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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제품에 AI 기능 탑재하며 요금 상향 조정 급증하는 AI 투자 비용, 요금 인상은 부담 상쇄 전략? "오픈AI보다 못하다" 부진한 MS AI 부문 수익성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인·가정용으로 판매하는 소프트웨어 ‘MS 365’에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하면서 12년 만에 가격을 대폭 인상한다. 최근 수년간 AI 부문 투자가 급증하며 관련 비용 부담이 확대된 가운데, 지지부진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소비자 반발을 무릅쓰고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MS, AI 앞세워 제품 가격 인상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MS는 최근 자사 블로그를 통해 MS 365 이용 요금을 3달러(약 4,300원)씩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인 요금은 기존 월 6.99달러(약 1만원), 연간 69.99달러(약 10만원)에서 월 9.99달러(약 1만4,300원), 연간 99.99달러(약 14만3,600원)로 42.9% 오른다. 최대 6명까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가족 요금 가격은 기존 월 9.99달러, 연간 99.99달러에서 월 12.99달러(약 1만8,600원), 연간 129.99달러(약 18만5,200원)로 30% 인상된다. 인상 요금은 신규 이용자의 경우 상품 구매 즉시 반영되며, 기존 이용자의 경우 서비스 기간이 갱신될 때 반영된다.
MS는 요금 인상과 동시에 MS 365에 AI 에이전트 ‘코파일럿 AI’를 탑재했으며, AI를 사용해 이미지를 편집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MS 디자이너’ 기능도 추가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MS가 사용자 의사와 관계없이 AI 기능을 추가해 무리하게 가격을 인상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MS는 기존 구독자에 한해 AI 기능이 포함되지 않은 저렴한 클래식 요금제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히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해당 옵션은 이용 기간이 제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I 기능 사용을 원치 않는 기존 사용자도 추가 요금 부과를 피할 수는 없는 셈이다.
AI 투자 비용 부담 확대
MS의 요금 인상은 천문학적인 AI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MS는 최근 준수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만큼 AI 관련 투자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요금 인상은 수익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MS는 2024년 3분기(7~9월) 655억9,000만 달러(90조5,601억원)의 매출과 3.30달러(4556원)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고, 순이익은 246억7,000만 달러(약 35조4,310억원)로 11% 늘었다.
MS는 올해도 AI 부문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은 지난 3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AI 기술 구현을 위한 데이터센터에 연간(지난해 7월~올해 6월) 800억 달러(약 117조7,6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MS는 2024년 회계연도에 AI 투자를 포함한 전체 자본 지출 규모를 557억 달러(약 79조9,960억원)로 보고한 바 있다. 데이터센터에만 지난 회계연도 연간 자본 총지출 이상의 자금 투자를 단행하는 셈이다.
스미스 부회장은 "오늘날 미국은 민간 자본의 투자와 미국 기업들의 혁신 덕에 글로벌 AI 경쟁을 선도하고 있다"며 "이런 진전은 AI 혁신과 이용의 필수 기반인 대규모 인프라 투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 회계연도에 AI 모델들을 훈련하고 세계적으로 AI와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하기 위해 AI 지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약 8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AI 사업 수익성 '의문'
AI 사업의 부진한 수익성 역시 MS의 가격 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온라인 매체 디 인포메이션이 다수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MS의 '애저 오픈AI' 서비스의 연간반복매출(ARR)은 지난해 6월 10억 달러(약 1조3,780억원)를 돌파했다. 이는 오픈AI의 ARR이 같은 해 3월 10억 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부진한 성적이다. ARR은 이전 달 수익에 12개월을 곱한 수치로, 현시점에서 추가적인 구독이나 구독 취소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구독 모델을 제공하는 기업의 1년 예상 매출을 보여주는 지표다.
업계는 MS의 부진한 성적이 '예상외'였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업체인 MS와 오픈AI의 체급 차를 감안하면 놀랄 만한 결과였다"라며 "MS는 챗GPT와 윈도우, 오피스 제품군, 코파일럿 AI 등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오픈AI에 뒤처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특히 오픈AI가 그다지 수익성이 좋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MS의 부진은 한층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오픈AI는 모델 훈련 및 컴퓨팅 비용으로 인한 지출이 급증하며 수익성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디 인포메이션이 지난해 10월 오픈AI 재무 문서에 포함된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26년 오픈AI 손실 규모는 지난해 대비 3배 늘어난 140억 달러(약 19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오픈AI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식 보상이 포함되지 않은 수치로, 손실액은 차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디 인포메이션은 오픈AI가 매출이 1,000억 달러(약 140조원)에 도달하는 2029년 이후에야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