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5거래일 연속 매도에 6% 뚝, 애플 주가 전망 먹구름 계속되는 中 애국소비 기조, 中 판매 둔화 리스크 재부상 이례적 '가격 할인' 나섰지만, 실적 끌어올릴지는 미지수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증권가들이 주가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애플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중국 판매 둔화 리스크가 다시 부각된 탓이다. 이에 애플은 새해부터 할인 행사를 들고나왔다. 중국 경기 둔화와 현지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좁아진 입지를 ‘가격 경쟁력’으로 극복해 보겠단 의지로 해석된다.
작년 말 중국 아이폰 판매 실적 '저조'
6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3일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0.2% 하락해 243.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애플은 지난달 26일 259.02달러에 거래돼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이후 5거래일 연속 내려 이 기간 동안 약 6% 떨어졌다.
애플의 주가 상승세가 더딘 흐름을 보인 것은 작년 상반기부터다. 글로벌 빅테크 중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하반기 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 등이 AI에 과도하게 투자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애플이 주목받는 반사 효과를 누리며 주가가 30%가량 올랐지만, 이 같은 흐름은 오래가지 못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작년 4분기 애플 실적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스위스계 대형 투자은행 UBS의 데이비드 보그트(David Vogt) 연구원은 투자 보고서를 통해 "애플에 겨울이 찾아왔다"며 작년 4분기 이후 애플의 아이폰 매출이 시장 전망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작년 11월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 대수가 2023년 11월보다 28%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며 "작년 4분기 아이폰 매출이 전문가들 기대치보다 5%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그트 연구원은 애플에 대해 중립 투자의견과 12개월 목표가 236달러도 유지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집계 기준 월가 기대치(248달러)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中 애국 소비에 점유율 추락
실제 애플은 외국 브랜드 중에선 중국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경기 둔화와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 속에 점점 큰 압박에 직면해 있다. 과거 애플이 굳건한 선두를 달렸던 중국의 프리미엄 스마트폰(600달러 이상) 시장이 ‘애국 소비’를 등에 업은 중국 토종 기업들의 약진으로 애플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국 내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 급증한 반면, 애플은 5% 하락했다. 더욱이 화웨이는 중국 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33%로 끌어올리며 1위인 애플(52%)과의 격차도 좁혀나가는 추세다.
이에 애플은 중국 시장 점유율 하락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해맞이 할인행사'에 나섰다. 애플은 2일(현지시간) 중국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이달 4~7일 조건에 부합하는 결제 방식으로 지정된 상품을 구입하면 최대 800위안(약 16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이폰의 경우 가장 최신인 16시리즈를 포함해 14·15 시리즈가 할인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16시리즈는 상위 레벨인 '프로'와 '프로맥스'의 가격 인하 폭이 500위안(약 10만원)으로 책정됐다. 아이폰16과 아이폰16 ‘플러스’는 소폭 낮은 400위안을 할인한다. 할인가가 적용된 아이폰16은 5,999위안(약 120만원), 프로 모델은 7,999위안(약 160만원)부터 시작한다.
업계에선 애플이 이 같은 프로모션을 들고나온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불과 3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아이폰16 시리즈 출시 직후 이미 할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프로모션은 화웨이가 다양한 하이엔드 모델의 가격을 인하한 지 며칠 만에 나왔다”며 “중국 본토에서의 치열해진 스마트폰 경쟁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화웨이는 애플보다 앞선 지난달 30일 '퓨라(Pura) 70' 시리즈와 '메이트 X5' 등 일부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을 최대 20% 인하했다. 지난해 4월 출시된 '퓨라 70 울트라'의 경우 1TB(테라바이트) 모델은 최초 가격 1만999위안(약 220만원)에서 18% 할인된 8,999위안(약 181만원)에, 512GB(기가바이트) 모델은 20% 내린 7,499위안(약 15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폴더블폰 메이트 X5는 1만2,999위안(약 261만원)에서 1만499위안(약 211만원)으로 19%(2,500위안) 내렸다.
中 의존도 줄이는 애플, 인도 시장 매출 33%↑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애플의 인도 시장 전략이 최근 성과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실적에 대한 우려도 일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애플은 미·중 무역갈등으로 점점 위험도가 높아지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과 판매를 다각화하기 위해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 내에서 아이폰 생산을 늘리는 한편, 인도 시장 내 제품 판매도 늘리기 위해 2023년 뭄바이, 뉴델리에 첫 매장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 네 곳의 매장을 추가로 개장하기도 했다.
여기엔 인도 정부의 지원금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인도 정부가 현지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스마트폰 부품 수입 관세를 낮추면서, 인도에서 생산해 현지 판매하는 아이폰의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7월 인도 정부가 스마트폰 수입 관세를 20%에서 15%로 내리자, 애플은 인도에서 판매되는 아이폰 가격을 5%가량 인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인도 시장 내 아이폰 판매량도 대폭 확대됐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 인디아 데이터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3분기에만 아이폰 약 400만 대를 출하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이폰15와 아이폰13의 판매 호조로 역대 최다 분기별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다. 이로써 지난해 3분기까지 인도 내 아이폰 출하량은 900만 대 이상으로 늘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판매액은 79억6,000만 달러(약 11조3,000억원)에 달한다. IDC 분석가들은 인도 내 아이폰 판매량이 지난해 1,200만 대를 돌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23년의 900만 대 대비 33% 늘어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