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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한국 반도체 인력 빼가기 행태 심화 대기업에 이어 장비사·스타트업으로 대상 확대 알선 브로커 판치고 핵심 첨단 기술 유출 시도 잇따라
중국 기업들이 거액의 연봉을 앞세워 국내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규제로 핵심 장비를 확보하지 못하고 첨단 반도체 생산의 어려움을 겪게 되자 인재 빼가기로 맞서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새로 개발한 기술 보도자료가 나간 지 하루도 안 돼서 핵심 엔지니어들한테 영입 제안이 오는 실정이다. 이에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가속하는 국내 경쟁력 약화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4조원대 반도체 기술 中에 빼돌린 브로커
2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핵심 인력에 대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영입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기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대형 메모리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새롭게 부상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반도체 장비사 등 영입 타깃이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인재 유출 시도가 두드러지는 분야는 중국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다. 최근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CHJS) 대표 최모씨와 공정설계실장 오모씨는 삼성전자가 개발비 4조원을 투입한 국가 핵심기술을 부정 사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핵심 기술 인력의 중국 이직을 알선한 브로커들도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는데, 피해 규모만 4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지난 19일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는 산업기술보호법위반,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 등의 혐의로 중국계 회사 운영자 A씨와 설계팀장 B씨 등 2명을 구속기소 했다. 또 같은 혐의로 A씨가 운영한 회사 등 법인 3곳과 회사 직원 등 관련자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의 국내 계열사 사장인 A씨는 B씨 등과 공모해 2021년 10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이자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의 세정장비 챔버부 설계도, 이송로봇 도면 등을 부정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세정공정 레시피(세정장비를 구동하는 세부 절차와 방법을 정리한 문서)를 활용해 문서를 작성한 혐의도 있다.
제3국에 근무지 마련 등 회유책 제시도
중국의 한국 반도체 인력 빼가기는 그 행태도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국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 C씨는 2023년 중국 주요 통신업체로부터 이직 제의를 받았다. C씨가 근무하는 업체는 자회사를 통해 5G 산업에 적용하기 위한 RF(무선통신)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C씨는 "해당 업체가 제시한 내용 중 가장 눈에 띈 부분은 근무지"라며 "미중 갈등의 여파가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는 해외의 제3국, 중립국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중국의 조건은 최근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에 대한 압박 수위가 연일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및 제조능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에 일부 중국 기업들은 미중 갈등의 여파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인근 국가에 법인을 설립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20년 초부터 2021년 말까지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중국계 기업은 400개에서 700개로 증가했으며, 2023년 말까지 1,700개사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엔지니어를 영입하기 위한 보상 조건도 파격적인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 D씨는 "중국 반도체 기업이 한국에 법인을 세우고 인력을 채용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연봉을 많이 주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장비 개발에 대한 프로젝트 성공 시 40억~50억원의 별도 보수를 주는 계약을 내거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더 강력한 처벌과 입법 필요”
이처럼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성과급 보상 체계 재편 등으로 ‘집토끼’를 지키겠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또 내부적으로 퇴사자 및 전직 임원을 통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회사 규정 등을 강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퇴사한 직원에 대한 취업제한 서약서와 모니터링 등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다만 대기업들은 초과이익성과급 주식보상제도를 일반 직원에게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대안 모색이 가능하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IP(지식재산권), 테스트 등의 분야 기업들은 핵심 인력을 붙잡을 수단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해외로의 기술 유출을 방어하기 어렵게 되자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산업스파이 관련 법안이나 기술 유출에 대한 법과 기준이 느슨하다는 점”이라며 “이미 상당 부분의 핵심 기술이 유출된 상황에서 더 큰 국가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강력하게 규제할 수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