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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본 없어도 된다" 中 CATL, 홍콩 증시 입성 첫날에 16%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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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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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CATL, 성공적으로 홍콩 증시 입성
IPO 과정에서 美 자본 과감하게 배제
침체했던 홍콩 자본시장, 봄바람 불까

올해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중국 CATL(닝더스다이)이 홍콩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레귤레이션 S(Regulation S)' 방식을 택해 미국 자본 유입이 불가능했음에도 불구, 상장 첫날부터 눈에 띄는 주가 상승세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CATL의 이번 상장이 홍콩 증시 입성을 준비하는 여타 중국 기업들에 있어 일종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CATL, 홍콩 IPO '대흥행'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CATL은 홍콩 증시 상장 첫날인 이날 공모가 대비 12.5% 오른 296홍콩달러(약 5만2,700원)로 거래를 시작해 공모가 대비 16.4% 상승한 306.2홍콩달러(약 5만4,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이날 CATL이 중국 선전거래소에서 기록한 주가(종가 기준 263.96위안, 약 5만1,000원)를 눈에 띄게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 본토와 홍콩에 이중 상장된 중국 기업의 경우, 홍콩 증시 내 주가가 더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CATL이 보여준 주가 추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셈이다.

앞서 CATL은 희망 공모가 상단인 263홍콩달러(약 4만6,800원)에 1억3,600만 주를 매각해 357억 홍콩달러(약 6조3,600억원)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당초 조달 목표는 약 310억 홍콩달러(약 5조4,870억원) 수준이었으나, 시장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자 매각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이번 IPO 과정에는 중국석유화공(시노펙)과 쿠웨이트투자청, 카타르투자청,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 오크트리캐피털 등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CATL은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약 90%를 헝가리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CATL의 주가 상승 여력이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다. 홍콩 제프리스의 존슨 완 중국 산업 리서치 총괄은 "CATL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7배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주가가) 50% 더 오를 여력이 있다"면서 "매수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레귤레이션 S' 방식 채택

시장은 CATL이 미국의 제재를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IPO를 마무리하며 당당하게 홍콩 증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미 국방부는 CATL이 중국군의 현대화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CATL을 중국 군사 기업 명단에 추가했다. 지난달에는 미 의회가 미국 투자은행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에 CATL의 IPO 업무에서 손을 떼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CATL은 레귤레이션 S 방식으로 상장하며 과감하게 미국 자본 유입을 차단했다. 레귤레이션 S는 미국 증권법에서 규정한 해외(비미국) 증권 발행 규정 중 하나로, 미국 증권법의 규제를 면제해 주는 대신 미국 내 투자자의 투자 참여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외 기업이 미국 시장에 상장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를 받는 ADR(주식예탁증서)과는 반대 개념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테런스 총 홍콩중문대 세계금융연구소장은 “CATL에 대한 수요가 충분했기 때문에 미국인 투자자 배제는 (흥행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CATL의 흥행은 홍콩 증시 입성을 준비 중인 중국 기업들에 있어 유의미한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국 메모리 반도체 대표 주자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를 비롯해 △제약사 장쑤 헝루이 제약 △식품 제조사 포산 하이톈 조미료 △전기차 제조사 세레스그룹 △음료 제조사 이스트록 음료 △자율주행 물류 솔루션 기업 웨스트웰 등 다수의 중국 기업이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 금융시장 '겨울' 끝나나

중국 기업들의 '상장 릴레이'는 얼어붙었던 홍콩 증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년간 홍콩 증시는 침체 상태였다. 홍콩 증시를 대표하는 항셍지수는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연속 하락했다. 특히 2023년 항셍지수 하락 폭은 14%에 달한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과 S&P500은 20~40%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일본 닛케이225(28%), 대만 자취안(27%), 한국 코스피(18%), 인도 센섹스(18%) 등 아시아 증시들도 일제히 상승했다.

IPO 시장도 얼어붙었다. 2023년 홍콩 자본시장의 기업공개(IPO) 규모는 460억 홍콩달러(약 7조8,890억원)에 그쳤다. 이는 1년 전 대비 56% 감소한 수준이자, '닷컴 버블'이 꺼진 2001년 이후 최소치다. IPO를 성사시킨 기업 수는 전년 대비 80% 감소한 67개에 그쳤으며, IPO를 통해 10억 홍콩달러(약 1,77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13개에 불과했다.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털(VC) 등의 대체 투자도 크게 위축됐다. 금융정보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2023년 홍콩의 대체투자 조달액은 2021년 대비 81%, 1년 전 대비 66%가량 감소했다.

시장이 활기를 잃으면서 거래량이 줄어들자, 홍콩 증권사들은 줄줄이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2022년 문을 닫은 홍콩 증권사는 49개에 달한다. 2023년에도 30여 개 증권사가 폐업했다. JP모건체이스·UBS그룹 등 대형 투자은행(IB)들의 아시아 IB 조직 구조조정에서도 주로 홍콩 직원들이 대상이 됐다. 아시아 대표 금융 중심지이자 미국 뉴욕·영국 런던과 함께 '세계 3대 금융허브'로 꼽히던 홍콩의 위상이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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