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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쇼크에 네이버도 분주하지만 “AI 전쟁 치를 인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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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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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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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네이버 신규 회원사로 가입 승인
국회 과방위, 네이버 본사 방문해 정책 지원 약속
AI 전문가 없는 네이버, 전략적 리스크 확대

그간 마이웨이를 고수해 온 네이버가 정·재계와 교류를 확대하고, 창업주가 일선에 복귀하는 등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변화의 배경엔 오픈AI, 딥시크 같은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들에 ‘뒤처졌다’는 위기감이 자리하는데, 당초 이런 위기감이 국내 시장 지위에 안주해 AI 기술 선점 골든타임을 놓친 데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네이버, ‘규제 완화’ 지원 세력 확보

24일 IT업계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지난 20일 정기총회를 열고 네이버의 신규 회원사 가입 안건을 승인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한경협으로부터 협회 가입 요청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한경협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10여 명의 국회의원들이 네이버 본사를 방문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들은 ‘AI G3(글로벌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네이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여야 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국회 과방위 의원들에게 “(지난 11일 파리 AI 정상회의에서) 밴스 미국 부통령이 유럽연합(EU) 디지털 서비스법 같은 규제를 언급하며 미국 기업에 부담이 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며 “기업인 입장에서 매우 절박하고 중차대한 시기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도록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규제보다는 AI 산업 진흥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IT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재계와 담을 쌓고, 정치권과도 교류가 없었던 네이버가 갑자기 달라진 것 같다”며 “다음 달 창업주인 이해진 전 의장의 복귀를 앞두고 네이버가 규제 해소를 위한 정·재계 지원 세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GPU 부족하자 파라미터 줄인 고육지책

네이버는 지난 2021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거대언어모델(LLM) AI 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했고, 이후 2023년 8월 업그레이드 버전인 ‘하이퍼클로바X’를 내놨다. 하지만 오픈AI의 챗GPT, 딥시크의 R1, 구글의 제미나이 같은 글로벌 생성형 AI 모델의 성능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비디아의 H100 같은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부족으로, 막대한 파라미터(매개 변수) 데이터 처리가 불가능해 AI 성능 고도화에 뒤처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챗GPT와 비슷한 성능을 내기 위해선 10만 개 이상의 H100이 필요한데, 국내에 확보된 H100은 2,000개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1만 개 이상의 H100을 국내에 확보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오픈AI나 딥시크와 경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여기에 인재 확보도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국내 AI 분야 인재가 1만5,000여 명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네이버 내부에서도 연구자들의 국내 복귀를 돕기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한계를 뒤집기 위해 네이버는 H100 의존도를 줄이는 쪽으로 하이퍼클로바X의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최근 업데이트된 AI 모델의 특징은 파라미터 수를 기존 대비 40% 수준으로 줄였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 처리량이 급감해 H100 같은 첨단 GPU 없이도 원활한 운영이 가능해졌다. 운영 비용도 기존 대비 50% 줄었고, 속도와 성능도 개선됐다.

이에 힘입어 네이버는 서비스 전반에 걸쳐 AI를 활용하는 ‘온서비스 AI(On-service AI)’를 본격 구현한다는 목표다. 최 대표는 지난 7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국발 딥시크가 후발 주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투자로도 선도업체를 추격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줘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환경 변화와 사업 전개 속도가 빨라지는 흐름 속에서 네이버 역시 비용 효율 등에서 이점을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전체 변화의 속도가 앞당겨졌다고 생각하며 선도업체와 기술 격차가 벌어지지 않으면서 네이버만의 서비스에 최적화된 AI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카카오

中 '딥시크'가 공개한 기술적 노하우 활용해 추격한다?

다만 네이버의 기술 격차 포부 속에는 자체 기술 개발에 대한 구상은 없고 딥시크 등 경쟁 기업의 기술 활용만 담겨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지난 18일 열린 ‘바람직한 인공지능 정책 대응 토론회’에서 자체 추론형 AI 모델을 준비해야만 독일·프랑스·일본 등 국가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딥시크가 오픈소스로 공개한 기술적 노하우를 활용하면 수조원에서 십수조원 규모만 투자하더라도 ‘씽킹(추론 기반) AI’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파라미터 수를 줄이면 AI 성능 고도화 경쟁에서 글로벌 업체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과기정통부 장관을 지낸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네이버의 최근 AI 모델 업데이트는 GPU 부족 속에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다만 파라미터 수를 줄이면 AI 성능 고도화 측면에선 오픈AI나 딥시크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IT 전문가인 이 전 의장이 다음 달 경영 일선에 복귀할 예정이지만, AI 전문가가 없는 네이버 이사회도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총 7명의 등기이사 중에는 AI뿐 아니라 기술 전문가도 부재한 상황이다. 그나마 이 전 의장이 복귀하면 기술 분야에서 의사결정이 용이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AI 전문가가 없다는 점은 여전히 약점으로 꼽힌다.

AI 인재가 없기는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이에 카카오는 아예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협업에 나섰다. 오픈AI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은 국내에서 카카오가 처음이다. 카카오와 오픈AI는 보다 많은 이용자들이 AI 서비스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AI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기술 협력과 공동 상품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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