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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 업체 中 매출 급감, 수요 줄어들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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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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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 대중국 수출 실적 줄줄이 악화
반도체 장비 확보에 열 올리던 中, 향후 수입 축소 전망
中 현지 반도체 장비 제조사, 정부 지원 발판 삼아 '급성장'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대중국 매출 비중이 급감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본격화하며 거래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지난 수년간 반도체 장비 물량 확보에 힘을 쏟던 중국이 수입 규모를 줄이고, 본격적으로 반도체 장비 자립에 속도를 내며 향후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실적이 한층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위축'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각) 포춘은 미국의 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중국 매출 급감을 보고하면서 수출 규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의 최근 분기 대중국 매출은 22억 달러(약 3조1,360억원)로, 같은 기간 전체 매출(72억 달러)의 31%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1년 전 45%에서 눈에 띄게 감소한 수치다. 브라이스 힐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에는 중국 매출 비중이 1분기보다 약 5%포인트 더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램리서치의 2024년 9~12월 중국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0% 감소한 14억 달러(약 1조9,960억원)를 기록했다. 중국의 매출 기여도는 1년 전 40%에서 31%까지 떨어졌다. 램리서치는 실적 보고서를 통해 "우리에게 중요한 지역인 중국 고객들에 대한 판매가 영향을 받았다"며 "미·중 무역 관계에서 수출 허가 요건과 기타 규제 변경 또는 정부의 다른 조치들로 인해 (대중국 수출이) 앞으로 중대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물량 확보' 움직임 끝났나

시장에서는 향후 이들 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실적 하락세가 한층 뚜렷해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외국산 반도체 장비 물량 확보에 힘을 싣던 중국이 향후 수입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 장비를 대규모로 매입했다"며 "미국의 규제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이를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물량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수년간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대중국 매출 비중은 빠르게 확대돼 왔다. 무역안보관리원 학술지에 게재된 ‘미국, 네덜란드, 일본의 반도체 수출 통제 개편이 중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수급에 미친 영향’ 논문에 따르면, 일본 기업 도쿄일렉트론(TEL)의 대중국 매출 비중은 2022년 20~25% 수준에서 2023년 30~40%로 상승한 뒤 지난해에는 45%까지 늘었다. TEL은 건식 식각 분야에서 램리서치와 함께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한 기업이다. 노광기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네덜란드 ASML의 대중국 매출 비중 역시 2022년 4분기 10% 안팎에서 2023년 40%대로 급상승했고, 지난해에는 40% 중반대까지 확대됐다. 미국의 검사 장비 기업 KLA도 2022년 20~30% 초반 수준이었던 대중국 매출 비중이 40%대로 올랐다.

문제는 이 같은 중국의 물량 확보 움직임이 최근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중국은 지난 수년간 대규모 반도체 장비 물량을 확보하며 생산 능력을 강화했고, 그동안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도 꾸준히 강화됐다"며 "중국 입장에서는 더 이상 무리한 '사재기'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짚었다. 시장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는 중국의 올해 반도체 장비 구매액이 지난해(410억 달러) 대비 약 6% 줄어들고,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구매 점유율이 지난해(40%)의 절반 수준인 2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 자립

중국의 '반도체 자립' 시도 역시 향후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해외 반도체 기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국 반도체 장비 업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자본금은 1기 펀드 1,387억 위안(27조2,800억원), 2기 펀드 2,042억 위안(약 40조1,630억원), 3기 펀드 3,440억 위안(약 67조6,600억원) 등 총 6,869억 위안(약 136조5,625억원)에 달한다. 이 중 3기 펀드에 조성된 자본금은 반도체 장비와 소재 등을 육성하는 데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는 추세다.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인 나우라 테크놀로지의 지난해 잠정 순이익은 51억7,000만 위안(약 1조277억원)~59억5,000만 위안(약 1조1,828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최대 53% 증가한 수준이다. 중국 ACM리서치도 지난해 잠정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51% 증가한 56억 위안(약 1조1,132억원)~58억8,000만 위안(약 1조1,689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첨단 공정 개발에 집중하며 대만 TSMC에 장비를 공급하는 데 성공한 중국 AMEC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90억6,500만 위안(약 1조8,021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의 반도체 장비 내재화율은 20%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레거시(구형) 반도체 장비 자급률은 이미 90%에 육박했으며, 연구개발(R&D) 투자에 따른 첨단 공정 기술 개발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한층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부터 내재화율이 급등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한편에서는 올해 중국의 반도체 장비 내재화율이 최대 5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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