 특히 이번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을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리스 후보를 가감 없이 비판했고, 한국을 비롯해 북한과 러시아 등에 대한 의견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보수층은 미국을 다시 부흥시킬 것이라 공언하는 트럼프의 당선을 열망했고, 이들은 '트럼프의 입'을 자청한 폭스뉴스를 시청하며 단일 대오를 형성했다.

실제로 지난 11월 5일 선거 이후 온 가족이 모이는 프라임타임의 시청률을 보면 케이블 뉴스 시청자 중 73%가 폭스뉴스를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MSNBC와 CNN을 선택한 시청자는 각각 16%와 11%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FT는 "많은 시청자가 TV 대신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이탈하고 있는 상황에도, 폭스뉴스는 트럼프 당선과 관련한 정치적 성과로 올해 주가가 60%가량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지지자가 선거 결과에 실망해 TV 시청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FT는 "MSNBC와 CNN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트럼프에 대한 저항 네트워크로 큰 이득을 얻었지만 다시는 비슷한 반등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각료 지명이 잇따르면서 뉴스 사이클이 바빠졌지만 시청률은 되려 떨어졌다"며 "진보적 성향의 미국인들은 리얼리티 스타(트럼프)가 2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소식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현 집권당인 민주당에 대한 환멸이 확산한 점도 폭스뉴스의 시청률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실망이 친민주당 성향 매체에 대한 기피로 이어져 보수 매체가 반사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팬데믹 기간 중 마스크와 백신 의무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자유로운 국경 정책으로 인한 이민자 범죄 문제 등에 유권자들은 분개했다"며 "이것이 집권당의 신뢰를 떨어뜨리면서 결국 트럼프에 대한 심각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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