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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로 동력 얻은 국경 강화, 트럼프 “수입된 테러” 날 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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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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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직후 국경 강화 시사
현 정부 포용 정책엔 강경 비판
저임금 노동력 의존 높은 업계 ‘비상’

오는 20일(이하 현지시각)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정책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새해 뉴올리언스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당 사건을 차기 행정부의 국경 통제 강화 및 불법 이민자 추방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의 친 이민 정책에 일부 공감하던 시민들도 잇따른 폭력 사태에는 국경 강화가 시급하다는 쪽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트럼프 “예상보다 훨씬 나쁜 수준의 폭력 범죄”

2일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개방 정책’으로 급진 이슬람 테러와 다른 형태의 폭력 범죄가 빈번해졌다”고 진단하며 “(나는) 이들 폭력 범죄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으로 나타날 거라고 여러 집회에서 말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그 시점이 왔고, 예상보다 훨씬 나쁜 수준”이라며 “조 바이든(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며, 완전하고 전면적인 재앙을 불러온 사람”이라고 힘줘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런 발언은 전날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중심가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1일 오전 3시경 뉴올리언스 번화가인 프렌치 쿼터 버번 스트리트에 신년맞이 행사를 위해 모인 인파 속으로 갑자기 픽업트럭 한 대가 돌진했다. 해당 사고로 최소 10명이 숨지고 35명이 다쳤으며, 트럭 운전자는 경찰과의 총격전 끝에 사망했다.

용의자는 텍사스 출신 퇴역 군인 샴수드 딘 자바르(42세)로 파악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용의자가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고, 같은 날 라스베이거스에서 발생한 사이버트럭 폭발 사건과도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FBI는 용의자가 탑승한 차량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 깃발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자바르는 태생적 미국인이지만, 트럼프 당선인 측은 그가 IS 추종자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 테러의 원인이라는 주장으로 전개됐다. 스티븐 밀러 수석 고문은 사고 당일 밤 엑스(X·옛 트위터)에 “이슬람 테러리즘은 수입된 것이며, 자생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민이 그것(테러)을 가져오기 전에는 미국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차기 미 행정부의 국경·이민 관련 부처 책임자로 지명된 ‘국경 차르’ 톰 호먼 역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미국은 국가 안보에서 느슨했기 때문에 IS와 같은 집단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과 동시에 국경은 안전해질 것”이라면서 “우리는 즉시 추방 작전에 나설 예정이며, 공공 안전과 국가 안보 위협 대응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민 정책 강도 조절한 바이든 행정부는 ‘난감’

그간 트럼프 당선인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 문제와 관련해 매우 상반된 태도를 보여 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불법 이민자들을 ‘쥐새끼’에 비유하며 강력 차단·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일부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비친 것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한 방송사가 주관한 트럼프 당선인과의 토론회에서 현 정부의 친(親) 이민정책이 불법 이민자를 40% 이상 줄이는 효과를 낳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 무차별 단속·추방에 나서기보다는 우선순위를 정해 단속과 구류, 추방하는 이민 정책을 추진했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테러 용의자나 스파이 의심자는 최우선 체포해 추방하고, 공공안전을 해치는 중범죄자들은 체포 및 구금하고 있다가 추방하는 식이다. 또 미국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해 온 서류 미비자, 추방 시 미국에 남을 가족들에게 극심한 재정난을 안겨주는 경우, 가족 중 미군이나 공직 근무자가 있는 이민자들은 케이스별로 선처해 주기도 했다.

나아가 지난해 6월에는 미국 시민과 결혼한 이민자들이 출국이나 추방 우려 없이 영주권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대규모 구제 정책을 발표했다. 미국 시민과 결혼하면 영주권에 이어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 제도는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비자 없이 미국에 들어온 상태에서 결혼한 경우 본국으로 돌아가 영주권 신청 절차를 밟아야 했다. 새 제도는 출국하지 않고도 영주권 신청을 허용한 것으로 미 정부는 해당 조처로 약 50만 명의 이민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잇따른 혼란에 ‘국경 강화 필요’ 공감대 형성

불법 이민자들의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제조업과 소매·서비스 업계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일정 부분 공감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한 만큼 수익 확보를 위한 인건비 절감은 필수인데, 이 과정에서 불법 이민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민자들의 저임금 노동력으로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또한 미국 경제가 이례적으로 경기침체 없이 물가를 잡을 수 있었던 주된 공로로 이민자 증가를 꼽으며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물가상승률을 낮추면 실업률 증가가 불가피한데, 이민 유입 증가 덕에 이례적으로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는 게 파월 의장의 주장이다.

하지만 각종 폭력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며 이민자 유입이 공동체 가치를 훼손하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인식 또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직전 진행된 퓨 리서치 센터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공화당 지지자의 88%가 불법 체류자에 대한 대규모 추방에 찬성했지만,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는 단 27%만이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국경 보안 강화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높은 지지율(공화당 지지자 96%, 민주당 지지자 80%)을 보이며 공통 관심사임을 드러냈다. 많은 희생자를 낳은 이번 테러 사건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反) 이민정책에 막강한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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