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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려가 현실로, 英 신입 자리 30% 증발 AI 도입 및 경제 불확실성이 채용 감소 주도 글로벌 기업들, AI 활용 인력 감축 계획 확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출시된 이후 신입사원 일자리 3분의 1가량이 사라졌다는 분이 나왔다. AI가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작업을 하는 초급 일자리들을 대체한 결과다. 또한 고용주의 보험료 부담 증가, 새 고용법안 등으로 사람을 고용하지 못하는 것도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졸자·인턴 등 초급 일자리 31.9%↓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즈는 영국 구인·구직 사이트 애드주나 분석에서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구인 등록된 대졸자, 견습직, 인턴 등 ‘초급’ 일자리 수가 31.9%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소매 부문 감소폭은 78.2%에 달했다. 그다음으로 물류, 창고, 관리 부문 순이었다. 정보기술(IT), 회계·금융 초급 일자리 수도 절반 이상 감소했다.
올해 5월 초급 일자리 수는 전년 동기보다 4.2%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일자리 수는 오히려 0.5% 늘어났고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5월 기준 구인 일자리 1개당 구직자는 평균 2.02명으로, 4월의 1.98명보다 늘었다. 일자리 1개가 채워지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39.6일에서 35.8일로 빨라졌다. 초급 일자리 구인이 줄어들다 보니 구인 등록된 일자리의 평균 연봉은 4만2,403파운드(약 7,865만원)로 전년 동월 대비 9.4% 상승했다.
챗GPT 이후 글쓰기 구인 공고도 '뚝'
전문가들은 입문 단계의 일자리를 AI가 대신하는 한편, 임금이 상승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제임스 니브 애드주나 데이터과학 책임자는 "전반적인 경제 여건의 어려움에 더해 AI가 초급 일자리 축소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분야는 글쓰기 업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소개한 ‘AI가 누구를 대체할 것인가-온라인 프리랜서 플랫폼에서의 생성형 AI의 영향’ 논문에 따르면 챗GPT가 등장한 2022년 11월 전후의 구인 공고를 비교해 보면 글쓰기 직업에 대한 구인 공고는 30.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도구 등의 기반이 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은 대량의 텍스트로 훈련되며, 검색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단어를 예측해 출력한다. 이 모델은 단어, 구문, 의미, 맥락의 다차원 지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력을 개발한다.
이는 그동안 AI 시대에도 굳건할 것으로 여겨졌던 고학력 직종의 일자리도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간 AI가 고학력자의 일자리는 뺏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논문 작성이나 글쓰기 등 영역에서도 AI가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하는 등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서다. 실제 논문 초록이나 참고문헌 등 연구자의 해석이나 추론이 불필요한 부분은 AI를 활용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선행연구를 분석할 때 논문 전체를 읽어야 하는 수고도 더는 필요하지 않다. AI가 논문 전체를 요약해 주기 때문이다.

비판적 사고·창의성 역량 가진 전문가 수요는 증가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인 감소가 이미 치열한 일자리 경쟁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남아 있는 일자리의 보상률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한다. AI 도구의 채택과 기능 개선이 가속함에 따라 더 일상적이거나 중복적인 작업의 가용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들어 AI 활용해 인력을 줄일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통신업체 BT는 2030년까지 통화 처리, 네트워크 진단 등 일자리 1만 개를 AI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챗봇 ‘클로드’를 개발한 스타트업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도 향후 5년간 AI가 모든 신입 사무직 일자리 절반을 없애 실업률이 10∼20%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역시 AI를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하면 사내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고 내다보고 있다.
반면 비판적 사고, 창의성, 감성 지능과 같이 생성형 AI 도구를 보완하는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 이들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기술 수요의 변화는 노동 시장을 재편할 수 있으며 고기술, 고임금 일자리와 저기술, 저임금 일자리 간의 격차를 키울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추세는 AI 기술이 단순히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일자리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진입 단계의 일자리가 감소함에 따라 청년 실업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