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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부진에 ‘기업은 인력 감축·국민들은 소비 자제’, 악순환 빠진 중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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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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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평균 직원 수 4.7명→3.9명
소비 진작 위한 ‘이구환신’ 정책 확대
경제 체질 개선 뒷전, 체제 비판 목소리도

중국이 소비 둔화에 따른 내수 침체 여파에 시름하고 있다. 민간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들은 일제히 경영 환경 악화를 호소하고 있으며, 신규 기업의 증가세는 상승 폭을 줄였다. 중국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 의지를 피력하고 나섰지만,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핵심 과제들은 여전히 뒷전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민생 경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중국 내부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

인력 줄이며 버티는 기업 부지기수

27일 베이징대학교 기업연구센터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중국 내 7,500개 중소기업의 올해 3분기 평균 매출은 1년 전보다 4.6% 감소한 13만6,000위안(약 2,723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평균 순이익률도 4.7%로 0.4%p 감소했다. 실적 악화는 인력 감축으로 이어졌다. 조사 대상 기업의 평균 직원 수는 지난 1분기 4.7명에서 3분기 3.9명으로 줄었다.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인 51.3%가 이와 같은 경영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수요 부진을 지목했다.

중국의 심각한 내수 부진은 신규 기업 증가세의 둔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국가세무총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신규 조세 관련 사업체는 1,257만8,000개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에 그쳤다. 중국의 연간 신규 조세 관련 사업체는 2020년 1,144만 개에서 2021년 1,326만 개로 10.1% 증가했다가 2022년 1,315만 개로 0.8% 감소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1,688만 개로 전년 대비 28.3% 급증했으나, 올해 들어 다시 주춤한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제일재경 등 현지 매체들은 “지난해 높은 기저효과에도 신규 사업체 증가세는 유지됐지만, 기업의 경영 상황 악화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1~2년 동안 경기 침체 속 물가가 둔화하는 디플레이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를 보면 올해 1~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지만, 이후로는 2~3%대의 낮은 증가 폭을 벗어나지 못했다. 10월에는 4.8% 반등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방 정부 투자는 인프라 확충에 집중

중국 정부는 경제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 정책 의지를 피력하고 나섰다. 란포안 중국 재정부 부장(장관)은 24일 전국재정공작회의에 참석해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더 큰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라며 “지방 재정 강화를 위해 이전을 서두르고, 주요 분야 위험을 예방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내수 확대를 위해선 소비재 대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4월 ‘소비재 이구환신’ 정책을 발표한 중국 정부는 가전제품 등 소비재의 신제품 교체를 장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등 가전 교체 시 지급하는 보조금을 기존 10%에서 품목별 최대 20% 확대하기도 했다. 내수 부진이 경제의 큰 문제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지방정부들도 내수 부진 해소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후베이성은 최근 4분기 업무보고를 열고 1억 위안(약 200억원) 이상 신규 프로젝트를 2,311개 확정했다고 밝혔으며, 저장성은 현재까지 9,210억 위안(약 180조9,000억원) 규모의 3,509개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이 외에도 광둥성, 쓰촨성, 닝샤후이족자치구 인촨시 등이 속속 내년 투자 계획을 확정하고 있다. 이러한 지방정부의 투자 계획들은 인프라 및 첨단 제조업에 집중된 경향을 보인다. 이는 중국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양중(兩重·국가 중대 전략과 중점 영역 안전 능력) 건설 지시를 반영한 것이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은 특정 산업의 성장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이란 부작용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의 대표적 사례로는 석유화학 산업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의 석유정제능력은 2022년 9억2,400만 톤(t)을 기록하며 세계 1위에 올라섰고, 올해는 9억5,600만 톤까지 늘었다.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 시노펙은 이달 초 발표한 ‘중국 에너지 전망 2060 보고서에서 “(중국의 석유화학) 생산능력 부족이 단기간 과잉으로 전환되면서 슈퍼 증설 사이클이 열렸고, 앞으로 이런 구조적 과잉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밖으로는 글로벌 패권 경쟁, 안에서는 ‘시름’

반면 민생 경제는 여전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며 체제의 안정성마저 위협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위한 국가 주도형 경제정책에만 집중하느라 시장 개혁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쏟아지면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2020년 이후 부동산 시장 붕괴, 지방정부 부채 급증, 디플레이션 위험 등 구조적 문제들이 산적한 가운데서도 반도체, 전기차 등 전략산업 육성을 통한 기술 자립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는 사이 중국의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핵심 과제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중국의 가계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미국(68%)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 해결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S&P글로벌에 의하면 중국의 GDP 성장률은 올해 4.8%, 2025년 4.1%, 2026년 3.8% 등 단계적으로 둔화할 전망이다.

높은 실업률과 공공 서비스의 축소, 시장 불확실성 등은 중국 내부의 불만을 극대화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일부 지방에서는 ‘벌금 경제’라는 새로운 현상까지 발생하며 서민들의 어려움을 가중했다. 경찰이나 지방 공무원이 재정난을 메우기 위해 시민들에게 터무니없는 명목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현상이지만, 정부에 대한 자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데는 큰 역할을 했다. 시진핑 체제를 두고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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