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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파편화, 글로벌 무역 및 자본 이동 패턴 바꿔 관세 및 세금 인상, 중국 및 미국 동맹국들에 가장 큰 영향 미국과 중립국들은 ‘거의 영향권 밖’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려를 낳고 있는 지경학적 파편화(geoeconomic fragmentation)가 국가 간 행해지는 경제 활동과 무역, 자본 이동의 패턴을 바꾸고 있다. ‘다국가 뉴케인즈 모델’(multi-country New Keynesian model, 뉴케인즈 모델을 국가 간 거래에 적용)을 활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파편화의 도구로 활용되는, 상품과 원자재에 대한 관세와 자본 이동에 대한 세금은 지역마다 다른 효과를 발휘한다. 중국과 미국 동맹국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반면, 미국 및 미중 양쪽에 속하지 않은 중립국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다.
지정학적 갈등이 세계 경제 파편화 불러
브렉시트(Brexit)와 미중 무역 갈등,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지정학적 갈등은 수십 년간 지속돼 온 글로벌화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 간 상품 거래는 물론 금융 시장 개방성이 약화하고 글로벌화가 지연돼 냉전 시기 존재했던 경제 블록으로의 회귀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들은 거시경제 변수와 국제 통화 시스템 및 자본 이동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구체적으로 ‘전략 및 정책에 따른 경제 통합의 역전’으로 정의되는 지경학적 파편화는 세계 각국의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 환율, 무역 및 자본 흐름을 변화시키는데, 지역과 진영에 따라 양상이 모두 다르다.
미중 진영 간 상품 관세 인상 시 중국 진영에 더 큰 영향
먼저 상품에 매겨지는 관세의 영향을 보자. 해당 연구는 미국과 미국 동맹 진영(유럽 포함), 중국 동맹국(러시아 포함),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국으로 전 세계를 구분하고 미중 진영 간 10%P의 상품 관세 인상을 가정한다. 이때 양 진영은 경제 활동의 약화와 생산자 물가지수(producer price index, PPI) 인플레이션의 하락, 소비자 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 인플레이션의 상승이라는 현상을 공통적으로 겪게 된다.
여기서 생산자 물가지수 인플레이션의 하락은 통념에 반하는데, 이는 글로벌 수요의 감소가 공급량 감소를 앞지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해당 조치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미국과 유럽 양쪽에서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받는 중국 진영에 더 크게 작용한다. 해외 상품 수요 감소와 자국 상품 수요 증가로 중국과 동맹국들의 통화 가치는 절상된다. 미국과 유럽 중에는 중국 진영과의 무역 의존도가 큰 유럽이 더 많은 부정적 영향에 노출된다. 반면 중립국들은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비관세 상품 수요 증가에 따른 소규모의 수출 증가를 경험한다.
원자재 관세 인상에는 유럽이 취약
다음은 원자재에 대한 관세 인상이다. 수입 원자재에 대한 10%P의 관세 인상을 가정했을 때 결과는 지역에 따라 크게 갈린다. 원자재 무역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미국은 영향이 미약한 반면, 주요 원자재 수입 지역인 유럽은 원자재 가격 상승, 수요 하락, 국내 제조업 생산 축소라는 부작용에 놓인다. 유럽 가구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지고 이에 따른 긴축 통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소비 감소를 경험한다.
주요 원자재 수출국인 중국 진영은 글로벌 수요 감소로 가격 하락과 생산량 감소를 겪게 된다. 하지만 원자재 부문에서 상품 제조업 부문으로 노동력이 이전하며 국내 생산이 늘고 통화 가치 절하와 소비자물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 다른 원자재 수출국인 중립국들은 파급 효과가 크지 않다. 중국 진영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이점이 유럽 지역 수요 증가에 따른 생산량 증가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중국 진영과 미국 동맹국들의 소비 및 생산 하락 가장 커
마지막으로 자본 이동에 대한 세금 부과를 보자. 양 진영이 채권 거래에 0.5%의 세금을 부과한다고 가정했을 때 중국 진영이 작은 경제 규모로 인해 훨씬 더 큰 영향에 노출된다. 중국 동맹국들의 미국과 유럽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통화는 절상되며 국내 금리는 내려간다. 금리 인하가 소비를 진작하지만 통화 절상으로 인해 생산량과 인플레이션은 한풀 꺾인다. 미국과 유럽은 미약하지만 중국 진영과 반대 현상이 나타나며, 중립국들은 거의 영향이 없다.
결론으로 해당 연구가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경제 파편화의 도구인 관세와 세금이 어느 영역에 부과되는가에 따라 경제적 효과가 제각기 다르다. 이중 중국 진영과 미국 동맹국들이 가장 큰 소비 및 생산 하락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중국 진영과의 무역 거래 비중이 낮은 미국은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한편 중립국들은 미중 진영 간 부과되는 관세 및 세금 효과에 거의 노출되지 않아 파편화된 경제 체제에서 전략적 이점을 누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파편화 조치들이 항상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고 조치와 대상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중국 동맹국 간 환율은 상품 및 자산에 매겨지는 세금에는 절상으로, 원자재에 대한 관세에는 절하로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원문의 저자는 알레산드로 모로(Alessandro Moro) 이탈리아 은행(Bank Of Italy) 이코노미스트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FraNK: Fragmentation in the New Keynesian model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