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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정책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살펴봐야 "금리 인하 시기를 아직 특정하기는 일러" 연준 내부에서도 7월 인하에 의견 엇갈려

제롬 파월 미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연준 인사들은 조기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며 내부에서도 정책 기조를 둘러싸고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파월 "여름 지나면 관세 영향 드러날 것"
24일(현지 시각) 파월 연준 의장은 미 연방 하원 재무위원회 '반기 통화정책 보고 청문회'에 출석해 다음 달 금리 인하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억제된다면 금리를 조기 인하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하겠지만, 여전히 경제가 강한 상황에서 특정 회의를 지목하고 싶지 않다"며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관세가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6~7월 지표를 통해 점차 드러날 것”이라며 여름 이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하하는 추세임에도 연준이 이를 따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와 연준이 올해 물가 상승률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ECB는 유로존의 경제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하방 압력에 대응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8차례 연속 금리를 내리며 1년 새 총 2%포인트 인하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18일 이틀간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현행 4.25~4.50%로 동결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행정부 출범 후 4차례 연속 금리 동결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도 연준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에 대해 관망세를 유지하는 이유로 "경제와 고용시장 모두 견조하다"며 "만악 고용시장이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악화한다면 금리 인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연방은행 총재들도 연준 신중론 지지
이날 청문회에서는 파월의 신중론을 지지하는 인사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최근 물가 데이터는 긍정적이지만, 관세가 가격에 미칠 영향을 더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 연방은행 존 윌리엄스 총재도 “정책 변화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현재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베스 해막 총재는 “현 금리 수준이 한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보스턴 연방은행 수전 콜린스 총재도 “다소 제약적인 정책 스탠스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했다. 바 이사는 24일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향후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미국 경제는 탄탄한 기반 위에 있다"며 실업률이 낮고 인플레이션도 연준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해 완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단기적인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공급망 조정, 2차 파급 효과 등으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 이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초래할 수 있는 위기 요인도 지적했다. 그는 "지나친 관세 장벽은 경제 성장세를 둔화시키고 실업률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러한 영향은 단기에 그치지 않을 수 있고, 정책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 인하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기 보다는 당분간 경제 상황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연준의 통화정책은 현시점에서 상황 전개를 관망할 수 있는 적절한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임명 인사들은 '조기 인하'로 선회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은 파월 의장의 신중론에 반기를 들었다. 미셀 보먼 연준 부의장은 23일 체코 중앙은행 주최 콘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억제될 경우 이르면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며 “이는 금리를 중립 수준에 맞추고, 건강한 노동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보먼 부의장은 지난해 9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에 유일하게 반대표를 행사하며 소폭 인하를 주장했다. 매파(통화 긴축) 성향이었던 그가 비둘기(통화 완화)로 급선회했다는 분석이다.
온건한 매파로 여겨졌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이달 20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7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러 이사는 인터뷰에서 “다음 FOMC 정례회의부터 금리 인하 가능성을 고려하기 해야 한다”며 “고용시장이 급락할 때까지 기다린 뒤 금리를 인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발표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가 점진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2%)에 점차 근접하고 있는 만큼, 금리 인하를 논의할 시점이 다가왔다”고 밝혔다
보먼 부의장과 월러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물가를 크게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금리 인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특히 보먼 부의장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PCE 상승률은 올해 초 2.5%에서 지난 4월 2.1%로 둔화됐으며, 월가에서는 27일 발표될 5월 PCE가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월러 이사는 “지금까지 경제 지표는 양호했다”며 “관세 영향이 있더라도 일시적이며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