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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국정委 로드맵 보고 기초연금 소득하위 40% 부부감액 일하는 노인 연금도 감액폐지 제안

이르면 2027년 기초연금 부부 삭감이 축소되고, 돈 번다고 국민연금이 깎이는 사람도 줄어들 전망이다. 기초연금·국민연금 삭감의 단계적 감축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은퇴 후에도 일하는 노인 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 활동 감액제는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 국민연금 감액제 폐지 추진
8일 관가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 삭감 로드맵'을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소득 하위 40%에 해당하는 부부의 기초연금 감액이 현행 20%에서 2027년부터 10%로 줄어들고 2030년에는 완전히 폐지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지급하며 부부 모두가 기초연금을 받는 경우 20%씩 감액하고 있다.
복지부는 또 ‘일하는 어르신’ 국민연금 감액을 축소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 공약에 대해 2027년부터 소득이 낮은 1~2구간 감액을 폐지하는 방안을 국정위에 제안했다.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초과액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 1구간, 100만~200만원 미만은 2구간으로 분류한다.
국민연금법에 의하면 노령연금(국민연금의 일반적 형태) 수급자는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소득이 발생하면 연금 수령 연도부터 최대 5년간 소득 수준에 따라 일정 금액을 뺀 연금을 받는다. 여기서 일정 수준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 월 소득(A값)을 의미하는데 올해 기준으로 A값은 월 308만9,062원이다. 309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수급자는 당초 받을 수 있는 연금보다 줄어든 연금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이때 소득은 이자·배당소득 등을 제외하고, 근로·사업·임대소득을 합친 금액이다. 예를 들어 올해 사업소득 금액(필요경비 공제 후 금액)과 근로소득 금액(근로소득공제 후 금액)을 합산한 금액을 근무 개월 수로 나눈 값이 308만9,062원을 초과하면 깎인 연금액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단 감액되는 금액은 연금액의 절반을 넘을 수 없다.

일정 소득 이상 은퇴자, 국민연금 수령액 깎여
감액 규모는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르다. A값을 초과한 월 소득액이 '100만원 미만'(1구간)이면 초과 소득의 5%를 깎는다. 삭감 액수로는 5만원 미만이다. A값 초과 소득이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2구간)이면 5만~15만원 미만,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3구간)이면 15만~30만원 미만, '3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4구간)이면 30만~50만원 미만을 삭감한다. A값 초과 소득이 '400만원 이상'(5구간)이면 50만원 이상이 깎인다.
이 같은 감액 대상자는 매년 10만 명 이상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소득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적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소득이 일정액을 초과해 노령연금이 깎인 수급자는 2020년 11만7,145명에서 지난해 13만7,061명으로 늘어나 정점을 찍었다. 삭감액 규모도 매년 느는 추세다. 2020년 1,699억원이었던 소득활동 감액 규모는 2024년 2,419억원으로 급격히 불고 있다. 은퇴 후에 일하는 노인의 수도, 그들이 버는 소득의 규모도 계속 늘고 있다는 뜻이다.
많은 노년층이 은퇴 후에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손을 놓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많은 감액 대상자가 나올 수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고령층 취업자수 증가가 전체 고용 증가세를 이끌었다. 60세 이상 취업자(704만9,000명)는 1년 전보다 37만 명 늘면서 처음으로 700만 명을 돌파했다. 60세 이상 고용률도 1년 전보다 0.9%포인트 상승한 48.3%에 달했다.
“꼬박꼬박 연금 낸 우린 뭔가” 분통
이렇다 보니 감액제는 오랜 기간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우선 “일하는 노인을 차별한다”는 비판이다. 고령화로 퇴직 이후 일하는 노인이 급증하고 있는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 제도라는 것이다. ‘초과 소득’ 산정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는 연금 감액의 기준이 되는 소득을 계산할 때 근로·사업소득만 고려하고, 배당·이자소득과 주택 임대소득(비임대 사업자)은 넣지 않는다. 예컨대 한 법인 대표가 ‘월급’ 500만원을 받으면 연금이 깎이지만, ‘배당’ 500만원을 받으면 삭감되지 않는 것이다.
또 연금액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내는데, 추가로 감액까지 하는 것은 이중 과세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불신만 키울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 관계자들도 “열심히 일하는 가입자만 손해라는 인식이 강해져 연금 납부 거부 분위기가 생기면 이를 완화하는 데 큰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에 감액제 폐지를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OECD 국가 중 소득에 따라 연금을 깎는 곳은 우리를 포함해 일본·그리스·스페인 등 4국뿐이다. 미국은 2000년 이 제도를 폐지했다. 연금 가입자들이 매달 보험료를 내 ‘획득한 권리(earned right)’를 부당하게 박탈한다는 이유에서다. 프랑스도 2009년 “노인 인구 증가로 고령 노동자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를 폐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