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몸값 낮춰도 안 팔리는 롯데카드, ‘매각 금지 대상’ 조항도 족쇄
Picture

Member for

7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수정

3조원서 2조로 몸값 낮춰 재도전
금융지주들 인수 가능성 '손사래'
저조한 실적·어두운 업황에 매각 난항 예상

롯데카드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매각 금지 상대’를 명문화해 놓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롯데쇼핑의 경쟁사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에는 롯데카드를 매각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롯데쇼핑은 MBK에 대해 태그얼롱(동반매도참여권)이 있어 MBK가 경영권을 매각할 때 자신의 지분도 같이 팔아 달라고 요구할 권한이 있지만, MBK는 롯데쇼핑 지분에 대한 드래그얼롱(동반매도요구권)이 없다. 즉 MBK가 경영권을 매각하더라도 롯데쇼핑은 계속 2대주주로 남아 있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MBK, '매각 금지 상대' 명문화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2019년 롯데지주로부터 롯데카드를 인수할 당시 “향후 경영권을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에는 매각할 수 없다”는 내용의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이 같은 계약 사항은 롯데카드와 롯데쇼핑 간 밀접한 관계에서 비롯한 것이다. 롯데카드와 롯데쇼핑의 상호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롯데백화점 내 롯데카드 결제 비중은 약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롯데카드가 만약 롯데쇼핑 경쟁사에 인수된다면, 그 순간부터 롯데백화점 고객들의 소비 패턴 및 선호 브랜드 등 구매 관련 정보가 경쟁사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롯데백화점 입장에선 카드 프로모션 수단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롯데카드로 결제 시 10% 할인이나 무이자 할부 12개월’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즉 롯데카드를 롯데쇼핑 경쟁사에 매각할 수 없도록 제한한 조치는 캡티브 시장 보호를 위한 전략적 방어 장치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밖에도 롯데쇼핑은 MBK가 경영권을 매각한 뒤에도 2대주주로 남아있을 권한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드래그얼롱과 태그얼롱은 하나로 묶여서 존재한다. 롯데카드의 또 다른 2대주주인 우리은행의 경우에도 MBK와 사이에 드래그얼롱과 태그얼롱이 둘 다 존재한다. 그러나 롯데카드의 경우엔 롯데쇼핑만 태그얼롱을 갖고 있고, MBK는 드래그얼롱을 갖고 있지 않다. MBK는 제3자에 경영권을 매각하면서 롯데쇼핑 지분 20%까지 묶어서 함께 팔 권한이 없다는 얘기다.

2조 몸값 견딜 잠재 후보 있나

시장에서는 인수자 후보군으로 KB금융 및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지주들이 거론되지만 잠재적 매입 후보들은 여전히 손사래를 치고 있다. 롯데카드 매각의 핵심은 가격이다. 앞서 MBK는 지난 2022년 롯데카드 매각가로 3조원을 제시했다. 당시 여러 잠재 인수후보들이 물밑에서 접촉했지만 매각가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MB는 현재 롯데카드 매각가를 2조원대로 낮추고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3조원에 비해서는 낮춰진 가격으로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3조원대 가격보다는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협상하겠다는 것"이라면서도 "단 인수가 등을 감안하면 최하 2조원이 MBK파트너스에서 제시할 수 있는 금액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잠재 인수후보들은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한 인수후보 측에서는 '결코 인수할 의사가 없다'며 못을 박기도 했다. 애당초 인수합병(M&A)의 특성상 우선협상대상자나 인수대상자로 확정되지 않는 한 언급을 꺼린다는 점이 있고, 여전히 몸값이 높다는 점에서 심리적 부담감이 있다는 점으로 풀이된다.

롯데카드 본사/사진=롯데카드

업황 악화에 매력 떨어지는 카드사

롯데카드의 실적 하락도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꼽힌다. 지난해 롯데카드 당기순이익은 1,642억원으로 전년(3,679억원)대비 무려 2,000억원 넘게 하락했다. 올 1분기 당기순이익도 143억원으로 전년동기(249억원)보다 42.4% 감소했다. 롯데카드 실적 감소는 지난해부터 카드론 잔액 상승으로 인한 대손비용 증가와 가맹점 수익성 감소가 함께 영향을 미친 탓이다. 앞서 롯데카드는 조좌진 사장 부임 이후 비대면 채널 강화와 적극적 카드론 확대로 지난 2023년까지 당기순이익 등 실적을 늘려 왔지만 최근 대손비용 증가 등이 겹쳐 실적이 감소하는 악재를 맞았다.

최근 발생한 롯데카드의 금융사고도 매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에서 786억원 규모의 팩토링 대출 부실이 발생했다. 롯데카드는 내부감사를 마쳤고 금감원의 수시검사도 최근 종료됐다. 이번 사고가 신용등급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400억원 안팎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대주주인 MBK에 대한 신뢰도 저하가 롯데카드 매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M&A의 핵심인 매각가격 책정에서 MBK의 협상력 저하는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있다. 여기에 홈플러스의 회생절차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MBK파트너스 내부적으로도 롯데카드 매각이 업무상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카드사의 업황 악화와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된 환경적 요인도 롯데카드 매각에 우호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카드사들은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카드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회사 간 점유율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고, 업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M&A 시장에서 카드사 매물 매력이 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Picture

Member for

7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