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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가계대출 총량 리셋되며 대출 규제 완화 대출 금리 상승, 주담대 최고 금리 5%대 진입 美 국채 금리 오르고 가계대출 관리 기조 여전
새해 들어 은행권의 대출 총량이 리셋되면서 대출 규제가 완화됐지만, 미국이 올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대출 금리 전망에 불안전성이 확대되고 있다. 통상 국내 은행의 대출 금리는 미국 국채금리 영향을 크게 받는데,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4.6%까지 치솟으면서 국내 은행들의 대출 금리도 계속 오르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여전해 올해 대출 금리가 내려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실수요자 중심으로 대출 한도 늘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2일 기준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평균은 연 4~5%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부터 대출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더니 최고 금리가 5%대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달 20일 고정형 주담대 금리(연 3.87~4.95%)와 비교하면 약 10여일 만에 하단 금리가 0.13%포인트 올랐다. 최근 은행들이 1월 들어 대출 총량이 '리셋'되면서 실수요자 주담대 등을 중심으로 대출 한도를 늘렸지만 이처럼 높아진 금리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대출 규제 완화 효과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최근 4대 시중은행은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MCI·MCG) 적용을 재개했다. 1억원으로 제한됐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확대하고, 중단됐던 신용대출 비대면 판매도 재개한다. 그럼에도 금리가 빠르게 치솟은 이유는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는 영향이 크다. 국내 은행채 금리는 은행 주담대의 고정금리 기준이 되고 국내 채권 시장은 미국 국채금리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12월 18일(현지 시각)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미 국채 금리가 빠르게 올랐다.
지난해 말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602%까지 오르며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4.6%를 넘어섰다. 미 국채 금리가 계속 오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국내 대출 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 은행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시장금리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계대출 관리에 고삐를 놓을 수 없다는 당국의 기조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당해연도 대출 한도 설정 시 지난해 목표치 초과분만큼을 제외하기로 했다. 관리 목표치에 페널티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농협銀, 둔촌주공 잔금대출 4,000억원 실행
이렇게 대출 규제 완화와 대출 금리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올해 1분기는 부동산 시장의 수요 변화와 은행권의 대출 흐름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 등 서울시 내 대규모 단지의 잔금 대출 수요가 집중되면서 시중은행의 대출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출 총량에 대한 은행권의 부담이 커질 경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다시 대출 제한을 강화할 수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잔금대출 수요가 최대 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가계대출 총량이 리셋되면서 시중은행의 잔금대출 경쟁에 불이 붙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이달 1일 올림픽파크포레온 잔금대출에 2,000억원을 추가 배정했다. 기존에 진행했던 2,000억원에 더해 총 4,000억원 한도로 실행하는 것이다. 금리는 연간 4.36%다. 이에 따라 NH농협은행은 올림픽파크포레온 잔금대출을 가장 큰 규모로 집행하는 은행이 됐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올림픽파크포레온 잔금대출은 각 3,000억원 한도로 NH농협은행의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 또한 지난 2일 1,000억원을 신규 배정하며 잔금대출 증액에 나섰다. 기존에 진행하던 500억원에 더해 총 1,500억원 한도이며 금리는 연간 4.36~4.56%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묶여 올림픽파크포레온 잔금대출을 500억원밖에 실시하지 못했지만, 올해 새로운 가계대출 총량을 적용받으면서 총액을 세 배로 늘릴 수 있었다.
신한은행도 1,000억원 규모로 지난 2일부터 잔금대출을 시작했다. 신한은행 잔금대출 연금리는 4.36%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따라 아예 잔금대출 대전에 참전하지 못했다. 이처럼 시중은행이 잇따라 증액에 신규 참여까지 하며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자들은 대출 오픈런에서 다소 자유로워졌다는 평가다. 기존엔 한도가 9,500억원밖에 되지 않아 대출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이날 기준으로 시중은행이 파크포레온 잔금대출에 집행하는 금액은 총 1조2,500억원으로 늘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 멈추고 하락세 목전
은행권이 잔금 대출 수요에 대응해 한시적으로 대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대출 금리 상승 추세와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은 약세로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3% 하락했다. 수도권도 2주 연속 0.02% 떨어졌고 서울은 10개월 만에 보합세(0%)로 돌아섰다. 다만,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값은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송파구는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0.06%)을 기록했다. 신축 아파트나 재건축 대상 지역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아파트값 약세 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가격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 지역은 최소 0.02%에서 최대 0.05%까지 떨어졌다. 금천구 대장주 아파트인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3차' 전용면적 84㎡ 중에는 최초 등록가에서 2,000~5,000만원 떨어진 매물이 나와 있다. 서울에서 아파트값 약세 지역의 내림세가 먼저 시작되고 이러한 흐름이 다른 구로 확산하면 조만간 서울 전반의 주간 아파트값 하락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건 경매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경매 건수는 3,267건, 매각 건수는 1,442건으로 집계됐다. 2015년(경매 3,472건, 매각 1,817건)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매수 수요가 위축된 데다 고금리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집주인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아파트 낙찰가율은 92.1%로 경매시장이 활황이던 2021년(112.9%)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응찰자 수는 7.38명으로 2022년(4.54명)보다 2.84명 많아 경쟁이 치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