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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정비투자계획, 제주항공 2천억 정비사 인력도 522명 '업계 최대' IFRS16 여파 속 부채비율도 500%대
제주항공의 무안공항 참사를 계기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대형항공사(FSC) 대비 정비비용을 덜 쓰고 있다는 의혹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LCC들은 정비비용이 적게 잡혔다고 해서 정비를 게을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실제로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항공기 정비·수리·개조’ 항목 부문에서 LCC 업계 가운데 투자비용(계획)이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LCC들 대형항공사比 정비비용↓
6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이었던 2019년 이후 항공기 1대당 정비 비용을 가장 많이 줄인 곳은 진에어로 파악됐다. 비용은 2019년 40억원에서 지난해 26억원으로 35% 감소했다. 티웨이항공도 2019년 33억4,514만원에서 지난해 28억원으로 줄었다. 이는 각 항공사가 올린 항공안전투자공시 계획에서 ‘항공기 정비·수리·개조’ 비용을 현재 항공기 대수로 나눈 수치다.
제주항공의 경우 대당 정비비가 2019년 28억2,342만원에서 2021년 22억7,346만원으로 줄었다가, 2023년 다시 50억4,480만원으로 증가했다. 2024년 정비비도 53억원으로 조금 더 늘었다. 이것만 보면 정비비 지출은 늘어난 것이지만, 대형사에 비하면 덜 쓴 것이 사실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1대당 정비 비용은 각각 116억원, 124억원이다.
리스 비중 큰 LCC들, 재무관리 압박 확대
이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2019년 도입된 IFRS16과 코로나19 팬데믹이 맞물려 LCC들의 재무 관리 부담이 커진 데 따른 것이라 해석한다. 실제 국내 LCC들은 2022년 재무제표상 리스부채와 리스부채에 따른 이자비용이 모두 증가했다. 환율이 오르면서 원화 약세로 리스부채에 대한 환손실도 커졌다. 이는 IFRS16의 영향이다. 이전 회계제도에선 항공사들이 리스 자산(항공기)을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로 분류하고, 금융리스만 부채로 인식했는데 새 회계기준 상에서 리스 항공기는 사용권자산(자산)과 리스부채(부채)로 계상돼,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증가하게 됐다.
당국이 1년 간의 유예기간을 적용한 상황에서,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회계 문제를 피해갈 수 있었다. 여객이 없으니 리스 항공기를 대부분 반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여객 수요가 회복되자, 항공사들은 반납했던 항공기를 다시 들여왔다. 이에 지난해부터 제도 도입에 따른 변화도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현금 이동 없이 부채와 이자비용, 그에 따른 환손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형세다. 리스 항공기에서 발생하는 부채는 B787 같은 대형기 한 대 기준으로 1,000억원 정도다. 국내 LCC 중 리스부채가 가장 높게 책정된 제주항공(약 5,882억원)의 경우, 2023년 기준으로 관련 이자비용 및 환차손만 각각 234억원, 48억원이 발생했다. 리스로 인한 현금 유출 총액이 1,584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비용의 4배 규모가 재무제표상 부채로 인식된 셈이다.
이에 국내 LCC들은 부채 비율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진에어는 100% 임대 항공기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경쟁사 대비 부채비율이 낮은 편이다. 2022년 말 565.9%를 기록한 부채비율은 2023년 400%대를 유지했다. 진에어가 400%대 부채비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EB(교환사채) 상환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4월 진에어는 기발행한 159억원 규모의 EB를 전액 상환했다. 해당 EB는 지난 2021년 4월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삼아 발행된 물량으로 항공기 리스료, 유류비, 정비비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만큼 저리에 자금 조달이 가능한 메자닌(제1회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교환사채)을 활용했다.
진에어 다음으로 부채 비율 관리가 잘된 LCC로는 제주항공이 꼽힌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의 부채 비율은 511.81%로, 티웨이항공(718.15%)과 에어부산(776.41%)보다 부채 및 유동비율이 현저히 낮다.
제주항공, 항공기 정비 예산 LCC 1위
특히 제주항공은 지난해 항공기 정비·수리·개조에 투자한 잠정 비용(계획)이 2,187억원으로 LCC 8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뿐만 아니라 올해 항공기 정비·수리·개조 부문에 투입 계획 비용 역시 2,209억원으로 타 LCC들의 투자 계획을 크게 상회한다. 제주항공의 올해 항공기 정비·수리·개조 부문 투자 규모를 항공기 보유대수(41대, 사고항공기 1대 포함)로 나눠 1대당 대략적인 평균 정비비용을 살펴보더라도 54억원에 달한다. LCC 매출 2·3위인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의 항공기 1대당 정비비용 투자 규모가 각각 38억원, 3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제주항공의 정비비용이 적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정비사 수도 522명으로 LCC 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는 항공기 1대당 평균 12.7명으로 과거 국토교통부에서 정한 항공운송·정비 종사자 최소 기준을 웃도는 수준이다. 여기에 제주항공은 올해 항공정비 인력을 상·하반기 각각 38명·27명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의 ‘발동기(엔진)·부품 등의 구매 및 임차’ 투자 규모가 2023년 대비 지난해 감소한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 제주항공은 2023년 엔진·부품 등 구매·임차 부문에 1,906억원을 투자했지만 지난해 553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이 2023년 엔진·부품 구매 및 임차에 많은 비용을 투자한 이유는 코로나19 기간 주기장에 세워둔 항공기를 다시 정상 가동하는 등 엔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엔진 정비를 하고, 여분 엔진 2대를 추가로 확보한 비용이 반영된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엔진·부품 구매 및 임차에 투자를 계획한 553억원은 제주항공이 가장 많은 기단을 구축해 운항한 2019년(45대) 415억원과 비교하더라도 결코 적지 않다. 한 업계 전문가는 "사고 책임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의혹이 부각돼 항공사가 피해를 입는 일은 있어선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