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20일 기취득 자사주 소각“자본금 감소는 없어” 1년간 10조 매입·3조 3개월 내 전량 소각 계획 차원 자사주 추가 취득 2.5조도 주주가치 제고 목적

삼성전자가 최근 사들인 3조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한다. 지난해 11월 이사회 결의에 따른 조치다. 또 3조원 상당 자사주를 추가로 사들일 계획이다.
3조487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18일 삼성전자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최근 매입한 3조487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보통주 5,014만4,628주, 우선주 691만2,036주 규모의 주식을 소각한다. 1주당 가액은 100원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식 소각 결정은 지난해 11월 15일 이사회 결의에 따라 취득한 자기주식에 관한 소각 건"이라며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취득한 자기주식을 이사회 결의에 의해 소각하는 것으로 주식 수만 줄고 자본금의 감소는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어 보통주 4,814만9,247주, 우선주 663만6,988주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취득 예정금액은 보통주 약 2조6,964억원·우선주 3,036억원으로 취득 예정일은 오는 19일부터 5월 16일까지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을 통해 장내 매수할 예정이다. 또 이날 이사회 결의에 따라 약 5,000억원은 임직원 상여 지급 등 주식기준보상(RSA)을 위해, 나머지 약 2조5,000억원은 주가 안정·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취득한다.
임직원 주식기준보상을 목적으로 한 자사주 처분의 경우 향후 이사회 결의를 거친 다음 구체적 시점과 처분주식 수 등이 공시된다. 삼성전자는 앞서 임원 대상의 2024년 성과인센티브(OPI)의 50% 이상에 대해 RSA 프로그램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성과 창출을 위한 동기 부여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서다. 지난달엔 임원 개인 선택에 따라 자사주 지급 수량을 부여했다. 1년 후 주가에 따라 지급 수량을 최종 확정해 지급하게 된다. 자사주 지급일로부터 1~2년간은 원칙적으로 매도가 제한된다.
'5만전자' 추락, 오너 일가 대출 담보 부담 확대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1년간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기로 하고 이 중 3조원의 자사주는 3개월 내에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두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가(家) 오너들은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 등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법원에 납부담보로 주식을 공탁하고 있다. 주식담보 대출 시 통상 대출금의 140%를 담보유지비율로 정해 그 아래로 담보 주식의 가치가 떨어질 경우 추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대출의 일부라도 갚아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면서 삼성가 오너들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평가액도 수조원가량 빠졌다. 보유 주식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이 주식들을 담보로 해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의 담보비율도 떨어져 일부 대출은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이와는 별개로 홍 전 관장이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지난해 7월 22일에 받은 2건의 대출(총 3,250억원)은 만기일이 같은 해 10월 22일이어서 대출을 추가 연장하거나 이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해당 대출은 지난 2022년 4월 29일 대출을 받아 지난해 7월 연장한 것인데, 작년 7월 22일 대출 계약연장일 기준 8만3,00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3개월 만에 30.5% 하락해 10월 22일 주당 5만7,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규모의 대출을 연장하려면 30% 이상 더 많은 주식을 담보로 잡혀야 했다는 의미다.

자사주 매입, 삼성가 담보 가치 하락 때문
이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6년 만에 자사주를 취득한 이유가 삼성 오너일가에게 필요한 조치였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고경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취득이 검토된 배경에는 최대주주의 담보계약 평가가치의 하락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며 "자사주 공시 당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의 담보가치 하회액은 -1,516억원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에도 평가 부족분은 잔존했다"며 "최대주주 오너쉽 관점에서 주주환원 정책이 실시될 유인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오너일가의 상속세 부담 외에도 자사주 매입이 지배구조 연결고리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다. 지주회사가 금융·보험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제한 금산분리법상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이 10%를 초과하면 금융 당국의 허가를 받거나 초과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하고 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전자 지분 처분 당시에도 처분이익이 특별배당으로 이어졌고, 유배당 계약 결손 고려 시 자본유출이 제한적이며 주식위험 감소로 인한 K-ICS 개선 등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특별배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3조원 소각시 삼성생명 지분율이 8.58%로 상승하게 된다"며 "처분이익은 2,272억원, 배당성향 38% 적용 시 특별배당 DPS는 481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