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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가 대화 엿듣고 개인정보 침해”, 애플 '거액 배상'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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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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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시리가 무단으로 사적 대화 녹음" 주장
"안녕 시리"에 자동 활성화, 녹음 자료 광고주 등에 제공
총 9,500만 달러 지불하기로 합의, 기기당 20달러 수준
사진=애플

애플이 자사 기기에 탑재한 인공지능(AI) 비서 소프트웨어 '시리(Siri)'를 이용해 이용자 음성을 수집하고, 이를 맞춤형 광고에 활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소비자들에게 거액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애플은 합의금 지급에 동의했으나, 개인 정보 무단 수집은 여전히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도청 의혹 관련 소송서 배상금 지급 합의

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총 9,500만 달러(약 1,400억원) 규모의 예비 합의안을 지난달 31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에 제출했다. 합의안에 의하면 2014년 9월 17일부터 지난해까지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시리가 장착된 애플 기기를 사용한 소비자는 기기당 합의금 20달러를 받는다. 합의금을 받을 수 있는 기기는 1인당 최대 5개로 제한된다. 미국 내에서 해당 기기를 구입·소유한 점과 그 기기에서 시리가 동의 없이 활성화됐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사건 발단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러 아이폰 이용자들이 “시리가 무단으로 사적 대화를 녹음해 광고주에게 제공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 사용자는 주치의와 시술에 대해 사적 대화를 나눴는데, 아이폰에 이 치료와 관련한 광고가 떴다고 했다. 또 다른 원고는 나이키 운동화에 관해 대화하자 그 신발 광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시리는 원래 “헤이 시리” 또는 “시리야”라고 불러야 반응하는데, 원고 측은 시리를 호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리가 몰래 작동해 대화를 녹음하고 광고주에게 넘겼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합의는 소송 종결을 위한 행보로, 애플이 도청 의혹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AP는 설명했다. 합의안은 사건을 맡은 제프리 화이트 연방 지방법원 판사가 승인해야 효력이 생긴다. 법률대리를 맡은 변호사들은 다음 달 14일 합의안 검토를 위해 재판을 열어달라고 제안한 상태다. 화이트 판사가 합의안을 승인한다면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기기 이용자 수천만 명이 애플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 미국 영토 내에서 해당 기기를 구입·소유했으며 이 기기에서 시리가 동의 없이 켜졌음을 입증해야 한다. 애플은 지급 요건을 충족하는 고객 중 3%에서 5% 정도에게 배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 알렉사 에코/사진=아마존

사용자 음성 수집해 표적 광고

스마트폰과 AI 스피커가 등장한 이후부터 ‘빅테크들이 대화를 엿듣고 광고를 띄운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 주변에서 특정 단어와 주제가 들어간 대화가 오가면, 이를 기기가 인식해 사용자의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앱에 관련 광고를 띄운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 이용자들은 구글, 아마존에 대해서도 같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구글의 음성 비서인 보이스 어시스턴트, 아마존 음성 비서 알렉사가 음성을 무단 수집해 광고에 활용했다는 의혹이다.

음성 수집 의혹이 수면으로 떠오른 때는 2019년이다. 아마존이 수천 명을 고용해 AI 스피커 알렉사의 음성 녹음을 정리·분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아마존은 ‘AI 성능 개선’ 목적이라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컸다. 이용자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고, 여러 빅테크는 “음성 녹취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이후 초인종 등에 설치되는 ‘링’ 카메라와 알렉사가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소송에 직면한 아마존은 지난해 소송 종결을 위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3,000만 달러(약 440억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구글도 음성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둘러싸고 유사한 소송에 직면해 있다. 해당 소송은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법원에 계류 중이며, 애플과 같은 로펌이 구글을 대리하고 있다.

美 빅테크 협력사 내부 보고서 유출

지난해 9월에는 페이스북(현 메타)의 마케팅 파트너 중 한 곳인 미국 업체 콕스미디어그룹(CMG)이 만든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유출돼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 자료에서 CMG는 ‘액티브 리스닝(Active-Listening)’ 소프트웨어를 통한 광고 제작 방법을 홍보하고 있는데, CMG는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내장된 마이크로 음성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사용자 맞춤형 광고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CMG는 자료에서 “광고주는 음성 데이터를 행동 데이터와 결합해 소비자를 타기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출된 자료에는 액티브 리스닝 소프트웨어가 사용자 음성 데이터를 수집하는 6단계 과정이 상세히 나타나 있었다. 우선 사용자가 음성데이터를 남기면 AI가 수집·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려는 생각을 가진 ‘구매 의향 소비자’를 특정한다. CMG는 이러한 소비자 리스트를 자신의 플랫폼에 업로드 한 뒤 맞춤형 디지털 광고를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영국 데일리메일은 “친구와 특정 제품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온라인에서 해당 상품을 검색한 후 더 많은 광고를 보게 됐다면 그 이유가 이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CMG의 주요 고객으로는 페이스북과 구글, 아마존 등이 포함돼 있었다. 빅테크들이 음성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해 광고에 썼다는 의혹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배경이다. 특히 페이스북 감청 논란은 2016년 5월에 처음 불거졌다. 당시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켈리 번스 사우스플로리다대 교수의 주장을 바탕으로 페이스북 메신저의 마이크 사용 권한을 해제하라고 보도한 바 있다. 페이스북이 스마트폰의 마이크를 통해 사용자가 하는 말이나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 등을 수집한다는 것이다. 2019년 8월에는 블룸버그가 “페이스북이 수백 명의 외부 직원을 고용해 자사 서버에 저장된 이용자 음성 녹음을 글로 옮겨 적도록 했다”고 폭로했다. 논란이 커지자 페이스북 측은 이를 시인하고 이용자들의 음성 녹취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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