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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이자 버거운 기업 ‘수두룩’ 미국·한국 닮은꼴, 미국은 경기 둔화 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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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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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대출 연체액 40조원 상회
금리 인하 가능성↓, 상황 악화 우려
기업대출 비중 늘리는 은행권 ‘비상’

미국 기업들의 대출 연체율이 8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이 이후 급격한 금리 인상 탓에 차입금 상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시장의 소비심리까지 위축되면서 기업의 현금흐름 악화를 가속하고 있다. 한국 또한 이 같은 흐름을 뒤쫓으며 경기 둔화의 사이클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경제 불확실성 속 기업 현금흐름 악화

17일(현지시각) 금융정보업체 뱅크레그데이터(BankRegData)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기업의 대출 연체 금액은 280억 달러(약 40조4,000억원)를 넘어서면서 1년 전과 비교해 54억 달러(약 7조8,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17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뱅크레그데이터는 “대출 연체액 증가에서 볼 수 있듯 기업의 현금 흐름이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소비자의 지출 감소나 비용 증가에 그 원인이 있는 만큼 미국 경기 전반의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2개월간 미국 레버리지론 시장의 채무불이행률은 7.2%로 2020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레버리지론은 복수의 금융회사가 기업에 공통의 조건으로 자금을 대여하는 신디케이트론(syndicated loan)의 일종으로,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게 특징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차입 비용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급증했다는 게 무디스의 설명이다. 무디스는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은 채권시장 대신 대출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짚으며 “하이일드채권(무디스 기준 Ba1 이하 저신용 회사 채권) 시장의 채무불이행 비율보다 레버리지론 시장의 불이행률이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둔화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식료품 가격 급등 영향으로 3%를 기록하며 하락세가 끊겼다. 이에 따라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노동 시장 경색, 소비자 체감도 짙어져

여기에 지난달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또한 미국의 경기 둔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고율 관세가 미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소비자 물가는 일시적으로 0.5%~0.7%p 오를 것”이라면서 “올 연말에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3%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경기 둔화의 여파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동 시장 둔화 등으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이 급감할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의 세금 정책 연구기관 택스 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은 트럼프 행정부가 20%의 보편 관세와 60%의 대(對)중국 관세를 부과할 경우,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전일제 일자리는 최대 110만 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가계부채 규모 및 연체율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작년 4분기 가계 연체율은 전분기 대비 0.1%p 오른 3.6%를 나타냈다. 이는 2020년 2분기 이후 4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자, 2023년 2분기(2.6%) 이후 6개 분기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온 결과다. 연은은 “‘심각한 연체(90일 이상 연체)’로 분류된 부채를 보면, 주택담보대출은 안정세를 유지한 반면 자동차 대출과 신용카드 등에서 급증세를 나타냈다”며 “자동차 대출의 연체율은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3%를 나타냈고, 신용카드 연체율 또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7.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계기업 늘고 연체율 상승, 은행은 ‘한숨’

소비자의 지출 여력 축소에서 기업의 현금흐름 악화 및 대출상환 능력 저하로 이어지는 경기 둔화의 사이클은 미국과 한국에서 동일하게 발생한 현상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한국과 주요 5개국(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9.5%(2,260곳 중 440곳)로 미국(25.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3년 연속 ‘1’을 하회하는 기업을 말한다. 영업을 통해 거둬들인 수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장기적으로도 나란히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한국의 한계기업 비중은 2016년 7.2%(163곳)에서 2024년 3분기 19.5%(440곳)로 12.3%p 증가했고, 같은 기간 미국은 9.2%에서 25.0%로 15.8%p 뛰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미국은 팬데믹 당시 대출이 크게 증가한 상태에서 연준이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면서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국도 경기 부진 장기화에 따른 판매 부진, 재고 증가로 기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12월 기업대출 연체율 하락 조짐이 보이며 분위기 반전을 신호탄을 쏘기도 했으나, 중소기업의 연체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44%로 전월 말(0.52%) 대비 0.08%p 하락했다. 다만 1년 전(0.38%)과 비교하면 0.06%p상승했다.

부문별 동향에서는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모두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기업대출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상반된 모습을 나타냈다. 먼저 대기업대출의 연체율은 0.03%로 전월 말과 비슷했고, 1년 전(0.48%)과 비교하면 도리어 0.09%p 하락했다. 반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62%로 전월 말(0.75%) 대비 0.13%p 하락했으나 1년 전(0.48%)과 비교하면 0.14%p 상승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따라 기업대출에서 돌파구를 마련 중인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통상 미래 수익 전망치를 토대로 실행되는 기업대출은 유형자산을 담보로 잡는 주담대 등 가계대출보다 부실 위험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 자산에 따른 빠른 상·매각 등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기업의 경영 환경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건전성 제고에 한계가 있다”며 “가계대출 확대 또한 쉽지 않은 만큼 우량 자산을 발굴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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