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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흔들거나 스쳐가거나” 보험업법 개정안 논의로 다시 불붙은 금산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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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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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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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보험업법 개정안 적극 추진
개정안 통과 시 삼성 지배력 위태
시장은 자본 효율성 개선 기대감

보험업법 개정안이 새 정부 들어 다시 추진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관심 또한 높아지는 모습이다. 문제의 개정안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 삼성의 반발과 우회 전략이 함께 주목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분 매각이 삼성생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실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그룹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룬다.

새 정부에서 다시 테이블 오른 보험업법 개정안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주장하는 상법·보험업법 개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일명 ‘삼성생명법’으로도 불리는 해당 개정안은 보험회사가 보유한 주식의 평가액이 총자산의 일정 비율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금융회사가 일반 기업의 지분을 일정 이상 보유하며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는 ‘금산분리’의 대표적 사례다. 지금까지는 정권 교체와 재계 반발 등으로 본격 논의되지 못했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치권과 정부 내부에서 강행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단 전언이다.

삼성생명법이란 별칭에서 알 수 있듯 보험업법 개정안은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직결된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통주의 8.51%를 보유 중”이라며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시가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 이내로 제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1분기 말 기준 319조원의 자산을 보유 중인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 중 약 5.7%(약 20조원)를 처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해당 법안을 정치적 상징성과 정책적 명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공정경제’와 ‘재벌개혁’을 기치로 내건 현 정부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는 기류와 함께 법안 상정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히 금산분리의 문제를 넘어 대통령실과 기재부 등 핵심 부처들의 방향성과도 맞물린 사안으로 평가된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 분할법인 활용 우회 전략 가능성 대두

보험업법 개정안이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르면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삼성의 반응에도 이목이 쏠린다. 그간 삼성 측은 “금산분리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현재 논의 중인 법안은 글로벌 기준과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해 왔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대부분은 보험사의 자산운용을 일정 기준 아래서 자율에 맡기고 있는 반면, 한국은 ‘갈라파고스식 규제’에 갇혀 있다는 것이 삼성의 주된 논리다.

삼성의 대응 전략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이미 ‘우회적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에서 분할된 신설 법인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넘겨 삼성생명이 직접 보유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지분 매각 없이도 법안 요건을 맞출 수 있어 법적으로는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그룹 지배구조는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규제 강화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적 대응인 셈이다.

실제로 삼바는 지난달 22일 단순·인적 분할 방식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삼성에피스홀딩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향후 신설 계획인 회사를 100% 자회사로 두고, 삼바는 미국 법인인 삼성바이오로직스아메리카만 자회사로 보유한다는 구상이다. 삼바 측은 위탁생산 사업부의 고객사가 바이오에피스의 경쟁사인 경우가 있어 이해 상충 우려 때문에 두 부문을 분할한다는 설명이지만,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재편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바 지분을 각각 43.06%, 31.22% 보유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신설 법인에 대한 지분을 그대로 승계하고,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늘리면 지금과 같은 수준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삼성물산의 삼바 지분 가치가 3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와도 비슷하다.

증권가는 주가 상승 기대감, 시장은 차분한 반응

이와 함께 삼성생명이 초과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현금화하면서 자본 효율성이 높아지고,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 또한 제기된다. 키움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삼성생명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불확실성 해소와 자산운용 유연성 확대”를 그 근거로 들었다. 현재 거론 중인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아직 가능성에 불과한 만큼 다양한 변수가 있으나, 자본 효율성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적으로 반영되는 추세란 설명이다.

시장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한 편이다. 이는 삼성이 과거 수차례의 규제·입법 환경 변화에도 최소한의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흘려보내는 데 능숙했다는 경험치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지주회사 전환 등 굵직한 이슈에도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는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다. 삼성생명을 정조준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삼성은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최소한의 변경, 최대한의 통제’를 목표로 지배구조를 지켜나갈 공산이 크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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