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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아프리카 양성평등은 ‘데이터 사용료’ 인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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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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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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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성 정치 참여’ 증가
원인은 ‘데이터 사용료’ 인하
통신비 인하 및 인프라 확충 ‘절실’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최근 10년간 가장 혁명적인 정치 세력을 등장시킨 것은 혁명이나 개혁이 아닌 데이터 사용료 인하였다. 통신 비용이 내려갈수록 더 많은 여성이 로그인해 본인의 목소리를 내고 선거에 출마했다. 정치 참여가 활성화되고 성별 격차는 줄어들었다.

사진=ChatGPT

‘인터넷 접속률’ 증가하자 ‘여성 정치 참여’ 늘어

국제기구들은 오랫동안 디지털 성별 격차의 원인을 문화적 규범이나 가부장적 사회질서로 파악해 왔다. 하지만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있었으니 바로 인터넷 데이터 사용료였다. 2023년 현재 아프리카 여성 중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 비율이 30%였는데 남성은 40%였고 이는 대부분 가처분소득 차이에서 비롯됐다.

아프리카에서 데이터 사용료는 아직도 비싸다. 1기가바이트 사용료가 평균 월 소득의 6%에 이르는데 이는 글로벌 목표 수준인 2%를 훨씬 상회한다. 그러니 가족이 인터넷 접속과 생계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경제력이 부족한 여성이 온라인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데이터 사용료가 무료이거나 보조금 혜택을 받는 경우 성평등 캠페인이나 워크숍 같은 것 없이도 성별 격차는 줄어들었다.

여성 국회의원 수도 증가

2014~2022년 사이 메타(Meta)는 아프리카 17개국을 대상으로 페이스북과 몇 개의 인터넷 사이트에 무료로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 적이 있다. 연구자들로서는 인터넷 접속의 정치적 영향을 살펴볼 좋은 기회였는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페이스북에 2년 이상 무료로 접속이 가능했던 지역에서는 다음 총선에서 여성이 당선될 가능성이 10%나 높아진 것이다. 남성 대비 국회의원 수 격차를 1/3이나 줄일 수 있는 수치다.

물론 인터넷에 접속하자마자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6년 차가 되자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인구가 22% 늘어났다.

메타 무료 인터넷 서비스와 소셜 미디어를 통한 뉴스 시청
주: 무료 인터넷 서비스 제공 기간(X축), 소셜 미디어를 통한 뉴스 시청(Y축)

정치에 대해 토론하고 선거 유세에 참여하는 여성들도 증가했다. 여성들의 정치 참여와 입후보의 길이 이렇게 열린 것이다. 일단 왓츠앱이나 페이스북으로 무료 선거운동이 가능해지자 여성들은 상징적인 후보를 벗어나 실제 표를 얻기 시작했다. 남성 재직 의원의 득표수 하락과 여성 정치 참여 증가가 일치한다는 사실은 여성들의 인터넷 접속과 정치 경쟁력 상승 간의 명확한 상관관계를 입증한다.

메타 무료 인터넷 서비스와 여성 국회의원 당선 가능성
주: 무료 인터넷 서비스 전후 기간(X축), 여성 국회의원 당선 가능성(Y축), 95% 신뢰구간

여성 할당제보다 비용 효율적

양성 정책에 있어 디지털 접속의 비용 효율성은 다음과 같은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다. 르완다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전체 의원 중 30%를 여성으로 채워야 한다. 물론 효과가 있지만 정책 집행과 후보자 교육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케냐의 스마트폰 보조금 프로그램은 150만 명의 저소득층 인구를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인터넷에 연결시킬 수 있었다. 실제 여성 한 명당 스마트폰 보조금은 75달러(약 10만원)에 불과했지만 할당제에 따른 여성 의원 후보 한 명에게는 1,100달러(151만원)의 비용이 쓰였다.

물론 데이터 사용료를 내린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외곽 지역 여성의 경우 정전이나 불안정한 인터넷망 때문에 연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안전 또한 문제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괴롭힘이 여성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안전장치와 법적 대응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 또한 플랫폼 알고리즘 때문에 여성들이 새로운 정보나 다양한 의견을 접하는 데 제약을 겪는다면 앞서 언급한 여성의 지위 향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제 성장까지 연결

어려움이 있지만 여성 정치인의 증가는 공정함의 영역을 넘어 경제적 이득으로도 연결된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 국회의원이 남성 동료에 비해 의료, 교육, 지역 기반 시설 등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또 작년 아프리카 개발 은행(African Development Bank)의 분석에 따르면 여성 국회의원 수가 5%P 증가할 때마다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0.3%P씩 성장한다고 한다. 여성 경제활동 인구가 늘고 영아사망률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데이터 보조금 정책은 정치 참여율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이득을 가져온다. 인터넷 접속 비용이 줄면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정치 시스템이 다각화해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다음과 같은 조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먼저 통신사 간 경쟁 입찰을 활성화해 소외 지역의 데이터 비용을 줄여야 한다. 줄어든 비용이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주어지도록 하는 한편, 면세 조치를 통해 누구나 저가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양성평등을 위해 중요한 것은 거창한 정책이나 캠페인이 아니라 여성들이 부담 없이 공론의 장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다. 비용을 줄여 주면 사회적 변화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원문의 저자는 소피 하테(Sophie Hatte) ENS 드 리옹(École Normale Supérieure De Lyon) 부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Digital access and gender representation: The case of a major connectivity shock in sub-Saharan Africa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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