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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과학 분야 위상, 서구 우려로 이어져 중국 내 논문 인용하는 ‘자국 편향’ 압도적 편향 제거하면 아직 미국보다 “한참 아래”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중국이 과학 출판 분야의 최대 공급자로 떠오르며 서구를 중심으로 중국의 기술 패권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는 중국의 과학 분야 영향력이 ‘자국 편향’(home bias) 때문에 부풀려진 것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연구자들이 타국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자국 논문을 인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중국 연구 결과물들의 글로벌 영향력에 대한 의문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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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과학 분야 위상 급등, 서구 견제로 이어져
지난 20년간 중국은 과학 출판물 수를 급격히 늘리며 기존의 과학 강국들을 추월해 왔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 정책 당국은 오랫동안 지켜 왔던 서구의 기술적 우위를 상실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특히 혁신이 경제 성장과 군사력은 물론 기후 변화, 팬데믹 대응에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현재의 지정학적 갈등 상황에서 논란은 증폭돼 왔다. 그 결과가 서구 정부들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강구한 무역 규제와 보조금을 비롯한 산업 정책(industrial policy)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 논문 수의 증가에도 중국 연구 역량에 대한 의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연구자들과 연구기관 순위는 절대적으로 논문 인용 수에 따라 결정된다. 문제는 인용이라는 것이 전략적 목적이나 지역적 편향을 반영해 왜곡되기도 쉬워 연구 수준을 평가하는 완벽한 지표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 자국 논문 인용 비중 57.2%로 “현저”
2000~2021년 기간 상위권 학술지를 분석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중국 논문 총 인용 수의 57.2%가 자국 학자들로부터 왔는데 이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콴시’(중국 문화에서 상호 이익이 되는 인맥)와 같은 문화적 영향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자국 편향은 중국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도 자국 인용률이 37.1%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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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중국, 미국, 인도, 이란, 일본, 브라질, 대한민국, 러시아, 독일, 이탈리아, 대만, 터키, 스페인, 영국, 폴란드, 호주, 프랑스, 캐나다, 네덜란드, 스웨덴, 기타(위부터)/출처=CEPR
그럼에도 중국의 과학 논문 인용 관행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규모가 압도적이어서다. 중국은 연구개발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과학 분야 인력 수도 같은 속도로 팽창했다. 2000~2017년 기간 중국의 대학교와 연구 기관 수는 140% 증가했고 과학자 수도 69% 늘었다. 이렇게 국내에 형성된 거대한 연구자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상호 인용을 하게 된 것이다.
중국 ‘자국 편향성’, 42.3%로 ‘2위의 두 배’
그렇다면 중국의 자국 편향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단의 연구자들은 중국의 실제 인용 수와 이론적 기준을 비교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론적 기준이란 전체 인용 수와 인용 국가가 무작위로 배분되었다는 가정하의 숫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실제 인용 수와 이론적 기준의 차이가 ‘자국 편향’이 되는 것이다.
결과는 다른 나라들도 모두 자국 편향성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자국 편향에 따른 인용 수 비중은 42.3%로 다음 순위인 이란과 인도의 23.2%보다 거의 두 배나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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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중국, 이란, 인도, 브라질, 일본, 미국, 러시아, 대한민국, 대만, 터키,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독일, 호주, 프랑스,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스웨덴, 기타(위부터)/출처=CEPR
편향은 특정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아 20대 주요 연구 분야 중 18개에서 편향성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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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농업 과학, 생물학 및 생화학, 화학, 임상 의학, 컴퓨터 공학, 공학, 환경 및 생태학, 지구 과학, 면역학, 수학, 미생물학, 분자 생물학 및 유전학, 학제 간 연구, 신경 과학 및 행동 생물학, 약리학 및 독성학, 물리학, 동식물학, 정신 의학 및 심리학, 우주 공학(Y축, 상단부터),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인도, 프랑스, 이탈리아, 대한민국, 캐나다, 스페인, 호주, 브라질, 러시아, 터키, 대만, 이란, 네덜란드, 폴란드, 스웨덴, 기타(X축, 좌부터)/출처=CEPR
편향성 제거하면 중국 과학 위상 ‘2위에서 4위로’
해당 결과를 반영해 순위를 재조정하면 원래 글로벌 2위였던 중국의 순위는 미국, 영국, 독일에 이어 4위로 떨어진다. 아직도 상위권이지만 우려했던 과학적 위상과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서구 국가들이 중국의 기술적 우위를 두려워해 만든 무역 규제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기술 분야 디커플링(decoupling) 등 공격적 정책들도 어느 정도는 완화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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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영국, 독일, 일본,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호주, 네덜란드, 스페인, 대한민국, 스웨덴, 인도, 대만, 브라질, 러시아, 폴란드, 터키, 이란(Y축, 상단부터), 인용 수(백만, X축), 편향 조정 전 인용 수(짙은 색), 조정 후 인용 수(옅은 색)/출처=CEPR
중국으로서도 연구 논문 생산에 있어 이제는 양보다 질을 생각할 때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연구에 있어 자국 인용 수 의존을 줄이고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중국 과학에 대한 신뢰와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도 자국 편향성을 인식하고 조정함으로써 글로벌 과학 연구의 양상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서구의 중국을 겨냥한 견제 조치들도 더 정확한 연구 역량에 대한 평가에 기반해 취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슈민추(Shumin Qiu) 동중국과학기술대학교(East China University of Science & Technology) 부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Home bias and China’s global standing in scienc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