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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티앤씨 9,200억원에 영업 양수
사업 리스크 줄이고 시너지 효과 기대
효성가스 ‘애물단지’ 베트남 법인 두고 고심
효성티앤씨가 오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영업 양수를 결정짓는다. 효성티앤씨가 영업 양수 형태로 해당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이번 임시 주총에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주식 수 기준)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효성티앤씨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예상되는 만큼 특별결의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 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은 미미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효성티앤씨는 지난달 12일 효성화학으로부터 특수가스 사업 영업을 9,200억원에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같은 달 19일에는 계약금으로 1,380억원을 지급했으며, 나머지 대금 7,820억원은 이달 31일 지불할 계획이다. 김치형 효성티앤씨 대표는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기존 섬유 전문 기업을 넘어 고부가 소재 기반 산업 혁신 리더로 성장할 것”이라고 특수가스 영업 양수 배경을 밝혔다.
김 대표의 말처럼 효성티앤씨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스판덱스와 특수가스 사업을 양대 축으로 키우기 위해 이번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섬유 업황 변화에 민감한 스판덱스의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 또한 작용했다. 효성티앤씨는 지난달 CEO DAY를 열고 특수가스 사업 인수 이후 투자 계획을 직접 밝혔다. 시설투자(CAPEX)로 1,000억 원을 집행해 현재 NF3를 포함한 6개의 생산 품목을 오는 2029년까지 15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특수가스 전체 매출에서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NF3 사업 비중을 약 5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게 효성티앤씨의 설명이다.
이번 특수가스 영업 양수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가격은 22만6,713원이다. 다만 현재 주가가 22만9,000원으로 해당 가격보다 높은 데다, 효성티앤씨 사업 구조상 향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커 실제 청구권 행사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효성티앤씨는 전체 매출액의 70%가 수출에서 나오고 있어 미 달러화 강세 국면에서 수혜를 입을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보유 주식을 매도하고 나가면, 해당 주식은 효성티앤씨의 자사주로 전환된다.
효성가스는 ‘적자 행진’ 베트남 법인 살리기
특수가스 사업부를 매각한 효성화학은 효성티앤씨와의 영업 양수도 계약 직후 베트남 법인에 추가 출자를 결정했다. 출자 규모는 1,174억원으로 지난해 6월 출자 금액(552억 원)보다 약 2배 늘었다. 특수가스 영업 양도 계약금 대부분이 고스란히 베트남 법인으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베트남 법인이 글로벌 시황 악화로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효성화학 베트남 법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적자는 746억원에 달하며 같은 기간 효성화학의 연결 기준 영업 손실 역시 1,117억 원을 기록했다. 베트남 법인이 효성화학 실적 악화와 재무 위기의 근원지로 지목되는 배경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효성가스가 베트남 법인을 매각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수익 개선이 기대되지만, 여전히 업황이 부정적인 탓에 빠른 부채 감축을 위해서는 지분의 일부라도 매각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효성과 파트너사는 베트남 내 화학 플랜트를 기반으로 사업 협력 기회를 모색할 전망”이라며 “확정될 경우 부채 감축과 원재료 기반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 인수 주체로는 아랍에미리트(UAE)의 국영 석유회사 애드녹이 거론된다. 애드녹은 지난해 5월 베트남 법인에 효성화학과 공동 투자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효성화학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베트남 법인의 일부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글로벌 석유화학 업계 휩쓴 한파
여기에 최근에는 석유화학 업계 전반이 혹한기에 접어들며 효성화학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기업이 늘어나면서다. 많은 기업이 경영진을 대폭 물갈이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부채비율 상승과 영업실적 부진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효성화학도 등급 전망 하향 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효성화학은 2022년까지 A등급으로 우수한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2022년 4,000억원대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2023년 A-로 하락했고, 지난해엔 재차 BBB+로 떨어졌다. 효성화학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본은 325억원에 불과했다. 4분기 특별한 변화 또한 없어 완전자본잠식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익창출력에서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베트남 공장 신축 및 생산설비 증설 투자가 이어지면서 연결 순차입금은 지난해 9월 말 2조5,521억원까지 불었다. 토지 재평가와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여러 자본 확충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무안정성 지표는 큰 폭으로 악화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효성화학은 단기간 내 수익성 정상화나 영업현금흐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계속되는 실적 부진 및 미흡한 재무구조에 따른 유동성 대응 부담 확대와 자본시장 접근성 저하 등으로 신용도 하향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