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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피자헛, 자율구조조정 불발 '회생 절차' 소송단 계좌 압류에 정상적 사업 불가 "점주 피해 최소화 위한 부득이한 결정"
한국피자헛(피자헛)이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다. 피자헛은 앞서 가맹점주들과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반환 판결로 인해 재정적 압박이 심화됐다. 이에 지난달 서울회생법원의 중재 아래 채권자들과의 합의를 모색했으나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회생에 나서게 됐다.
법원, '한국피자헛' 회생 절차 개시 결정
16일 피자헛은 서울회생법원에서 기업회생절차 개시 명령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피자헛은 지난 한달간 자율구조조정(ARS, 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프로그램을 통해 채권자들과의 원만하고 신속한 합의에 도달하고자 노력했지만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ARS 프로그램은 본격적인 회생제도에 돌입하기에 앞서 채권자와 기업이 채권자 협의회를 구성해 변제 방안 등을 자체적으로 협의하는 제도다.
최종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내년 3월 20일이다. 계획안을 검토한 법원이 회생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한국피자헛은 파산으로 가게 된다. 피자헛은 일단 내년 1월 2일까지 채권자 목록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같은 달 16일까지 채권자들의 채권신고도 받는다. 회사가 유지할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조사위원은 태성회계법인이 맡았다. 조사보고서는 내년 2월 20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피자헛 측은 "ARS 프로그램을 통해 법원의 중재 하에 채권자들과의 원만하고 신속한 합의에 도달하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했으나 가시적 성과를 얻지 못했다"며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210억 가맹점 반환’ 판결에 경영난
피자헛의 기업회생 발단은 2020년 가맹점주들이 피자헛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이다. 가맹점주들은 피자헛이 점주들로부터 총수입의 6%를 고정수수료로 받으면서 별도의 합의 없이 차액가맹금을 추가로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차액가맹금은 본사가 가맹점에 제공하는 상품, 원부재료 등의 가격에서 도매가를 뺀 금액을 말한다. 본사가 남기는 '유통마진'인 셈이다.
재판부는 가맹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피자헛은 올해 9월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간 점주들에게 취득한 차액가맹금 210억원을 모두 반환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피자헛은 지난해 영업손실 45억원과 당기순손실 5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부당이득금 반환까지 진행하게 되자 영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결국 피자헛은 부당이득금 반환 판결을 받은 후 2개월 만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피자헛은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과 관련해 "지난 9월 항소심 판결 선고에 대한 대법원 상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가맹점 사업에 꼭 필요한 품목을 공급·관리하는 것은 가맹점주 영업을 위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적정한 유통 마진을 수취하는 것 역시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대법원 판단을 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송단이 당사의 금융기관 계좌 등을 압류하면서 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가맹점을 포함해 당사를 믿고 피자헛 브랜드를 통해 생계를 이어 나가는 모든 가맹점주들과 당사의 사업계속을 위해서는 부득이 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의 주장과 달리, 당사는 회생절차를 통해 소송으로 발생하는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거나 외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적법한 절차와 회생법원의 감독하에서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수품목 거래조건 변경 협의제 시행
피자헛이 소송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하고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지던 차액가맹금 제도를 로열티 부과제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차액가맹금 방식은 가맹금 규모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필수물품 가격 인상 시 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로열티 방식은 매출액에 비례해 배분한다. 로열티 방식의 수익 배분 구조가 차액가맹금 방식보다 투명하다는 것이다.
물론 본사들도 사정이 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차액가맹금이 본사의 영업이익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차액가맹금은 본사가 붙이는 마진에 가깝긴 하지만, 어쨌든 본사가 경영 활동에 사용하는 재원이라는 것이다. 실제 대다수 프랜차이즈 본사는 코로나19 당시 어려운 가맹점들의 마케팅이나 점포관리를 지원하고 새로운 시스템도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차액가맹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불공정한 거래관행에 의해 가맹점주의 경영 여건을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개선안은 마련된 상태다. 공정위는 이달 5일부터 '필수품목 거래조건 변경 협의제'를 시행하고 있다. 필수품목 거래조건을 가맹점주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협의를 거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월부터는 필수품목의 내역과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계약서에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기도 하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필수품목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필수품목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라는 게 이번 개정안의 취지"라며 "문제는 필수품목 자체가 아니라 본사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물품을 얼마나 비싸게 받느냐여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