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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헤알화 가치 급락 환차손에 따른 채권 투자 손실 우려 BRICs 공동 화폐로 돌아서면 폭락 전망도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브라질 채권 투자자들이 다시 한 번 불안감에 떨고 있다. 환차손에 따른 투자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브라질 채권은 비과세 혜택 때문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모았지만 환차손 등의 영향으로 2018년, 2020년에 이어 다시 한번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헤알화 가치, 연초 대비 20% 뚝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일 기준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1헤알당 235.21원으로 올해 1월 16일 273원에 비해 15%가량 하락했다. 달러화에 비한 헤알화의 가치 하락은 더 가파르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도 헤알화가 달러화 대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1달러는 6.0142헤알로, 연초(5헤알)와 비교하면 20%가량 평가절하된 것이다.
블룸버그는 브라질 정부의 공공지출 절감 노력이 부족하고 이로 인한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헤알화 약세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Luiz Ina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국민 생활 여건 개선을 추진하며 공공지출을 대대적으로 늘려왔다. 이와 관련해 스위스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의 파트리시아 우르바노 펀드매니저는 “브라질 자산 전반에 걸쳐 위험 인식이 심화하고 있다”며 “최근 현지 자산 매도세가 커졌고 불확실성 수준을 고려하면 이같은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비과세 노린 투자자들, 손실 불가피
헤알화 약세에 따라 브라질 채권 투자자들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브라질 국채는 이자수익이 비과세되는 장점이 있어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상품이다. 헤알화 또는 미 달러로 투자할 수 있는데, 달러로 투자하면 헤알화 변동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편이다. 실제 만기가 3년가량 남은 달러 표시 브라질 국채의 세전 환산금리는 4.7%로, 만기가 4년 남은 브라질 국채 이표채 금리가 13%인 점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현재 브라질 국채 수익률은 대부분 13%대에 형성돼 있으며 표면금리는 10%다.
신용등급이 BB등급이라 고위험 채권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채권에 비해 수익률이 2배가량 높은 점도 인기 요인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한국인이 투자한 브라질 채권 보관 금액은 11월 말 기준 2억6,374만 달러(약 3,700억원)에 달한다. 2023년 2억3,853만 달러에 비해 늘어났다.
브라질과의 조세협약에 따라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점도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이자소득은 2,000만원이 넘어가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는데, 이 경우 15~45%(지방소득세 별도)에 해당하는 누진소득과세 대상이 된다. 은퇴자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탈락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이자 비과세가 되는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는 수요가 많았다. 특히 헤알화가 안정된 흐름을 보이던 작년 하반기에 투자가 대폭 늘었다.
하지만 헤알화 가치가 연초에 비해 떨어지면서 환차손 등에 따른 순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브라질 정부의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헤알화가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올 들어 원·헤알 환율은 약 9% 하락했고 브라질 10년물 수익률은 2%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초 브라질 10년물을 매수한 투자자라면 환차손(-9%)과 자본손실(-12%)로 약 20%의 평가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채권 표면금액의 1%가량 되는 매매수수료와 환전수수료까지 감안하면 실제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브릭스, 달러 버리면 헤알화 폭락할 수도
이런 가운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탈달러가 현실화할 경우 투자 손실은 더 커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브릭스 국가들이 달러를 버리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브릭스 국가들이 우리가 잠자코 지켜보는 동안 달러에서 멀어지려고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간은 끝났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 나라들이 새로운 브릭스 통화를 만들거나 다른 통화로 강력한 달러를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 필요하며, 그러지 않는다면 그들은 100% 관세에 직면하고 아름다운 미국 경제에 물건을 파는 것에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했다. 또 “브릭스가 국제 무역에서 달러를 대체할 수는 없으며, 그런 시도를 하는 나라는 미국과 작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브릭스 국가들은 무역 등 국제 거래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행보를 보여왔다.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때문에 자신들이 경제적 손해를 볼 뿐 아니라 미국이 금융 제재 등 패권을 휘두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최근 브릭스 정상회담에서는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탈달러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합의도 도출됐다.
브릭스 국가 중에서도 탈달러화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최근 브라질이 밀착하고 있는 중국이다. 중국은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 대금을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결제하는 것을 논의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에 미국은 석유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것이 기축통화 지위 유지에 요긴하기 때문에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다만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도의 무역·금융 질서가 워낙 강력해 탈달러화는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는 형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상대적 힘이 계속 줄어든다면 탈달러화 주장이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브릭스는 지난해 정상회의에 이집트·에티오피아·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정상들도 초대하면서 외연을 확장한 상태다. 사우디와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들도 브릭스 가입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