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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인건비가 AI 비용보다 싼’ 동남아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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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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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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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농업 자동화, ‘낮은 인건비’가 발목
디지털 인프라도 ‘아직 역부족’
AI, 대체재 아닌 ‘보완재’로 간주해야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동남아시아 농업이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으면 획기적 발전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아직은 숫자가 맞지 않는다. 고성능 H100 GPU(그래픽 처리 장치)를 갖춘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한 시간 이용하는데 태국 농부 10명 이상의 일당이 필요한 현실 때문이다. AI 연관 비용이 인건비보다 훨씬 비싼 상황에서 동남아시아 농업의 자동화에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ChatGPT

동남아, 낮은 인건비가 ‘농업 자동화 지연’

미국 캘리포니아나 일본의 농업 자동화는 높은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므로 동남아시아에 그대로 대입해서 보기는 어렵다. 태국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하루 10.8달러(약 15,000원)에 불과하며 베트남 농촌 지역 노동자는 시급으로 0.7달러(약 1,000원)를 받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농부들의 인건비도 로봇보다 싸다. 농부들의 노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자동화 투자가 지연되는 첫 번째 원인은 저렴한 인건비 때문이다.

태국 농부와 ‘AWS’ 시간당 비용(2025년, 단위: 달러)
주: 태국 농부 최저임금(좌측), AWS 비용(우측)

기술은 힘든 인간 노동을 대신해 준다는 장점도 있다. 베트남 메콩강 삼각주 지역에서는 헥타르당 몇 달러면 드론이 인간을 대신해 농약 살포에 나설 수 있다. 기본적인 엣지 AI(edge AI, 센서나 장치에 AI 알고리즘을 연결) 장비를 갖추는 데 필요한 비용은 헥타르당 5년간 233달러(약 33만원)로 여기까지 보면 활용이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인간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수익률 측면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부족한 디지털 인프라도 ‘발목’

그리고 진짜 문제는 장비가 아닌 컴퓨팅 파워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기계 학습 등에 필요한 클라우드 리소스가 어마어마해서 예를 들어 식물병 방제 모델 하나를 구축하는데 25,000~30,000달러(약 3,500~4,200만원)가 필요하다. 베트남 농부 10명의 연간 소득보다 많다.

디지털 인프라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아세안 디지털 통합 지수(ASEAN Digital Integration Index)에 따르면 아세안 국가들의 디지털 기술 수준은 100점 만점에 48점으로 디지털 농업의 미래를 그리기에는 너무 낮다. 투자도 빠르게 줄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농업 기술 관련 기업 투자 규모가 2년 사이 91%나 줄어 혁신과 인프라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아세안 전 지역에 걸쳐 농업 관련 연구개발 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의 0.3% 이하에 머물고 있다.

인도네시아 농업 기술 벤처 투자 규모 추이(2022~2024년, 단위: 백만 달러)

대체재보다는 ‘보완재’

물론 현재 상황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는 있다. 일본의 스마트 농업법(Smart Agriculture Act)은 농민들에게 저리 자금과 AI 서비스를 지원한다. 아세안도 2,240억 달러(약 313조원)에 이르는 해외직접투자의 일부를 친환경 디지털 펀드로 돌려 AI 환경 구축에 활용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 특정 규제에 대한 일시적 면제를 허용)를 적용해 AI 서비스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다면 기술 도입이 속도를 낼 수 있다.

낮은 임금을 들어 AI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기후 변화까지 고려하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맞다. 예를 들어 메콩강 삼각주는 2030년대 중반이면 해수 범람과 홍수로 쌀 수확이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인공위성과 감지 장치를 이용해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물론 이 역시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 선행해야 한다.

따라서 단기간에 완전히 자동화한 농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보다는 반복적이고 힘든 인간의 노동을 대신해 주는 차원의 기술 이용을 1차 목표로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드론 등 장비와 컴퓨팅 파워 비용은 협동조합 및 지역 차원의 공유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농업 자동화의 성공은 로봇 대수가 아닌 비용 절감과 환경 보호 성과로 결정된다. AI 역시 인간을 대체한다기보다는 보완재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니까 인간을 대신해 수확을 대신하는 로봇보다는 병충해를 진단해 주는 모바일 앱에 더 가깝다. 장기적으로 보면 AI가 동남아 농업에 가져올 변화의 가능성은 매우 크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을 인식하고 데이터, 인프라, 인력에 대한 투자를 통해 단계적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맞다.

원문의 저자는 메이 초우(Mae Chow)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I can sow the seeds for ASEAN’s food security futur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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