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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철강 '中 초저가'에 휘청, 정부 잠정관세 칼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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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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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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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싼 가격에 中 철강 수입, 작년 연간 수입량 넘어서
잠정관세 부과 통해 긴급조치, 산업피해 기간 축소 전망
브라질·칠레 중국산 철강에 관세, 콜롬비아 업계도 정부 압박
스마트 고로인 포항제철소 제2고로에서 쇳물이 나오고 있다/사진=포스코

중국산 철강의 덤핑(저가 밀어내기) 공세로 국내 철강업계에 어려움이 지속되자 정부가 중국산 철강에 대해 '잠정 덤핑방지 관세'를 추진한다. 잠정 덤핑방지 관세는 반덤핑 조사가 시작된 후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미리 임의부과하는 관세다. 통상 덤핑 제소부터 최종결론까지 1년 이상 걸리지만 잠정 덤핑방지 관세가 부과되면 그 기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정부, 덤핑방지 관세 부과 검토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저가 후판(두께 6㎜ 이상인 강판)에 대해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무역위원회는 지난 7월 현대제철이 반덤핑으로 제소함에 따라 지난 10월 4일 산업피해 조사에 돌입했으며 이르면 내년 1월 예비판정을 통해 잠정 덤핑방지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는 중국의 철강재 과잉생산과 공급으로 중국산 철강제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한국 철강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된 데 따른 조치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에서 수입된 철강재는735만5,000톤으로 2022년 대비 37.3% 급증했다. 수입량이 많은 후판의 경우 올해 1~10월 115만7,800톤으로 1년 전보다 7.35% 늘었고, 2년 전보다 80.5% 급증했다.

또 중국산 철강재는 국산보다 가격이 10% 이상 저렴하고, 후판의 경우 국산보다 25% 이상 저렴해 국산 철강업체의 영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의 유입 여파로 현대제철은 포항 2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은 45년 만에 멈췄다. 포스코그룹도 지난 7월 포항제철소 제1제강공장을 폐쇄했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미국이 실제 중국에 대해 보편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중국 경제가 더 어려워져 철강 공급 과잉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만 중국산 철강 가격이 워낙 낮아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국내 철강업체들이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그 어느 때보다 부처 내부에서 위기감이 크다”면서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테인리스 코일/사진=포스코

EU, 긴급 보호조치 강구

중국산 철강 덤핑 공세에 따른 위기는 우리나라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세계 2위 철강기업인 유럽 아르셀로미탈은 지난달 말 프랑스 북부 랭스와 드냉 지역 공장 두 곳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4월부터는 감원을 시작하고, 6월까지 생산을 완전 중단하기로 했다. 노동조합 측이 반대하고 있으나 회사 측은 “중국산 철강재가 자국 불황 때문에 더욱 낮은 가격에 수출되면서 더 이상 영업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독일 티센크루프스틸도 지난달 25일 전 직원 2만7,000명 가운데 40%에 달하는 1만1,000명의 인력을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티센크루프스틸은 연간 생산량을 현재 1,150만 톤에서 870만~900만 톤으로 줄이고, 업무를 효율화해 수년 내 인건비를 평균 10%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뒤스부르크 지역 자회사인 크루프마네스만 제철소를 매각할 예정이며, 500여 명이 근무하는 크로이츠탈아이헨 공장도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유럽철강협회 유로퍼(Eurofer)와 유럽 각국 정부는 유럽연합(EU)에 산업 보호조치를 요청하고 있다. EU는 이미 지난달부터 수입 철강, 시멘트 등에 이산화탄소 배출에 비례한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1단계를 도입했으나, 2026년까지 부담금을 징수하지 않고 생산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하기로 했다. 그 사이 중국 철강이 밀물처럼 밀려들어 유럽 시장에서 수입 철강 점유율이 27%까지 치솟았다. EU가 중국산 볼트 압연강판 도금강판 등에 수십%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 내수 불황과 환율 등의 영향으로 중국산 철강이 더 낮은 가격으로 각국 시장에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이 전 세계에 수출한 철강재 규모는 10.1%, 전년 동월 대비 40.8% 증가한 1,118만 톤에 달한다. 중국이 올해 들어 10월까지 수출한 철강재도 전년보다 23.3% 늘어난 9,189만 톤으로 집계됐다. 연말까지는 1억 톤을 넘겨 2016년 이후 최대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유로퍼는 성명을 통해 “시계가 이미 열두 시를 지난 다급한 상황”이라며 “즉각적인 조치가 없으면 유럽 제조업 기반이 사라질 위기”라고 경고했다.

인도·중남미도 中 저가품 수출 공세에 보복 관세

인도도 최근 수입이 증대하는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잠정 덤핑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 제철기업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철강의 인도 시장 점유율이 30%에 육박하면서 인도 철강업계는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해 왔다. 중국산 철강에 더욱 높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문도 끊이지 않았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GMK센터에 따르면 인도는 2023·2024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에 830만 톤의 압연강재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38.1%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인도의 철강 수출은 전년 대비 11.5% 증가한 750만 톤을 기록했다. 올해 4~5월에는 110만 톤의 압연강재를 수입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한 것으로, 5년래 최대 규모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인도는 2023·2024 회계연도에 철강 순수입국이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남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브라질의 경우 지난해 중국산 철강 수입은 전년 대비 50% 급증한 반면 국내 생산이 6.5% 감소하는 등 업계 타격이 현실화했다. 콜롬비아 철강협회(Camarero·카마레로)도 국내 철강생산 감소 원인을 저가 철강 수입으로 판단해 관세를 5%에서 20∼25%로 높일 것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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