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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트리중앙, 자회사 SLL중앙 매각 3년 내 상장키로 했지만 공회전, 기한 1년 연장 IPO 난항에 FI 엑시트 출구로 M&A 선택

콘텐트리중앙이 자회사 SLL중앙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SLL중앙은 기업공개(IPO)를 위해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 바 있으나, IPO 시장에서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매각으로 선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 주관사 골드만삭스 선정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콘텐트리중앙은 최근 SLL중앙을 매각하기로 하고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했다. SLL중앙은 국내 대표 콘텐츠 제작사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 등 유력 콘텐츠들을 제작한 바 있다. SLL중앙의 최대주주는 콘텐트리중앙으로 지분 53.82%를 갖고 있다. 홍정도 부회장이 4%, JTBC가 2.84%, 중앙홀딩스가 1.8%, 홍정인 사장이 1.18%를 보유 중이다.
SLL중앙에는 재무적투자자(FI)들의 지분도 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이 18.36%를, 중국 텐센트가 10.11%를 보유하고 있다. SLL중앙은 지난 2021년 3월 말 SLL중앙(당시 JTBC스튜디오)은 상장전투자(Pre IPO)를 유치했다. 프랙시스와 텐센트가 회사의 전환우선주(CPS)를 각각 3,000억원, 1,000억원 규모로 인수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잔여재산 분배 시 2.9%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받았다.
SLL중앙은 투자를 유치하며 3년 안(2024년 3월)에 적격상장(Q-IPO)하기로 약속했다.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1년씩 두 차례에 걸쳐 기한을 연장(3+1+1)할 수 있다는 조건도 넣었다. 이를 위해 작년 1월 NH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BBB급 SLL중앙, 리테일 시장서도 외면
그러나 SLL중앙은 제작비 상승 및 국내 광고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며 2022~2024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그러는 동안 상장도 늦어졌다. 지난해에도 순손실 391억원을 보이며 수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177%에 달하는 등 재무 상황도 좋지 않다. 캡티브 채널인 JTBC의 드라마 방영 회수가 2020년 217회에서 지난해 152회로 줄어든 것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적자 누적은 자본시장에서의 신뢰 상실로 이어졌고, 그 결과 SLL중앙은 회사채 증액 발행에도 실패했다. 지난 3월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을 진행한 SLL중앙(신용등급 BBB)은 일부 트렌치에서 미매각이 났다. 구체적으로 1년물 150억원에서 120억원의 주문만을 받아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2년물 250억원도 260억원이 들어와 겨우 목표치를 맞추는 데 그쳤다. 당초 계획했던 증액 발행도 무산됐다.
SLL중앙은 리테일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회사채들 중 하나로 꼽혔다. 비우량 회사채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메리트로 개인 투자자들이 리테일 창구에서 많이 찾았다. 그러나 신용 리스크가 확대되자 시장은 외면했다. 실제 당시 SLL중앙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투자매매중개업자로 들어온 주문은 1년물과 2년물 각 1건씩에 그쳤다. 이는 불과 1년 전이었던 지난해 1월 회사채 수요예측과 크게 대비된다.

몸값 1조원대 초중반 전망
계약상 SLL중앙은 정해진 시한까지 상장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한 뒤 기존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재무 여건상 FI 보유 지분을 자력으로 인수하는 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SLL중앙은 최근 상장 기한을 1년 더 연장했다. 이미 1년을 미룬 상황에서 1년을 추가로 연장한 것이다. 즉 SLL중앙과 프랙시스캐피탈·텐센트는 내년 3월까지 상장하는 데 합의한 상태다.
SLL중앙의 매각가는 1조원대 초중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랙시스캐피탈과 텐센트로부터 투자받았을 당시 기업가치가 1조2,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1조원대 초중반의 몸값을 인정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쟁사와 비교하면 SLL중앙이 기업가치를 1조원대 중반까지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콘텐츠 제작 기업 스튜디오드래곤의 경우 매출액 5,500억원에 시가총액이 1조4,700억원 수준이다. SLL중앙은 매출액이 4,700억원이므로, 스튜디오드래곤과 단순 비교해 기업가치를 추산하면 1조2,500억원이 된다. 단,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36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는 점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SLL중앙과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