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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에 노사 갈등까지" 위기의 현대제철,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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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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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상황 심각하다" 현대제철, 비상경영 체제 돌입
성과급 둘러싸고 노사 갈등도 격화
생산 기지 美로 이전할 가능성 커져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이 본격적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국내 건설 경기 악화, 노사 갈등,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등 대내외적 악재가 누적되는 가운데 생존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양상이다.

'특단의 조치' 내놓은 현대제철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14일 “전 임원의 급여를 20% 삭감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와 관련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경영 환경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강도 높은 자구책 없이는 경영 개선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 나온 특단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이미 포항 2공장 등 일부 공장 가동을 축소하고, 기술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당진제철소·인천 공장 전환 배치 신청을 받은 바 있다. 중국·일본의 저가 철강재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무역위원회에 후판과 열연 제품에 대한 반(反)덤핑 제소도 진행했다.

강력한 구조조정 움직임에도 불구, 현대제철의 경영 위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부터 연간 263만 톤(t)의 한국산 철강재를 무관세로 수입하던 ‘철강 쿼터제’를 폐지하고, 한국산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쿼터제 혜택이 사라지면 현대제철을 비롯한 국내 철강 기업의 수출 경쟁력은 대폭 약화할 수밖에 없다.

노사 갈등 극단으로 치달아

장기간 지속된 노사 갈등 역시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막대한 부담이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 이후 22차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성과급 부분에서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현대제철은 1인당 평균 2,650만원(기본급의 450%+1,000만원) 수준의 성과금 지급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에 불응하고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이 장기화하자 회사는 지난달 24일 1953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당진제철소 냉연 공장 핵심 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고, 노조는 냉연을 생산하는 전남 순천 공장에서 부분 파업을 벌이며 맞대응했다. 이후 현대제철이 지난 12일 직장 폐쇄를 해제하고 13일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면서 협상이 재개됐지만, 재협상은 10분 만에 결렬됐다. 노조는 재협상에서 성과급으로 ‘기본급 500%+1,800만원’ 안을 앞세워 상향된 수준의 성과금이 지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회사는 추가 제시안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노조는 충남 당진제철소 냉연 공장에서 다시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제철 측은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산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확산할 가능성이 큰 만큼, 조속히 노조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조 측은 현대차 그룹사보다 현저히 낮은 성과급 지급안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회사 측이 성의 있는 추가 제시안을 가지고 와야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美 공장 설립 속도 붙을까

시장에서는 이 같은 현대제철 노사의 '극한 대립'이 현대제철의 생산 기지 이전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제철은 현재 현대차·기아 완성차 공장 인근 지역인 텍사스, 루이지애나, 조지아주 등에서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지 주 정부와 인센티브와 관련해서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달 말 예정돼 있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생산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모기업인 현대차그룹이 대대적인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 제철소 설립과 관련한 '힌트'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현대제철이 미국 현지 공장 설립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을 경우, 국내 생산 기지의 영향력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심화하는 노사 갈등, 미국의 철강 관세 등을 고려하면 국내보다는 미국 현지 생산이 유리한 상황"이라며 "현대제철이 미국 공장을 짓는다고 해서 당장 국내 공장이 폐쇄되지는 않겠지만, 차츰 시설 보수를 줄이는 식으로 국내 생산 비중을 축소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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