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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17%인데 한국은 30% 고수 국내 게임사, 양대 마켓에 매년 2조 지급 수수료 낮추면 '수천억 수익 개선' 효과
글로벌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시장을 양분하는 구글과 애플의 과도한 ‘통행료’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받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의 연간 인앱결제 수수료 피해 규모만 2조원이라는 추산이 나오는 가운데, 수수료 인하가 현실화하면 업체들의 즉각적인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45개 국내 게임사, 손배 소송 준비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한국모바일게임협회는 구글·애플의 앱마켓 독과점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며 손해배상 집단조정 참여사를 모집하고 있다. 현재까지 모인 게임사는 스타코링크를 포함해 45개사에 달한다. 조정은 특허법인 위더피플(We the People)과 미국 로펌 하우스펠드 LLP(Hausfeld LLP)가 주관하며 미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에선 손해배상 청구 권한을 상당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법원이 청구를 기각할 수 있는 만큼 연내 집단조정을 개시할 방침이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는 구글과 애플이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높은 수준의 결제 수수료를 책정했고 이를 통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개발사로부터 9조원 이상을 챙겼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ESD(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 플랫폼은 구글플레이, 앱스토어, 갤럭시스토어, 원스토어 등 4개가 대표적이지만, 국내 개발사 매출의 80% 이상이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에서 발생한다.
현재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는 연매출 100만 달러(약 14억원) 이상인 개발사를 대상으로 30%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2021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애플과 구글은 외부 결제 수수료(4%)를 제외한 26%를 결제 수수료로 책정하고 사실상 법안을 무시하는 모습이다. 이영기 위더피플 변호사는 “이제껏 한국에서 아무도 청구를 안 해서 문제가 안 됐던 것”이라며 “한국법에서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국내 개발사들과 계약할 때 미국법을 근간으로 했기 때문에 지금 제기하면 청구권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구글·애플이 한국에서 특히 많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수수료 인하 시 게임 업계의 영업이익률이 대폭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30% 수준인 구글·애플의 앱 결제 수수료가 애플의 유럽 수수료(17%) 수준으로 낮아지면 주요 게임사들은 수백~수천억원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대형 게임사 중 모바일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넷마블(92%)의 경우 예상 지급 수수료 규모가 7,190억원에서 4,070억원으로 줄어 3,120억원을 버는 셈이 된다. 이어 엔씨소프트는 1,260억원, 크래프톤은 710억원의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EU·미국, 반독점 행위에 철퇴
국내 게임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해외에서 불고 있는 수수료 인하 요구의 연장선상에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3월부터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을 시행하며 앱스토어의 독점적 인앱결제 수수료를 제재했다. 지난 6월에는 앱스토어 운영방식이 DMA 위반에 해당된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수십조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결국 애플은 유럽에서의 결제 수수료를 30%에서 17%로 낮추기로 했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에픽게임즈가 구글을 대상으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미국 법원은 구글의 인앱 결제 수수료 정책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지난 10월 7일 구글플레이에 입점한 앱에 지금까지 금지해 온 제3자 결제 수단을 허용하도록 명령했다.
이 밖에 2022년 구글플레이의 30% 수수료 정책에 대한 반독점 소송에서 미국 4만8,000여 개의 앱 개발사가 9,000만 달러(약 1,2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에 유럽과 미국을 비롯해 다른 세계 국가들로 앱 마켓들의 생태계 개방 정책이 확장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미국 등 각지에서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애플이 유럽 지역에서만 수수료를 17%로 낮추는 정책을 고수하기는 힘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 경우 애플의 경쟁사인 구글도 수수료를 따라 인하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글, 집단조정 참여 게임사 회유
한편 인앱결제와 관련한 손해배상 집단조정에 참여하려는 국내 게임사들이 늘자, 구글이 일부 게임사를 대상으로 회유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구글이 국내 게임사들에 집단조정 및 집단소송에 참여하지 않도록 회유하면서, 이를 대가로 앱 피처링 광고 노출 횟수를 늘려주는 등의 혜택을 제안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구글이 이처럼 차별적 혜택을 제공하는 행위가 불법 행위를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공정거래법 제45조에서 금지하는 부당지원을 받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차별적 혜택을 수용한 기업들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불법 행위에 가담한 경우에는 ‘배임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실련은 구글의 차별적 혜택 수령이 도덕적으로 큰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구글이 국내 게임사들로부터 연간 수조원에 이르는 수익을 얻고 있음에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 소비자와 국고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구글의 차별적 혜택을 수령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역설했다.
경실련은 나아가 구글의 차별적 혜택 수령이 불공정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전수조사를 요청했다. 국내 게임시장은 집중도가 높고 주요 게임사들의 시장 지배력이 강하기 때문에 불공정 거래 행위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 경실련 관계자는 “구글의 차별적 혜택 수령은 불법 행위를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를 중단하지 않으면 관련 기업들이 법적·도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양대 앱마켓은 집단조정이나 정부 대응이 나오기 전에 일부 게임사를 상대로 개별 합의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개별 개발사 합의는 집단 합의보다 손해배상이 높을 수 없다는 점에서 향후 회사와 주주 배임 등의 법적 책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