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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레이드 출범으로 막 오른 복수 거래소 시대, 주식시장 기대와 우려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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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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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70년 독점 체제 종료 수순
수익 악화 우려에 ‘호가 제공 거부’ 선 긋기
변동성 확대 및 투자자 보호 미흡 지적도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내달 4일 출범을 앞둔 가운데 증권사들이 넥스트레이드에 적용할 매매 수수료를 하나둘 발표할 전망이다. 대체거래소란 기존 정규거래소 외에 주식 등 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전자거래 플랫폼을 말한다. 오랜 시간 지지부진하던 복수 거래소 시대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시장에서는 소비자 편의 증대의 순기능을 기대하는 목소리와 변동성 확대 등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변동성 낮은 10개 종목에서 800개 종목까지 확대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거래 금액 구간별로 차등 적용하던 주식 매매 수수료율을 오는 3월 4일부터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한국거래소를 통한 주문 체결에는 0.147%, 넥스트레이드에는 0.146%의 수수료율을 적용해 0.001%p 차이를 뒀다. 이는 온라인 주문 기준이며, 오프라인 거래 역시 한국거래소에는 0.491%, 넥스트레이드에는 0.49%의 별도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여타 증권사들도 이달 내 넥스트레이드의 수수료율을 공표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증권사 역시 한국투자증권의 사례처럼 넥스트레이드의 수수료를 더 낮은 수준으로 책정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넥스트레이드의 수수료는 0.00134~0.00182%로 한국거래소와 비교해 최대 40% 낮은데, 금융당국에서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수수료를 전가할 때 이 같은 차이를 반영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주식시장은 한국거래소의 전신인 대한증권거래소가 1956년 개설된 이후 거의 70년 가까이 독점 체제로 운영돼 왔다. 2013년에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대체거래소 설립을 위한 법적 활로가 뚫렸지만, 이후 구체적인 설립 논의는 다소 지지부진했다. 그러던 와중 2020년대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주식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변화다.

ATS 첫 주자 넥스트레이드 출범으로 가장 달라지는 점은 주식 거래 시간이다. 한국거래소는 2016년 이후 오전 9시 개장, 오후 3시 30분 장 마감 시스템을 유지해 왔다. 반면 넥스트레이드는 KRX와 동일한 정규 거래시간 외에도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 30분~오후 8시)을 운영한다. 이로써 일 6시간 30분에 불과했던 국내 주식거래 시간은 5시간 30분 늘어나 12시간이 된다.

예외적으로 오전 9시 직전 10분, 오후 3시 20분부터 10분 동안은 ATS 거래가 일시 중단된다. 한국거래소가 시가 및 종가를 산출할 때 혼선을 최소화하고, 시세조종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넥스트레이드의 애프터 마켓 운영에 따라 오후 4시30분~6시 운영되는 한국거래소의 시간외단일가 시장은 넥스트레이드의 거래 종목을 제외한 채 진행된다.

넥스트레이드는 출범 이후 2주간 롯데쇼핑, 제일기획, 코오롱인더스트리, 골프존, LG유플러스, S-Oil, 동국제약, 에스에프에이, YG엔터테인먼트, 컴투스 등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10개 종목만 거래한다. 이후 순차적으로 거래 종목을 확대해 4월 초에는 시가총액 및 거래대금이 큰 기업을 위주로 800개 종목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향후 ETF(상장지수펀드) 및 ETN(상장지수증권) 등 거래 상품 또한 포함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ATS 거래를 위해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설치할 필요가 없으며, 기존 사용하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투자자가 매수 또는 매도 주문을 내면 호가창에 KRX, NXT가 함께 표시되고, 증권사는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격과 비용, 체결 가능성 등을 고려해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조건으로 주문을 진행한다. 우리보다 앞서 ATS를 도입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은 일찌감치 정규거래소와 대체거래소의 경쟁체계가 확립된 상태다.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운영 모식도/출처=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호가 사용 금지, 시장감시 수수료 부과 검토

오랜 시간 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한국거래소는 경쟁자의 등장에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당장 수입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거래 수수료가 일정 수준 잠식당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번 수수료 개편안을 내놓은 한국투자증권을 예로 들면, 투자자가 MTS에서 10만원어치의 주식을 주문할 경우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체결 건의 수수료는 각각 147원, 146원으로 1원 차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거래소의 시각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금이라도 거래 비용이 낮은 경우에만 주문을 끌어올 수 있는 구조 때문이다. 투자자가 특정 거래소를 선택하지 않는 한, 증권사는 투자자의 주문을 분석해 어느 거래소로 주문을 넣어야 유리한지 판단한다. 이때 사용되는 기준은 결국 비용이다.

먼저 매도의 경우 주당 가격에 매도 수량을 곱해 거래 비용을 제한 ‘총대가’를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수수료가 낮은 넥스트레이드가 한국거래소보다 우위다. 두 거래소 중 동일 가격의 호가가 있는 종목이라면 증권사는 넥스트레이드에 주문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매수 역시 총비용(주당 가격*매수 수량-거래 비용)에서 넥스트레이드의 수수료가 더 저렴하다. 한국거래소로서는 거래 수수료 수입에 타격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는 ATS에 시장감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ATS는 중개 기능만 있기 때문에 시장 관리에 필요한 불공정 거래 감시, 투자자 보호 조치, 청산결제, 통합시세 산출 등은 여전히 한국거래소에서 담당해야 하는데, 비용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체계에서는 시장감시 수수료만 별도 부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넥스트레이드가 도입하려는 ‘중간가 호가’에 한국거래소의 호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간가 호가는 가장 비싼 매수가격인 최우선 매수호가와 가장 싼 매도가격인 최우선 매도호가의 중간값으로 가격이 자동 조정되는 호가 조정 방식이다. 투자자에 유리한 가격으로 매매할 수 있도록 조정되는 것은 물론, 호가 단위가 세분화하는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당초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로 들어온 호가와 자사로 들어온 호가를 종합해 중간가 호가를 집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 거래소의 호가를 종합해 중간가를 집계하면, 호가가 더 촘촘해 투자자에게 유리한 호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두 거래소의 호가를 종합하면서도 낮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넥스트레이드가 유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한국거래소가 호가 사용을 금지 거부하면서 넥스트레이드의 중간가 호가 도입도 무산됐다.

한국거래소는 호가를 공유하지 않는 것이 복수 거래소 경쟁 체제에 더 부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두 거래소에 접수된 호가를 종합해 중간가를 제공하면, 호가가 같아지기 때문에 올바른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ATS가 해당 거래소에 들어오지도 않은 호가 정보를 활용하면, 두 시장의 중간가가 동일해진다”며 “시장 간 경쟁을 통한 효익을 추구하기 위해 대체거래소가 도입되는 건데, 이는 취지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 증권사는 비용 부담 호소

시장에서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오후 7시인 기업공시 마감 이후에도 거래가 가능한 ATS의 경우 중대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상 장중 변동성을 고려해 장 마감을 앞둔 3~4시에 공시 또는 기업설명회를 진행하는데, 거래 시간이 늘어나면 실적 등으로 인한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짚으며 “심한 경우 가상화폐(코인)처럼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시간을 확대하거나 호가를 세분화한다고 해서 거래량이나 주가의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국거래소가 2016년 8월 장 마감 시간을 기존 오후 3시에서 3시 30분으로 늦춘 이후 국내 주식 거래량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인 바 있다. 당시 코스피는 거래시간 연장 이전 대비 연간 일평균 거래량이 17.5% 줄어들었고, 코스닥 또한 1.15% 감소했다.

증권사들도 복수 거래소 체제로 인한 이익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넥스트레이드 주주로 참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규 거래소로 인해 수수료 수익은 소폭 증가하겠지만, 시스템 개발부터 추가 인력까지 투입해야 하는 만큼 비용 부담이 막대하다”며 “수익 확대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플랫폼 개편,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 구축 등 대비해야 할 부분이 많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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