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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PF에 갇힌 韓 저축은행, 암울한 전망 속 업계 1위도 국내 시장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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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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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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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개 저축은행 중 절반가량이 '부실 PF' 보유
SBI홀딩스, 9,000억원에 '1위 저축은행' 매각
OK금융·상상인 인수 협상, 가격 차이로 난항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국내 저축은행업권을 깊은 침체로 몰아넣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속에 연체율이 치솟고, 실적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점과 인력은 줄어드는 등 외형마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처럼 업권 전반에 걸쳐 암울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계 금융그룹 SBI홀딩스도 자회사이자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을 9,000억원에 매각하고 국내 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수순을 밝고 있다.

"韓 저축은행업권, 더 이상 성장 어려워"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이 교보생명에 매각됐지만, 저축은행업권 인수·합병(M&A) 시장이 활성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4월 이사회를 열고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오는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최대주주인 일본 종합투자그룹 SBI홀딩스로부터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인수 금액은 약 9,000억원 규모다. SBI홀딩스는 현재 SBI저축은행의 지분 85.25%를 보유 중이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14조289억원, 자본총계 1조8,995억원, 거래 고객 172만명을 보유한 업계 1위 저축은행이다. 2018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PF발 위기가 본격화한 2021년과 2022년에도 SBI저축은행은 각각 3,495억원, 3,284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해왔다. 이후 저축은행 업계가 부동산PF 부실로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던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891억원, 80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SBI저축은행은 잦은 매각설에 시달려왔다. 모회사인 SBI홀딩스의 실익이 없었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2013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한 SBI홀딩스는 결손금이 모두 해소된 2023년 이전까지 단 1원의 배당도 받지 못했다. 결손금 해소 후에는 지주사 전환을 통해 국내 사업 확대를 모색하기도 했지만, SBI홀딩스의 경영진은 결국 '한국의 저축은행업은 더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 하에 엑시트를 추진하게 됐다.

저축은행업권을 바라보는 시각은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다. OK금융그룹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협상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올해 1월 실사를 마치고 양측이 반년 가까이 협상이 지속하고 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채 난항을 겪고 있다. OK금융은 인수가로 1,000억원 이하를, 상상인 측은 2,000억원 수준을 원해 양측의 격차가 두 배에 달한다. 더구나 인수가를 조금만 올려도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음에도 다른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고금리·부동산 침체에 실적 부진 이어져

이 같은 저축은행업계의 실적 부진은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경기침체에서 비롯됐다. 특히 부동산PF는 저축은행을 부실 위기로 밀어 넣는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올해 2월 기준, 금융권이 매각을 추진 중인 부실 PF 사업장은 369개로 위험 노출 규모는 6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PF 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말 9.39%를 기록한 뒤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매각 대상 중 국내 38개 저축은행이 보유한 사업장만 128건에 달한다.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절반가량이 부실 PF 대출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부실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저축은행 업계의 외형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2020년 304개였던 지점 수는 지난해 259개로 13.5% 줄었고, 2022년 10만 명에 육박했던 직원 수 역시 지난해 8,000명 대로 감소했다. 반면 연체금액은 2020년 2조7,508억원에서 지난해 8조5,725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손실도 늘어났다.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순손실은 3,974억원으로 잠정 집계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적자 폭은 전년(5,758억원) 대비 1,748억원(3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최근 들어 저축은행 업계 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20%를 넘어섰다. 라온저축은행(23.12%)과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21%대)이 대표적이다. 이는 같은 기간 저축은행 전체 평균 연체율(9%)의 2~3배에 달하는 수치다. 반면 상위 5개 저축은행(OK, SBI, 웰컴, 한국투자, 애큐온)과 5대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하나 10.16%, NH 10.12%, KB 9.51%)의 경우 연체율이 10%대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개선 권고 등 선제적 조치 나서

부동산PF로 촉발된 저축은행업계의 부진이 지속되자, 금융당국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정책 방향은 금융사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췄다. 현재 3% 안팎인 금융사 부동산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을 2028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4월에는 토지주가 토지와 건물을 리츠(부동산투자회사)에 현물로 출자할 경우, 부동산이 매각돼 이익을 실현하는 시점까지 양도소득세 납부 시점을 늦춰주는 방안도 발표됐다.

금융당국은 경영개선 권고 등 선제적 조치도 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자산 규모 10위권인 상상인저축은행의 부동산업 및 PF 대출 연체율이 28.6%까지 치솟자, 적기시정조치 1단계에 해당하는 경영개선 권고를 내렸다. 같은 시기 페퍼·우리·솔브레인저축은행 등도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올랐으나 자본 확충 등으로 실제 조치는 유예됐다. 또한 PF성 대출이 총 여신의 3분의 1을 초과한 업계 64위 DH저축은행에 대해서는 경영유의사항을 통보했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러한 금융당국과 업계의 노력이 '미봉책', '시간끌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사가 자기자본비율 강화 등 단기적 건전성 지표 관리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작 부동산PF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부동산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3~5%에 불과하며, 정부가 선진국 수준(20%)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지만, 2025년 현재 목표치를 달성한 사업장은 전체의 4%에 그치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연기금과 은행 등 제3자의 지분투자 참여를 확대하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미국은 퇴직연금 재원의 5~15%를 부동산PF 시장에 투입해 금융사의 자본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제3자 참여 방식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432조원에 달하는 국내 퇴직연금 재원에 미국의 투자 비율을 적용하면 국내 부동산PF 중 약 23%를 충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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