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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들, 2년간 부실채권 정리 위한 자구 노력 정부도 'PF 20%룰' 유예조치 연장 등 정책적 지원 1분기 저축은행 순이익 440억원, '흑자 전환' 성공

저축은행권이 부실채권 정리를 위한 자구 노력과 금융당국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올해 전반적인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선제적인 대손충당금 적립과 부실 자산 매각이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에 회복세가 뚜렷해진 모습이다. 그러나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여전히 부실채권 비율이 상승하거나 실적 개선이 더딘 모습을 보이며, 업계 내 양극화 현상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1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소폭 개선
14일 저축중앙은행회에 따르면 1분기 저축은행 결산 결과(잠정), 저축은행 순이익은 440억원 기록해 전년 동기(-1,543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저축은행 업권이 순이익에서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22년 이후 2년 만이다. 2023년 영업환경 악화로 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4,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그러다 올해 선제적 대손충당금 적립에 따라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감소하며 실적이 개선됐다는 게 저축은행중앙회 측 설명이다. 전입액 규모는 지난해 1분기 1조2,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9,000억원으로 3,000억원 감소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59%로 지난해 말(10.66%) 대비 0.07%포인트 소폭 개선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체 여신(대출, 지급보증 등) 중에서 정상을 제외하고 3개월 이상 연체돼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분류된 부실 가능성이 있는 여신의 비율을 의미한다. 경영안정성 지표도 양호하다. BIS비율은 지난해 말(15.02%)보다 0.26%포인트 개선된 15.28%를 기록해 법정기준 대비 2배 수준을 유지했다. 위험가중자산 축소와 자기자본 증가 등에 영향을 받았다. 법정기준 BIS비율은 자산 1조 원 이상 8%, 1조 원 미만 7%다.
다만 건전성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1분기 연체율은 9%로 지난해 말(8.52%) 대비 0.48%포인트 악화했다.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연체율은 각각 13.65%, 4.72%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상승했다. 유동성비율과 대손충당금적립률은 각각 207.3%, 112.6%로 모두 법정 기준치를 크게 웃돌았다. 리스크관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산규모도 감소했다. 저축은행 총자산 규모는 118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조3,000억원(1.9%) 감소했고, 수신 규모도 여유자금 축소 등 영향으로 같은 기간 2조6,000억원 감소한 99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부실 PF 채권 정리 위해 경·공매 추진
이러한 실적 반등은 업계의 부실채권 정리 노력과 금융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맞물린 결과다. 저축은행권은 2023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2년간 대규모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을 정리하며 자산 건전성 제고에 나섰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올해에만 2차례 공동펀드를 조성해 1조4,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했고, 부실 사업장은 경·공매나 새 시행사를 찾아 사업 재구조화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부동산 시장 상황과 저축은행 부실 정리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 하반기 5차 공동펀드 조성도 추진할 방침이다.
개별 저축은행들도 부실채권 매각, 대손충당금 적립 등 자구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투자증권 계열의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올해 4월 153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유동화전문회사에 양도했다. 이는 2024년 연간 순이익(401억원)의 40% 수준이며, 2023년 순이익(40억원)과 비교하면 4배에 달하는 규모다. 미상환원금잔액 기준으로는 240억원에 이른다. 한투저축은행 측은 "부실채권을 신속히 정리해 금융기관 고유 업무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번 매각을 통해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정책적 지원도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 이른바 'PF 20% 룰'을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기존 규정에 따르면 시행사가 전체 사업비의 20%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해야지만 저축은행이 PF 대출을 실행할 수 있었지만, 금감원은 부실 사업장 처분과 조속한 재구조화를 유도하기 위해 2024년 이 조치를 연장·완화했다. 이에 따라 경·공매를 통해 부실 사업장이 새 시행사에 넘어간 경우에도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PF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돼 부실 자산 회수의 실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축은행 10곳은 부실채권 비율 늘어
다만 이 같은 회복 흐름에도 불구하고 일부 저축은행은 여전히 부실채권 정리와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전국 저축은행 대다수가 올 들어 부실이 감소하고 실적도 개선됐지만, 저축은행 10곳은 부실채권비율이 계속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기준 업계 4위 웰컴저축은행과 9위 페퍼저축은행을 비롯해 하나저축은행, IBK저축은행, 상상인 및 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 키움 및 키움예스저축은행, 파주 안국 및 구미 라온저축은행 등이다. 이 중 상상인·안국·라온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업체들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해당 저축은행 10곳 중 9곳은 대손충당금 신규전입와 영업실적이 개선되는 가운데 부실채권 비율만 소폭 올랐으나, 하나금융지주 자회사인 하나저축은행은 부실채권 비율과 대손상각비, 적자 폭도 모두 확대됐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분기 하나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53%로, 2024년 말(11.65%)과 2023년 말(7.83%) 대비 상승했다. 더욱이 2023년 645억원, 2024년 907억원, 올해 1분기 251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했음에도 부실자산비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부실 PF 정리를 선제적으로 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 웰컴저축은행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웰컴저축은행은 최근 2년간 대손충당금을 3,400억원가량 적립하면서 지난해 고정이하자산비율(11.38%)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2023~2024년 2년 연속 영업흑자를 냈고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억원 증가한 161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부실자산비율만은 지난 3월 말 12.98%로, 2024년 말 11.38%보다 1.6%포인트 높아졌다. 페퍼저축은행 등 나머지 8개 저축은행들도 실적 개선에도 부실채권비율은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