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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진세로 세금 줄어든 저소득층 ‘납세율 개선’ 세율 오른 부유층은 ‘납세율 하락’ 납세자 행동 변화로 총세수는 ‘감소’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누진세는 고소득자에게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 부의 재분배 효과를 노리는 과세 제도로 전 세계 정부 재정 정책의 토대가 돼 왔다. 하지만 보편화된 사용에도 불구하고 누진세 개혁으로 납세자들의 행동과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는 여전히 연구 과제로 남아 있다. 최근 아르헨티나의 재산세 개혁 사례가 세율 변동으로 인한 납세자들의 행동 및 정부 세수의 변화에 대한 흥미로운 힌트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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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율 낮아지면 납세율 오르고, 세율 오르면 납세율 내리고’
2023년 1월 아르헨티나의 대규모 지자체 트레스 데 페브레로(Tres de Febrero)는 저소득 가구의 세금 부담을 덜고 부유한 자산가들의 세율은 올리는 재산세 개혁을 단행했다. 새롭게 도입된 세제에 따라 자산 가치로 하위 37%에 해당하는 가구는 세율이 경감됐으며 상위 27%는 상당이 높아진 세금을 내게 됐다. 사이에 해당하는 중위 가구는 세율이 변동되지 않았다.
트레스 데 페브레로는 빈부 격차가 심하고 당국의 세무 집행이 어려워 납세 준수 연구 관련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했다. 평상시 절반 정도의 가구가 재산세를 납기에 맞춰 내지 않았고 심지어는 수년 간 한 번도 납부하지 않은 주민들도 있었다. 따라서 해당 세제 개혁은 본인들은 물론 서로 다른 소득 구간에 있는 이웃의 세율 변동에 납세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할 좋은 기회였다.
상식적으로 세율이 낮아지면 납세율이 올라가고 높아지면 내려간다고 가정할 수 있다. 실제로도 누진세 개혁으로 세율이 낮아진 저소득 가구의 납세율은 재산세 1% 감소당 0.26% 높아졌다. 또한 부유층은 세율이 1% 높아짐에 따라 0.49%의 납세율 하락으로 반응했다. 저소득층 세율 인하는 납세 행동을 촉진했지만 부유층의 세율 인상은 정반대의 반응을 유발한 것이다.
‘부유층 증세 사실’ 안 저소득층, 납세율 증가로 화답
그렇다면 납세자들이 다른 소득 수준에 있는 주민들의 세율 변동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번에는 10만이 넘는 가구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자연 현장 실험’(natural field experiment)이 이뤄졌다. 연구자들은 주민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는 본인들의 세율 변동 사실만 알리고 다른 집단에는 다른 소득 집단의 세율 변동을 함께 공지했다.
결과는 흥미롭다. 부유층 가구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저소득 가구들은 세금 제도가 공정하다고 인식하게 되고 납세율이 0.8%P 더 올라갔다. 하지만 저소득 가구의 세율 인하를 알게 된 부유층의 납세율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납부를 연기하거나 피하는 경우가 더 늘었다.
납세자 행동 변화로 총세수는 감소
연구는 이와 함께 누진세 개혁에 대한 납세자들의 말과 행동이 불일치함도 발견했다. 중상위 소득 가구들은 누진세 개혁이 공정하다고 인정했지만 납세율은 개선되지 않았다. 누진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혀 놓고 실제 납세 행동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언행 불일치를 보인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해당 세제 개혁이 수입 증대 목적으로 시행된 것은 아니지만 납세자들의 행동 변화로 인해 총세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맞은 것이다. 다수의 정책 당국이 세제 개편을 준비하며 납세자들의 한결같은 납세 의무 준수를 가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행동 패턴의 변화를 염두에 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과세 집행이 쉽지 않은 환경에 놓인 정부의 경우 납세자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으로 보인다. 누진세가 공정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 세심하게 설계되지 않으면 의도치 않은 세수 감소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 재분배 효과와 세수 유지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누진세 개혁에서 가장 중요하다.
아르헨티나의 세제 개혁은 세율 변동이 납세자들의 행동과 인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참고할 만한 사례를 제공한다. 특히 저소득 계층에 대한 세율 인하는 납세율을 높이지만 부유층 세율 인상이 역효과를 낳아 전체 세수가 줄어든 결과는 향후 세제 설계 시 주의 깊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
원문의 저자는 니콜라스 아젠만(Nicolas Ajzenman) 맥길 대학교(McGill University) 조교수 외 4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effects of a progressive tax reform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