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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 대상자 대폭 확대한 은행권 “디지털 전환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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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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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지원금 등으로 희망퇴직 독려
경영·인력 구조 효율화로 혁신 가속
오프라인 점포 운영도 ‘선택과 집중’

은행권에 희망퇴직 시즌이 도래한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퇴직 신청 대상을 확대하며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업무 대부분이 비대면 전환하고 있는 만큼 인력 구조 효율화를 통해 재무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금융당국은 은행 점포 수 감소에 따른 고령층의 금융소외 및 지역 신용공급 축소 등의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실제 여파는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은행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년 한참 남기고 ‘제2의 인생’ 준비하는 은행원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올해 첫 영업일인 지난 2일 준정년 특별퇴직을 발표했다. 만 15년 이상 근무한 40세 이상 일반직원이 대상이다. 하나은행은 1969년 하반기 출생 직원에 준정년 특별 퇴직금으로 최대 30개월의 월평균 임금을 지급하고, 1970~1972년생 관리자급에는 최대 30개월치 평균 임금을 지급한다. 또 책임자 및 행원급에는 최대 31개월치 평균 임금이 특별 퇴직금으로 주어진다.

같은 날 우리은행도 10년 이상 재직한 1969년생 이후 출생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 접수에 나섰다. 1969년생 직원은 직전 19개월분 임금을, 1970년 이후 출생자는 평균 임금 31개월분 등이 조건이다. 우리은행 희망퇴직자들에게는 특별 퇴직금과 함께 자녀 대학교 학자금과 재취업 지원금, 건강 검진비 등이 추가 지원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3~17일 닷새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에만 두 차례의 희망퇴직을 단행한 신한은행은 하반기 30대 직원까지로 그 대상을 확대했다. 1986년생 이전 출생 직원들을 대상으로 접수한 지난해 하반기 희망퇴직에서는 총 534명이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퇴직금은 직전 희망퇴직과 동일한 수준인 월평균 임금의 7~31개월분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연령, 고연차 직원들의 ‘제2의 인생’ 출발을 돕고, 인력 효율화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며 대상 확대 배경을 밝혔다.

비용 절감·효율 극대화 위해 ‘탈 지점화’ 방점

매년 정례화된 은행권의 희망퇴직이지만, 눈에 띄는 부분은 매년 연령 대상자가 대폭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은행원들도 정년보다 일찍 짐을 싸는 등 제2의 삶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이는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과 무관치 않다. 은행권은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업무의 상당 부분이 비대면 전환하고 있는 만큼 경영·인력 구조 효율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전반의 성장이 주춤한 탓에 ROC(자본수익률), CIR(영업익경비율) 관리 등 비용 절감이 중요해졌다”며 “구성원으로서도 희망퇴직이 금전적 보상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많이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은행들이 ‘점포 줄이기’에 열심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과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6개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씨티은행) 점포 수는 2012년 말 4,729개에서 지난해 3월 말 2,989개로 12년여 사이 1,740개(37%)가 줄었다. 오프라인 영업점 10곳 중 4곳은 문을 닫은 셈이다. 지방은행까지 합친 국내 일반은행 점포 수는 같은 기간 5,675개에서 3,801개로 33% 감소했다.

폐쇄 사유는 영업권 중복, 권역별 중·대형화, 근접 점포와 통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중소 규모인 기업금융 점포를 인근 소매금융 점포에 흡수·통합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구로역기업금융센터를 구로역금융센터로 통합하는 등 6곳에서 같은 방식의 통폐합을 진행했다. 과거 기업금융은 지역 밀착 영업이 핵심인 탓에 더 많은 점포와 인력 투입이 중요한 것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소수 금융센터에 역량 집중 추세”

다만 시중은행의 영업점 축소 움직임은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잠시 속도를 늦춘 상태다.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통해 은행이 영업점 폐쇄를 결정하기 전 이용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했다. 금융의 디지털화가 속도를 높이면서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점포 수를 줄이는 등 비용 효율화를 서두르고 있으나, 이는 고령층의 금융 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지적이다.

예금보험공사 또한 같은 해 12월 발간한 ‘은행 지점 수 감소가 신용 공급 및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은행 지점 수 감소가 지역 기업의 신용 공급과 실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예보는 “스웨덴 사례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은행 지점의 30%가 문을 닫을 경우 향후 3년간 지역 기업에 대한 대출이 5.8% 줄었고, 이미 실행된 기업 대출도 중단될 가능성이 4.5%p 늘었다”며 “이런 신용공급 위축은 소기업이나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유형 자산이 부족한 기업일수록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은행 점포 수 급감에 대한 정책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게 예보의 제언이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점포 수 감소가 지역 자금 공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점포 수 감소와 지방 신용공급 간 상관관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은행권이 지점을 대거 통폐합하면서 하나의 금융센터가 다양한 역량을 갖추게 된 만큼 그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를 소비자와 나눌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여러 지점을 두고 필요한 시점에만 협업하는 제도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며 “은행권의 세대교체가 가팔라진 만큼 과거부터 이어져 온 제도 또한 과감히 바뀌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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