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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인플레이션 목표제’가 그중 나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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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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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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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목표제’, 위기 거치며 대안 부상
인플레이션 기대치 ‘2% 고정 효과’
다른 정책 수단과 병용도 가능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금융 붕괴나 팬데믹, 에너지 쇼크 등 각종 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한결같이 취하는 익숙한 방식이 있다. 바로 연간 인플레이션율을 2% 내외로 유지하겠다는 단순한 약속이다. 1989년 뉴질랜드의 실용주의 정책에서 비롯해 그간 시도된 수많은 통화정책과 양적완화는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두 이기고 살아남았다. 어떤 비결이 있는지 살펴보자.

사진=ChatGPT

‘인플레이션 2%’ 목표제, 효과성 입증

1990년대 초 폴란드, 콜롬비아, 뉴질랜드 등은 처음 인플레이션 목표제(inflation targeting, 이하 목표제)를 도입한 후 모두 인플레이션 완화 효과를 목격했다. 3년 남짓한 기간 6~14%에 해당하는 인플레이션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인플레이션 목표제 도입 이후 성과
주: 도입 이후 3년간 평균 인플레이션율 변동(%), 폴란드, 콜롬비아, 뉴질랜드, 이스라엘, 스웨덴, 독일, 체코, 캐나다, 칠레, 브라질, 호주(좌측부터)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인플레이션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높기 때문에 따로 목표가 없어도 일부가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초기 인플레이션 하락 현상의 절반 정도는 자연스러운 평균 회귀(regression to the mean)로 설명된다고 한다.

초기 인플레이션율 및 ‘목표제’ 도입 이후 인플레이션율 감소율
주: 초기 인플레이션율(X축), 인플레이션율 감소율(Y축)

진정한 강점은 ‘지구력’

이러한 점을 감안해도 ‘목표제’의 강점이 더 있는데 바로 ‘지구력’이다. 목표제 시행 국가와 비시행 국가를 비교하면 성과 자체가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목표제 시행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장점은 바로 변동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물가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예측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덕분에 구매력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경제적 의사결정에 적용할 기준도 생긴다.

목표제가 도입된 배경에는 1970년대와 80년대 초반 중앙은행들이 통화 공급을 제한해 인플레이션을 잡아보려고 했던 실패한 시도가 있다. 결정적으로 미국 연준(Fed)의 통화주의 실험(monetarist experiment)이 금리 폭등과 경기 침체라는 처참한 실패로 귀결된 것이 계기가 됐다. 1989년 뉴질랜드가 목표제를 공식화하며 복잡성보다는 단순성에 승부를 걸었다. 이후로 인플레이션은 경제학자나 정책 당국만이 아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인플레이션 기대치 ‘고정 효과’ 탁월

‘2% 목표제’의 유용성은 2008년 금융 위기 상황에서 다시 시험받게 된다.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0%까지 대폭 낮추고 시중에 유동성을 쏟아부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경제학자들은 목표를 3% 이상으로 상향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0% 금리를 고수하면 향후 금리 인하의 여지가 사라진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2% 부근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고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신뢰가 유지된다면 제로 금리 상황에서도 실질 금리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만 입증했다.

이후 코로나19가 찾아오며 인플레이션은 다시 급등했다.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0.2%에서 9%가 됐고 유럽 물가는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여기서도 다시 중앙은행이 향후 경기 회복을 방해하지 않도록 인플레이션 목표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불거졌지만 올해 주요 경제권의 인플레이션은 대부분 2~3%로 돌아왔다.

물론 인플레이션 완화까지의 과정은 길고 비용도 컸다. 미국 한해 국내총생산(GDP)의 10%가량이 인플레이션 극복에 소요됐다고 추산되지만 그래도 80년대의 통화 정책과 비교하면 훨씬 나은 결과다. 무엇보다 2% 목표에 집중함으로써 임금-물가 순환 상승(wage-price spiral,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물가 상승이 다시 임금 상승을 유발)으로 인한 긴 고통을 막을 수 있었다.

다양한 정책 수단과 ‘병행 가능’

인플레이션 목표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나름의 이유가 없지는 않다. 인플레이션 수치 자체가 측정 오류로 과대평가됐거나 경기 하락기에 당국의 정책 수단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인플레이션 수치에 대한 의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목표를 수정하는 것은 신뢰를 더욱 약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또한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실질 금리가 자연스럽게 상향 조정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굳이 목표를 조정하지 않아도 금리 인하의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목표제가 고정불변의 것은 아니다. 2% 목표만 유지하고 다른 도구들을 섞어 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중앙은행들이 사용하는 추가 정책에는 먼저 공개시장조작(balance-sheet tools, 국공채 매매를 통한 통화 공급 조절)을 통해 굳이 긴장감을 더하지 않고 상황을 다루는 방법이 포함된다. 또 주택담보대출 상한 및 시중은행 완충 자본(capital buffer) 조정과 같은 거시 건전성 정책(macroprudential policies)을 통해 전체 경제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확률적 예측을 강화하는 것도 장기 신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여기에 지금까지의 성과도 목표제에 신빙성을 더한다. 수십 년간 목표제를 도입한 국가들의 경제 성장이 더 매끄럽고 금리 변동성은 낮았으며 임금-물가 순환 상승 사례도 적었다. 근소한 인플레이션율 하락이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어, 단기적인 하락보다는 기대치가 장기간 유지되는 것이 더 중요함을 일깨우기도 한다. 위기로 인한 정부 정책 방향의 전면 수정을 막고 가구들이 확신을 갖고 재무 계획을 수립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위기 시마다 토론이 불붙지만 2% 규칙은 지금까지 수많은 도전을 극복해 왔다. 더 내구성 있고 효과적인 대안이 등장하지 않는 한 당분간 목표제는 중앙은행 인플레이션 대응의 가장 믿을 만한 지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서지트 S. 발라(Surjit S. Bhalla) 인도 통계 및 프로그램 실행 위원회(MoSPI committee) 의장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n assessment of the performance of inflation targeting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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