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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사태 들끓는 책임론에 MBK 회장 사재 출연 약속, 분위기 수습엔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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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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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결제 대금 지급에 총력”
채권 상환 계획 없어 시장 우려
MBK 경영능력 시험대, 혹평 일색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사진=MBK파트너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법정관리)절차 신청으로 주주사 MBK파트너스의 경영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 출연으로 소상공인 거래처 결제대금을 신속히 지급할 것을 약속하고 나섰다. 다만 구체적인 금액과 시기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약 1조7,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기업·브랜드 점주는 지급 후순위

16일 MBK는 입장문을 내고 “당사는 홈플러스의 대주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며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김병주 회장이 재정 지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과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영세업자 채권부터 지급을 완료할 계획이며, 현재 정산 금액을 확인 중이라는 설명이다. MBK는 “협력사와 임대 점주에게 지불할 상거래 채권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 지급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테스코로부터 약 7조원에 홈플러스를 인수, 운영해 온 MBK는 지난달 말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이달 4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MBK는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MBK 책임론’이 부각되며 여론이 들끓었다. 회생 신청 직전까지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김 회장의 사재 출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진 것이다.

MBK는 “홈플러스는 회생법원의 보호 아래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등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매입채무 유동화 관련 채권자들을 포함한 모든 채권자와 홈플러스 간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 회장 사재 출연의 지원 대상과 금액, 시기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홈플러스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들의 피해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는 탓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홈플러스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인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기업어음(CP), 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 잔액은 총 5,949억원이다. 채권 대부분이 대형 기관투자가가 아닌 개인 또는 일반법인에 판매된 만큼 불완전판매 의혹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자산 효율화에 본업은 뒷전?

금융권에서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약 1조7,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채권 상환 등에 1조3,317억원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비효율 구조 개선 및 성장 투자에 4,300억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홈플러스 신용 등급이 떨어지면서 단기 금융 상품 차환(이미 발행된 채권을 새로 발행된 채권으로 상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경영진의 사재 출연이나 유상증자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MBK의 인수 기업 경영능력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홈플러스 매출이 기업회생절차 돌입 전부터 이미 급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에 의하면 올해 1~2월 홈플러스 매장에서 발생한 신용카드 결제금액(보정치)은 1조1,3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2,354억원)과 비교해 8.5% 감소했다. 연초 부진한 매출 흐름이 지난달 28일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강등(A3→A3-)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유통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MBK와 홈플러스는 경영 악화의 배경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행으로 인한 매출 감소 △영업시간 외 배송금지 조치로 인한 소비자 이탈 △유통시장 온라인 비율 54%(세계 2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매출 감소 △직원 정규직화 및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 급성장 등을 꼽았다. 그에 대한 예시로는 이커머스 대표 업체 쿠팡의 매출이 2019년 7조원에서 지난해 41조원까지 증가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달랐다. 이커머스 확대로 인한 매출 감소는 유통업계 전반이 떠안은 과제임에도 홈플러스 측이 MBK의 경영 전략 실패를 시장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0년 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부동산만 팔아도 원금은 회수한다’는 시각으로 접근한 것 같다”고 꼬집으며 “전통 유통 강호인 롯데·신세계도 팬데믹을 거치며 온라인 쇼핑 급성장에 뼈를 깎는 자구책을 추진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점포 매각 또는 매각 후 임차(S&LB) 전략으로 빚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홈플러스 총차입금은 2023년 2월 말 5조2,000억원으로 3년 전과 비교해 2조원가량 감소했다. 부채비율 또한 작년 11월 말 기준 1,409%로 같은 해 2월 말(3,212%)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는 동안 본업인 유통에서는 영업손실을 거듭했다. 홈플러스는 2021년 1,335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한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경험하지 못했다. 지난해 1~3분기 영업손실 역시 1,571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1,303억원) 대비 20.5% 불어난 수준을 보였다.

홈플러스의 채무 상환 실패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홈플러스 신용등급은 2015년 MBK 품에 안긴 이후 지난달까지 무려 여섯 단계 떨어졌다. 제때 투자를 집행하지 못하면서 사업 경쟁력이 근본적으로 약화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이자 상환능력도 악화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총금융비용 대비 상각 전 이익(EBITDA)’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 0.5배를 나타냈다. 1억원의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벌이가 5,000만원에 그쳤다는 의미다.

무리한 자금 조달 독 됐나

여기에 지난해 홈플러스가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 여러 악조건을 감수한 흔적까지 확인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는 양상이다. 홈플러스와 MBK가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자금 조달에만 급급해 재무 건전성 악화에 불을 지폈다는 지적이다.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 메리츠금융지주 산하 3개 자회사는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다. 고정금리 연 8%, 3년 만기 조건이다.

이 과정에서 메리츠 측은 12개월 내 2,500억원, 24개월 내 누적 6,000억원을 상환하라는 특약 조건을 삽입했다. 또 홈플러스 채권 부도가 발생할 경우, 차주에 불리한 조건의 여러 특약을 추가했다. 이들 특약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엔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들을 강제 처분해 자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메리츠 측은 외부 기관에 의뢰해 홈플러스 보유 63개 매장의 부동산 가치를 총 4조9,900억원으로 평가했고, 담보인정비율(LTV) 25.95%를 적용해 담보로 잡았다.

국민연금의 신규 펀드 출자 또한 분주하게 이뤄졌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1일 MBK가 신규로 결성하는 6호 블라인드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모집하는 펀드) 정관에 서명했다. 출자 금액은 약 3,000억원이다. 하지만 불과 보름 만에 MBK가 홈플러스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국민연금은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대규모 자금 손실 우려가 큰 펀드에 신규 자금을 집행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2015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6,000억원가량을 투자한 바 있다. 약속된 수익률을 고려하면 1조원 넘게 거둬들여야 하지만, 현재까지 회수액은 3,000억원 남짓에 그친다. 경영 실적 개선이 요원한 상황에서 홈플러스와 MBK가 무리한 자금 조달 끝에 기습적으로 회생 신청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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