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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미국 없이도 돌아가는 ‘다자간 무역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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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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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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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무역, 저소득층 빈곤 탈출에 ‘막대한 공헌’
미국, 제조업 타격으로 ‘보호무역 본격화’
관세 전쟁 막기 위한 다자간 무역 질서 ‘시급’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tion) 창설 이후 글로벌 무역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설립 당시 7%였던 관세는 2014년에 4% 수준으로 떨어졌고 글로벌 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38%에서 58%로 급증했다. 덕분에 동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수십억의 인구가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일부 산업은 타격을 입었고 이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는 않았다.

사진=ChatGPT

WTO 창설 이후 글로벌 무역 비중 20% 증가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중서부의 제조업 붕괴로 인한 실직 사태와 남부 유럽 의류 지구(garment district,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프라토 섬유 지구가 중심)의 쇠퇴였다. 제조업 중심이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아시아로 이동한 결과였다. 그런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미국 정부가 정치적 반발에 부딪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발흥하는 계기가 됐다.

글로벌 무역 및 관세율 추이(1990~2024년)
주: 연도(X축), 평균 최혜국 관세율(%, 청색, 좌측 Y축), 글로벌 GDP 대비 무역 비중(%, 짙은 청색, 우측 Y축)

미국, 제조업 붕괴로 ‘보호무역 선회’

그 결과로 미국의 관세는 2018~2020년 사이 2.6%에서 4.2%로 올랐고 다수의 주요 경제권이 보복 조치를 시행했다.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은 관세 인상으로 2027년까지 글로벌 총생산이 최대 1% 줄어들 것으로 추산한다.

관세 인상의 영향은 글로벌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가파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제조업체들이 감당해야 하는 추가 비용도 수십조 달러에 이르고 있다. 반면 관세로 인한 일자리 창출은 제조업 중심으로 300,000여 명에 그쳐 미국 전체 근로자의 0.2%에 지나지 않는다.

WTO는 2019년 미국이 항소 기구(Appellate Body) 판사 임명을 거부하면서 집행력을 사실상 잃은 상태다. 분쟁 해소 기능이 마비됐다는 것은 관세 상한선 및 무역 규칙을 강제할 권한이 약화했다는 것으로 이대로 두면 글로벌 무역 시스템 자체가 무질서에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글로벌 경제 전망이 밝지 않고 성장률이 둔화하며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소비자 물가를 밀어 올리는 상황에서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재건하는 일은 무엇보다 긴급한 사안이다.

WTO 항소 기구 판결 건수
주: 판결 건수(좌측), 미판결 건수(우측)

미국 빼더라도 ‘다자간 무역 질서’ 재건 필요

미국이 발을 뺀 이상 세계 무역 질서가 1994년 합의(WTO 창설로 이어진 우루과이 라운드 무역 협상)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여기에 글로벌 무역 양상도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따라서 데이터 흐름, 탄소 가격제, 핵심 상품에 대한 수출 통제 등의 무역 이슈를 포함하는 유연한 다자주의의 복구가 필요하다. 뜻있는 국가들이 앞장서 WTO 내에 다자간 시스템을 재건하는 한편 다른 국가들의 합류도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WTO 분쟁 해결 절차의 복원이 필요하다. 항소 기구 판사 임명에 있어 기존의 전원 합의 방식을 버리고 초대다수규정(超大多數規定, super-majority mechanism, 2/3 또는 3/5 등 단순 다수결보다 강한 합의 원칙)의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무역 규정의 정립도 무역 장벽을 줄이고 기술 기업의 혁신과 시장 진입을 강화하는 데 필요하다. 친환경 및 저탄소 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와 핵심 상품 수출 규제에 있어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도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방지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합쳐진다면 2018년 이후 관세로 인해 상실한 글로벌 복지의 1/3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지금 상황에서 가장 실용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다.

관세 전쟁 위협, ‘이미 가시적’

정책 당국은 자국 내에서도 자유 무역의 혜택이 폭넓게 느껴질 수 있도록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관세 수입을 교육 및 직업 훈련에 배정하거나, 낙후한 지역에 무역 실적과 연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글로벌 공급망 접근을 촉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호주의 고등 교육 기여 제도(Higher Education Contribution Scheme)를 참고해 무역 차질에 노출된 근로자들에 재교육비를 지원하고 소득이 생겼을 때 상환하도록 하는 방안도 좋다.

다자간 개혁을 위한 시간표는 이미 짜여지고 있다. 올해 6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WTO 회원국들의 비공식 무역 각료 회담이 있고 9월에는 G20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이를 통해 관세 인하와 디지털 무역 기준 정립이 집중 논의돼야 한다. WTO는 내년까지 저탄소 상품에 대한 관세 철폐를 완료하고 투자 촉진 협정(Investment Facilitation Agreement)을 통해 글로벌 투자 흐름을 촉진하고 기업들의 자신감을 북돋울 필요도 있다.

현재 무역을 둘러싼 논의는 자주권이냐 시장 개방이냐 하는 차원보다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총괄하는 규칙을 바로 세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관세 전쟁으로 인한 위험은 이미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GDP가 악영향을 받고 있어 빠른 해결책이 없으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궁극적인 해답은 미국의 참여 없이도 충분히 기능할 수 있는, 포괄적이면서 투명성과 유연성을 갖춘 다자간 무역 질서의 재건이다.

원문의 저자는 시로 암스트롱(Shiro Armstrong) 호주 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원(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voiding a world trade war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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