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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인공위성 2개 도킹 성공 우주선 간 전력 전송 시연도 포함 모디 총리 "향후 우주 임무에 중요한 디딤돌"
인도가 세계에서 4번째로 인공위성 우주 도킹 실험(SpaDeX)에 성공했다. 우주 도킹 기술은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고, 사람을 달에 보내겠다는 인도의 장래 야망에 필수적인 실험으로 꼽힌다. 도킹 임무를 성공시킴에 따라 인도는 향후 국제 우주 활동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러·중 이어 세계 4번째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 우주 연구 기구(ISRO)를 비롯한 우주 관련 단체들이 인공위성 도킹을 성공적으로 시연했다"며 "향후 몇 해에 걸쳐 인도에서 진행할 야심 찬 우주 임무의 중요한 디딤돌이 세워졌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ISRO는 지난달 30일 인도 안드라프라데시 남부 사타시 다완 우주 센터에서 약 220kg 규모의 소형 우주선 '타깃(표적)'과 '체이서(추적자)'를 도킹할 목적으로 저궤도에 쏘아 올렸다. 도킹 실험은 당초 이달 7일에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도킹 과정에서 지상 시뮬레이션을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두 차례 연기됐다. ISRO는 "예상보다 더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실험했으나 도킹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우주 도킹 임무는 도킹 외에도 도킹된 우주선 간의 전력 전송 시연도 포함한다. 이는 우주 내 로봇 공학, 복합 우주선 제어, 도킹 해제 후 탑재 장비 운용 등에 필수적인 기능이다. 특히 이 기술들은 공동의 임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로켓을 여러 차례 발사할 때 매우 중요하다. 인도의 천체 물리학자 자얀트 머시는 "인도의 야심찬 임무를 위해서는 이 중요한 기술이 필요하다"며 "우주 정거장 건설과 같은 다양한 임무는 우주 도킹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영하 100도 넘는 밤' 못 견디고 잠든 인도 달착륙선
인도는 이번 우주 도킹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그간 대두돼 온 기술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2023년 8월 23일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Chandrayaan-3)의 착륙선 비크람은 달 남극에 착륙했지만 달 남극의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상태다.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소련, 중국에 이어 인도가 네 번째지만, ‘달 남극 탐사’에 나선 건 인도가 처음이었다. 당시 달 착륙 이후 탐사 로봇 프라기안은 13일 동안 100m 정도를 이동하며 남극 표면에 황(黃)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비크람은 달 남극 표면 토양의 기온을 측정하는 등 각종 과학 데이터를 지구로 보냈다. 비크람은 약 40㎝를 점프해 안착하는 실험에도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달의 밤이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달에서는 낮과 밤이 14일 주기로 바뀌며 햇빛이 없는 달 남극의 밤은 영하 100도 이하로 떨어진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어 작동하는 비크람과 프라기안은 다음달인 9월 3일 수면 모드에 들어갔고 22일 다시 해가 떠올라 전지판을 데웠지만 깨어나지 않았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였다. 영하 100도 이하로 떨어지는 길고 혹독한 달의 밤을 견디려면 보온 장치를 달거나 더 내구성이 있는 부품을 사용해야 하지만, 그만큼 비용·무게·복잡성이 커진다. ISRO는 이런 장치 없이 비크람과 프라기안이 달의 밤을 이겨내길 희망했으나 기대와 달리 비크람과 프라기안은 ‘처음으로 달 남극에 닿은 인류의 손길’이라는 과학적 성과만 남긴 채 영원히 그곳에 잠들었다.
인도 우주 산업 투자, 지난해 55% 감소
이후 인도의 우주 분야에 대한 투자금도 급감했다. 지난해 인도의 우주 산업 투자금은 5,910만 달러(약 860억원)로, 이는 전년 대비 55% 감소한 수치다. 시장 정보플랫폼 트랙슨(Tracxn)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는 약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또한 지난 5년간 전 세계 우주 기업들은 280억 달러(약 40조7,000억원)를 조달한 반면, 인도 기업들은 같은 기간 3억5,400만 달러(약 5,150억원)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
2023년만 해도 인도 우주 산업은 2022년 대비 32.9% 증가한 1억3,020만 달러(약 1,895억원)를 기록하며 투자 정점을 찍었다. 이는 위성 기술, 발사체, 우주 탐사를 지원하는 다양한 이니셔티브 덕분이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인도 우주 스타트업들은 72건의 투자 라운드를 통해 총 3억5,350만 달러(약 5,145억원)를 조달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도가 우주 도킹 실험에 성공한 만큼 올해는 투자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 정부도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세계 상업 우주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규모가 1조 달러(약 1,4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인도의 우주 시장 규모는 80억 달러(약 12조원·점유율 2%)에 불과하지만 인도 정부는 이 수치를 2040년까지 440억 달러(약 64조원)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2027년 달 탐사, 2028년 금성 궤도 탐사, 2035년 자체 우주 정거장 건설 등을 거쳐 2040년에는 달에 인간 우주비행사를 착륙시킨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