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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홈플러스 데자뷔? 11번가 ‘FI 손절’ 시나리오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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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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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시장 냉각→유력 원매자 이탈
수익성 회복에도 시장 반응 냉담
몸값 급락에 FI 회수 전략 무의미

SK와 재무적투자자(FI)들이 매각을 추진 중인 11번가가 인수자를 찾지 못하며 장기 표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통업 전반의 침체와 시장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오아시스·이마트 등 과거 인수 후보들은 각각 티몬 인수 및 알리익스프레스 협업으로 11번가를 등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익성 회복 시도에도 FI의 회수 전략은 사실상 차단된 상태며, 현재로선 헐값 매각 외에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FI 내부에선 손실 감수 전제의 구조조정 시나리오가 대두되는 분위기다.

“실사 전무, 콜옵션 행사 가능성 희박”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주요 주주인 SK스퀘어와 FI들은 지분 매각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유통 산업 전반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매각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FI들은 초기 투자금 5,000억원과 내부수익률(IRR) 회수를 원하고 있으며, SK 측도 비주력 자산 정리 차원에서 매각으로 가닥을 잡았단 전언이다. 그러나 전자상거래(이커머스)업계 전반이 저성장·저수익 구조에 빠진 만큼 11번가를 인수할 실수요자는 마땅치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거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오아시스마켓은 최근 티몬 인수를 위한 회생계획안이 법원의 인가를 받으면서 조직 안정화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추가 인수합병(M&A) 여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또 다른 유력 후보로 꼽힌 이마트 역시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와의 전략적 협업을 본격화하고 있어 온라인 채널 확장을 위한 별도 인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이에 과거에 비해 11번가의 전략적 가치가 희석됐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여기에 최근 들어 실사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내에선 콜옵션 행사 가능성도 작게 보는 분위기다. 원래대로라면 SK스퀘어는 FI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갖고 있지만, SK스퀘어의 재무 상황이 여의치 않아 실제 행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누구도 11번가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는 상태”라며 “콜옵션이 유효하려면 매수·매도 간 가치 차가 적정해야 하는데, 현재는 괴리 폭이 지나치게 크다”고 꼬집었다.

FI 주도 대표 교체, 성과는 ‘나름’ 효과는 ‘글쎄’

11번가는 지난해부터 매각을 염두에 두고 수익성 회복에 집중해 왔다. FI들은 박현수 신임 대표를 선임하는 등 11번가 경영진을 대거 교체했고, 외형 확대보다는 손익 개선에 방점을 두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정비했다. 그 결과 2023년 1,258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약 754억원까지 낮아졌으며, 당기순손실 역시 같은 기간 1,313억원에서 932억원으로 400억원가량 개선됐다.

이처럼 수익성 개선에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지만, 그러는 동안 매출은 역성장을 기록했다. 11번가 매출은 2023년 8,655억원에서 지난해 5,61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에 시장 참여자들은 11번가의 뚜렷한 성장 동력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기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단 평가다.

유통업계의 암울한 현실 역시 비관적 전망에 힘을 보태는 요소다. 티몬과 홈플러스 매각 사례 이후 투자자들은 유통 자산에 대한 회의감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으며, 시장에는 인수 실익을 따지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특히 홈플러스의 경우 국민연금 등 주요 LP(출자자)들이 손실을 확정 지으면서 유통 자산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누적되면서 원매자들의 접근은 갈수록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앞서 11번가 FI들이 ‘수익 개선 후 매각’이라는 그림을 그렸던 이유는 SK가 직접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택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해당 시나리오는 외부 인수 후보가 등장하지 않으면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FI들이 매각 성사를 위해 일부 인수 후보군과 직접 접촉을 시도했음에도 실사나 본입찰 단계로 이어진 사례는 전무하다는 점이다. 과거와 달리 성장 기대감이 낮아진 11번가에 대해 매각 시장은 명확한 가격 기준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11번가

IRR은 꿈의 숫자, 손실 최소화에 방점

11번가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FI들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회수 시나리오 또한 급격히 좁아지는 형국이다. 앞서 FI들은 2018년 11번가에 총 5,000억원을 투자하며 연 6~8% 수준의 IRR을 기대했지만, 매각 지연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이 같은 수익률은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로 여겨지고 있다. 실현 가능한 방안은 투자금의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를 짜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현재와 같은 유통 산업 저평가 상황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결국 가격을 낮추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선 FI들이 ‘구조적 손절’을 택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분위기다. 최근 일부 점포 정리를 단행한 뒤에도 매각에 실패한 홈플러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팔릴 수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선 점포 매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력 축소, 비용 절감 등 고강도 구조조정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다만 11번가의 사업 모델 특성상 고정비 부담이 매우 크고, 이커머스 시장 전반이 성장 둔화에 직면해 있어 이 같은 시나리오 또한 현실화 가능성은 매우 낮은 걸로 평가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FI들이 11번가 외의 다른 자산이나 계열사와의 ‘패키지 딜’ 형태로 회수를 추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예컨대 일부 자산을 우선 매각해 현금 흐름을 확보하거나, 유사 사업과 묶어서 매물화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시장 반응이 미온적이고, SK 측의 손실을 전제로 한 지분 정리 의지 여부에 따라 불가능해질 수 있다. 결국 FI들이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일부 현금 회수에 만족하거나 △손실을 감수한 헐값 매각 △장기 보유로 실질 회수 불능을 감수하는 것 정도로 수렴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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