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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 코인도 양극화, 달러는 ‘웃고’ 원화는 ‘퇴장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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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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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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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 코인 ‘실사용’ 초읽기
디지털 달러가 달러 패권 강화
원화 코인은 확장성에 의문부호

미국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관련 정책이 제도권 안으로 진입하고,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 또한 하나둘 구체화되면서 산업계의 참여가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미국 내 다수의 유통 기업은 자체 코인 발행을 추진 중이며, 이를 통한 급여·세금·수익 송금 등에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디지털 화폐 도입 또한 활발히 논의 중이지만,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낮은 활용도와 부족한 정책적 뒷받침 등으로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업 송금·급여 등 실무에 활용

14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의회에 따르면 하원은 이날부터 18일까지를 크립토 위크(가상자산 주간)로 지정하고 관련 법안 3개에 대한 심의에 돌입했다. 스테이블 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 법안’과 가상자산 감독 권한을 명확히 한 ‘클래리티 법안’,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한 반(反)CBDC 법안 등이다. 시장에서는 이들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며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12만 달러를 돌파했다.

이 가운데 지니어스 법안은 달러 스테이블 코인의 글로벌 금융시장 편입을 본격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자산에 가치를 고정한 가상화폐를 의미한다. 주로 달러나 유로 등에 교환가치가 고정되게 설계되며, 가치를 지탱하기 위해 미국 국채 등 담보를 두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

주요 활용처로는 무역 시장이 꼽힌다. 무역 과정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하면, 외환 거래 절차를 눈에 띄게 간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 간 무역 거래를 체결하면 수입업체는 현지 통화를 달러로 환전하고, 수출업체는 달러를 현지 통화로 환전하며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반면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할 경우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한 직접 결제로 수수료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수출업체와 수입업체 간 실시간 결제가 가능해 환율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이미 많은 다국적 기업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거나 발행 계획을 추진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하면 미국 최대 유통체인 월마트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해 은행 및 신용카드에 기반한 전통적인 결제 시스템을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여행정보업체 익스피디아와 일부 항공사 또한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추진 중이다. 이는 단순한 내부 파일럿을 넘어 글로벌 운영에 필요한 금융 인프라 구축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스테이블 코인 적용해 연간 최대 1억 달러(약 1,4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국정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인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삼성전자 계열사와 지점, 법인 간 이뤄지는 국제 송금이 연간 50만 건, 800억 달러 규모라는 가정에 기반해 이 같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강 교수는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공급망을 갖춘 대기업일수록 효과는 훨씬 클 것”이라며 “국내 대기업의 ‘디지털 달러’ 도입이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국 화폐 불신 국가들, USDT에 주목

스테이블코인의 급속한 확산은 달러 패권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테더(USDT)를 비롯한 주요 스테이블 코인 대부분이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발행되는데, 이들 코인의 유통 대부분이 미국 외 지역에서 이뤄지면서다.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 의하면 2017년 1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USDT 거래의 약 90%가 미국 외 국가에서 발생했다. 시장점유율 1위 USDT 시가총액은 이달 초 기준 1,584억 달러(약 216조원)다. 단순 계산해 1,425억 달러(약 194조원)가 디지털 형태로 세계 각국에 유통됐다는 의미다.

이러한 흐름은 자국 통화에 대한 신뢰가 낮은 국가들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조사에서는 2023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아르헨티나로 유입된 스테이블 코인이 562억 달러(약77조 5,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브라질 기업·기관이 스테이블 코인으로 해외 기업·기관과 거래한 규모도 340억 달러(약 46조9,000억원)에 이르렀다. 두 국가 모두 화폐 가치가 급락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BIS는 스테이블 코인이 미국채 수요를 받쳐주면서 미국의 기축통화 지위도 강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보고서에서 BIS는 5영업일 내 35억 달러 규모의 스테이블 코인(준비금)이 단기 미국채에 유입되면, 10영업일 내 미국채 금리가 평균 0.02~0.025%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내려가면 미국은 비용 부담을 줄여 국채를 발행하고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다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BIS는 이를 ‘미니 양적완화’(Small-Scale Quantitative Easing)라고 표현했다.

정책 지원 없는 민간 스테이블 코인은 무력

반면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처럼 로컬 화폐에 기반한 디지털 자산은 국제적으로 통용되기 어렵다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달러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형성돼 있지 않은 화폐는 코인의 안정성 확보가 어렵고, 유통 가능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만들어져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며, 향후 유로화 정도가 그나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자본시장 개방 정도가 낮은 한국의 금융 구조와도 관련이 깊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외환거래나 무역 결제에서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글로벌 금융 허브 국가 수준의 신뢰와 유동성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이를 갖추기 어렵다는 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아울러 ‘담보 자산’과 관련한 논쟁도 끊이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단기 국채, 현금 등 안정적인 자산만 담보로 인정되지만, 한국은 단기채 비중이 작고 통안채 활용 역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책적 뒷받침 없이 민간이 단독으로 원화 코인을 발행하고 활성화시키기에는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달러 코인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원화 코인이 자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단기간 내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 자명하단 지적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를 ‘화폐 신뢰와 금융 주권’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이슈로 연결되면서 원화 코인 확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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