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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의장의 목소리, 시장의 또 다른 변수로 부상 억양 변화, 자산 가격뿐 아니라 규제 반응도 유도 시장 상황과 조합 따라 엇갈려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2025년 6월 18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경기는 견조하다”라고 말한 직후, 시장은 평소와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지역은행 주가를 추종하는 KBW 지역은행 지수는 2% 가까이 급락했다가 반등했고, 지역은행의 신용부도스왑(CDS) 스프레드는 9bp나 벌어졌다. 기준금리도, 성명 내용도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말끝의 살짝 올라간 억양은 시장에 ‘불안’을 암시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이제 시장은 발언 내용뿐 아니라, 억양에도 반응한다. 그리고 그 억양은 단순한 분위기를 넘어, 은행의 규모와 구조, 정책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파장을 일으킨다.

시장이 움직인 순간들
2020년 3월, 팬데믹 초기 파월 의장이 유동성 경색을 언급하며 절제된 목소리로 경고했을 때 JP모건체이스는 하루 새 16%, 뱅크오브아메리카는 6.5% 하락했고, KBW 지역은행 지수는 16.2%나 급락했다. 2025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계획과 맞물려 파월 의장이 ‘지속적 인플레이션 위험’을 조심스럽게 강조하자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0% 이상 빠졌고, 은행주는 수개월만의 저점을 새로 썼다. 같은 해 시카고 연설에서 파월 의장이 무역 긴장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을 때도 S&P500 금융주는 하루 만에 2% 넘게 하락했다. 발언 내용 못지않게, 그 발언이 어떤 억양으로 전달됐는지가 시장의 심리를 흔드는 결정적 요소로 떠올랐다.
연구로 확인된 ‘목소리 변수’의 힘
파월 의장의 억양이 시장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은 2023년 고로드니첸코 연구팀이 처음 제기했다. 이들은 연준 의장의 음성에서 '따뜻함' 정도를 측정했고, 그 수치가 한 표준편차 높아질 때 2년물 국채 금리는 평균 10bp 오르고, S&P500 지수는 발표 당일 약 1% 상승한다고 밝혔다. 이 효과는 발언 내용의 긍·부정 정서를 통제한 뒤에도 유효했다. 같은 해 알렉소풀로스 연구진도 의회 증언에서 유사한 결과를 확인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전 세계 중앙은행이 발표한 약 26만 건의 발언을 분석해, 억양과 발화 속도 등 음성 신호가 단어 선택보다 시장 반응을 더 정확히 예측한다고 밝혔다.
감정 지표로 본 억양의 흐름
연준 의장의 억양에서 추출한 감정 지표도 정책 신호와 일정한 관계를 보인다. 2013년 1분기, 벤 버냉키가 양적완화 지속 방침을 강조했을 당시 ‘행복’ 지표는 뚜렷하게 상승했고, ‘슬픔’과 ‘분노’ 지표는 하락했다. 2014년 초 재닛 옐런이 의장으로 취임하며 정책 불확실성이 커졌을 땐 반대로 '슬픔'과 '분노' 지표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2020년 팬데믹 국면에서 파월 의장이 시장 충격 가능성을 경고하며 신중한 억양을 유지하자 ‘분노’ 지표는 단기간 급등했다. 감정 기반 억양 지표는 단순한 분위기 지표가 아니라, 실제 정책 메시지의 방향성과 시장의 긴장 수준을 반영하는 정량적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주: 분기별 시점(X축), 감정 점수(Y축)/행복, 분노, 슬픔(상단부터)
은행 규모 따른 반응
억양이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은행 규모에 따라 달랐다. 아나스타시우 연구진은 2011년 이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정량 분석하고, 이를 상장 은행 180곳의 주가 급락 확률과 연계해 살폈다. 그 결과, 억양이 낙관적으로 바뀔 때 자산 500억 달러 미만 중소 은행의 다음 분기 급락 위험은 평균 28bp 감소했다. 반면 글로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대형 은행(G-SIB)은 거의 반응하지 않았고, 억양이 부정적으로 전환되었을 때만 급락 확률이 평균 19bp 증가했다. 이 차이는 자금조달 방식에서 비롯된다. 중소 은행은 예금 안정성과 지역 기반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반면, G-SIB는 글로벌 달러 스왑시장에 더 민감하다. 억양이 강경하거나 불확실하게 들릴 경우, G-SIB는 조달 비용과 환율 리스크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주: 발언 톤(긍정적, 부정적) 유형 (X축), 은행 위기 확률(Y축)/소형 은행(진한 색), 대형 은행(진한 색)
목소리가 작동하는 세 가지 회로
연준 의장의 억양은 여러 경로를 통해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반응을 유도한다. 우선, 음성 정보는 발언과 동시에 전달돼 알고리즘 매매 시스템이 텍스트보다 먼저 반응한다. 실제로 많은 고빈도 매매 알고리즘은 억양과 말투에서 위험 신호를 탐지해 즉시 매매 방향을 결정한다.
또한, 억양이 부정적으로 해석되면 중소 은행을 중심으로 매수·매도 호가 간격이 벌어지고 거래가 줄어들며, 시장 유동성이 급속히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단기간 내 주가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독 당국도 억양의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CDS 스프레드가 억양과 함께 상승하면, 금융당국은 이를 실시간 경고로 간주하고 검사 일정을 앞당기거나 배당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당시, 파월 의장이 차분한 억양으로 발언한 이후 48시간 이내에 예금 유출이 멈춘 사례는 억양이 단순한 심리적 효과를 넘어 실질적인 위기 안전장치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건 따라 달라지는 효과
억양은 시장에 항상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수록 억양의 영향력은 커지고, 반대로 정책 방향에 대한 신뢰가 높을 때는 시장 반응이 미미하다. 또한 연준의 직접 감독을 받는 은행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산하의 다른 기관 소속 은행 간에도 반응의 민감도는 다르게 나타난다. 즉, 억양은 시장 환경, 제도 구조, 정책 타이밍이 맞물릴 때 효과를 발휘하는 ‘조건부 신호’다.
전 세계 시장도 반응
이런 현상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5년 CAMA 연구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억양이 비관적으로 들릴 때, 이탈리아 및 독일 국채 금리차는 10분 만에 7bp 확대됐다. 같은 발언이라도 억양에 따라 재정 취약국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차가 확대된 것이다. 호주중앙은행(RBA)의 미셸 불록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very'라는 단어에 억양을 실어 임금 상승 압력을 강조했을 때도, 성명 발표 전부터 채권 시장에서 매도세가 나타났다. 최근엔 석유수출국기구(OPEC) 기자회견의 억양을 분석해 브렌트유 선물을 거래하는 전략까지 등장하고 있다.
파월의 억양, 이제는 하나의 정책 변수
통화정책은 언제나 발언을 통해 시장과 소통해 왔다. 이제는 ‘무슨 말을 했는가?’와 더불어 ‘어떻게 말했는가?’도 시장 리스크의 분포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같은 문장이 은행의 규모나 구조에 따라 상반된 반응을 낳고, 억양 하나가 금융 시스템의 균형을 흔든다. 파월의 마이크는 더 이상 중립적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리스크를 재분배하는 지렛대이며, 측정되고 조정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목소리가 떨리는 바로 그 순간이 미국 금융 시스템의 다음 균열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원문의 저자는 디미트리스 아나스타시우(Dimitris Anastasiou) 아테네 경제 경영대학교(Athens University of Economics and Business) 조교수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Beyond words: Fed chair voice sentiments and US bank stock price crash risk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