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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세코, 온라인 '최저 판매 가격' 설정해 공정위 제재 양판점·온라인 대리점, 출고 가격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비교적 단가 낮은 '전속모델' 납품받아 고객 유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전제품 제조·판매 업체 파세코에 대규모 과징금 및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대리점들의 제품 판매 가격 할인을 막고, 최저 판매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한 업체에 거래 종료 등을 통지했다는 혐의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 파세코에 '과징금 철퇴'
1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사의 가전제품 판매 대리점에 재판매가격을 지정하고, 이를 강제해 가격 할인 경쟁을 막은 파세코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3,7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파세코는 2018년 9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자사의 김치냉장고, 히터·난로, 빌트인 가전제품의 온라인 최저 판매 가격을 정하고, 이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경우 공급 중단 및 제품 회수를 단행하겠다고 수차례 공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파세코는 대리점의 판매 가격을 점검하고, 지정한 최저 판매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한 3개 대리점에 공급 중단, 제품 회수, 거래 종료를 통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와 같은 행위는 거래 상대방에게 자신이 공급한 물품을 특정 가격으로 판매할 것을 강제하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파세코는 2020년 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빌트인 가전제품에 대한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대리점에 물품 공급 중단을 예고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거래 상대방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구속조건부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가전 시장의 판매 구조
업계에서는 파세코를 둘러싼 잡음이 가전 시장 특유의 '판매 구조'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전 시장에서는 제조사의 출고가와 양판점·온라인 대리점의 판매가가 상이한 경우가 많다"며 "다수의 양판점과 온라인 대리점이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사가 책정한 가격이 곧바로 시장 가격이 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백화점과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LG전자 베스트샵 등 판매점들은 제품을 출고 가격 그대로 판매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판매처별로 가격 조정이 다소 있지만 이마저도 출고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반면 양판점과 대리점은 백화점이나 판매점 대비 눈에 띄게 저렴한 가격으로 가전제품을 판매하며,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해 소비자를 끌어모은다.
납품 제품에 차이 있어
이들 업체의 제품이 저렴한 이유는 가전 제조사들이 양판점,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의 요구에 따라 비교적 단가가 낮은 제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백화점과 대리점에 납품되는 고사양 제품을 ‘전속모델’, 그 외 양판점과 홈쇼핑에 납품되는 제품을 ‘전용모델’이라고 지칭한다. 전용모델은 제조사가 양판점, 홈쇼핑 등 판매처의 요청에 따라 단가를 낮춰 공급하는 제품으로, 디자인, 기능, 재질 등에서 전속모델과 차이가 있다. 사양을 낮추는 대신 가격 경쟁력을 높인 제품인 셈이다.
제조사들은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저렴한 재질로 마감하거나 부가 기능을 줄여 전용모델의 단가를 낮춘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냉장고의 경우 내부 살균 청정 기능이 빼거나, LED(발광다이오드) 라이팅 등 부가적인 기능을 제외해서 단가를 낮춘다"며 "진공청소기의 경우 브러시 수가 줄기도 한다"고 짚었다. 이어 "전속제품과 전용제품에 차이를 둠으로써 제조사는 물량을, 양판점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며 "업계의 '유통 질서'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양판점은 박리다매식 유통 구조를 채택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한다. 일례로 하이마트의 경우 전국 460여 개 매장을 본사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본사가 제조사로부터 대량의 가전제품을 직거래로 저렴하게 납품받은 뒤 전국 매장으로 보내 판매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하이마트는 소비자에게 출고 가격 대비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