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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환율은 ‘정책 투명성’을 따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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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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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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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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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가치, 제도적 신뢰가 좌우
미국 대선 직후 기대감, ‘관세 부과’로 무너져
‘환율 예측’ 아닌 ‘거버넌스 강화’로 대비해야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달러화는 통화를 넘어 전 세계의 신뢰를 측정하는 척도로 기능해 왔다. 최근 달러의 등락을 살펴봐도 개별 정치인들보다는 제도적 신뢰와 정책의 명확성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달러화로 거래되는 제품을 사고, 달러화로 등록금을 받으며 자금 조달을 하는 대학 및 교육 당국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 대선 직후 달러화 강세, ‘정책 기대감’ 반영

작년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확실해진 지 몇 시간도 안 돼, 달러화는 전 세계 모든 주요 통화에 대한 절상을 시작했다. 유로화는 단 하루 만에 1유로당 1.0936달러에서 1.0694달러로 가치가 하락했다. 이는 미국 경제의 갑작스러운 강세 때문이 아니라, 새 정부가 강력한 긴축 재정과 일관성 있는 규칙 제정 등을 통해 미국 자산의 실질 수익률을 더 강력하게 떠받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었다.

각국 위험 지표 및 환율 변동 간 상관관계
주: 2022년 국가 위험 지수(X축), 2024년 미국 대선 결과로 인한 환율 변동(Y축)
미국 대선 직후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 하락 추이
주: 미국 대선 결과 발표 시점(점선)

관세 조치는 ‘제도적 신뢰 하락’으로

하지만 달러화 강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 4월 미국 정부는 비상 권한(emergency powers) 발동을 통해 전 세계를 상대로 포괄적 관세를 부과했고, 곧바로 수정과 법적 소송이 뒤따랐다. 해당 관세는 통화 가치를 떠받치지 못하고 수개월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몇 개월 전 달러화 반등을 촉발한 동일한 기관에 대한 신뢰가 의심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관세는 인플레이션과 예측할 수 없는 정책, 신뢰도 악화에 대한 두려움을 투자자들에게 불러일으켜 달러화 강세를 부르기는커녕 변동성만 심화했다.

교육 당국과 대학, 장학금 프로그램을 포함한 교육계에도 환율 변동은 가시적인 영향을 미친다. 달러화 강세는 수입 실험 장비와 교과서, 기술 제품 가격을 올리는 동시에 달러 표시 부채에 대한 상환 비용도 높인다. 반면 달러 약세 및 변동성 심화는 예산 수립을 어렵게 만들어 회계 연도 중 적자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예를 들면 달러화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장학금 프로그램은 급격한 환율 변동이 일어나면 5~10%까지 예산 부족을 겪을 수 있다. 몇 개월 전에 예산이 확정되는 대학교의 조달 부문도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취약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미 작년 하반기에 개발도상국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환율 위험에 대비하지 않으면 예산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다.

‘신뢰 프리미엄’이 ‘불확실성’으로

관세는 이론적으로만 보면 수입을 줄여 달러화 가치를 늘려야 하는데 왜 반대로 작용하는 것일까? 시장은 교과서에 나오는 모델을 넘어 현실을 주시하기 때문이다. 먼저 관세는 수입품에 대한 세금으로 작용해 물가를 상승시키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의 통화정책 실행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 미국 관세와 같이 잦은 변경과 연기, 법적 분쟁이 개입하면 관세 수입을 예측하기 어렵고 재정 관리에 대한 신뢰도도 하락한다. 마지막으로 비상 권한과 법정 판결이 부딪치면 미국의 법치주의 안정성에 대한 믿음이 약화하는데, 이것이야말로 달러화의 글로벌 위상을 떠받치는 기둥이다.

세 가지가 합쳐지면서 미국 달러화의 신뢰 프리미엄(credibility premium)은 불확실성으로 인한 ‘할인 요소’로 강등됐다.

이상이 교육계에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어설프게 환율을 예측하려고 하지 말고 정책 충격에 대한 자생력을 기르라는 것이다. 먼저 영향 요인이 발생하는 분기에는 7~10%의 환율 변동을 예상하고 그에 상응하는 완충 예산을 조달 부문에 편성해야 한다. 또 입학 및 조달 주기에 맞춰 선도 계약(forward contract, 미래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자산을 매매하기 위한 장외거래 계약)을 포함한 위험 회피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

이 외에 장학금 프로그램은 사전 설정된 범위 내에서 자동 환율 조절 장치(automatic FX adjustments)를 포함해 학생이나 예산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고, 소규모 대학들은 조달 및 위험 분산을 위한 협력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파생 상품 거래가 어렵다면 과거 변동성을 고려한 현금 준비금 규칙(cash-buffer rules)을 적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환율 예측’ 아닌 ‘거버넌스 강화’가 답

선거 당일 유로화의 급락과 관세로 인한 달러화 가치 폭락은 시장이 제도적 신뢰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정책이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면 통화가치가 응징한다. 갑작스러운 환율 변동이 교육 장비 가격을 올리고, 유학생 숫자에 영향을 주는 점으로 볼 때 교육 당국도 무시하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안전장치는 예지력이 아니라 거버넌스(governance)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교육 예산에 정책 충격으로 인한 완충 장치를 반영하고, 투명한 무역 제도를 요구하며, 학사 일정에 맞춰 재무적 위험 회피 수단을 준비하라. 교육 당국이 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위험에 대한 노출은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향후 달러화 가치의 변동 역시 정부 정책이 제도적 신뢰를 강화하는지 약화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그리고 두 가지 가능성 모두에 대비하는 학교와 대학이 교육의 양적, 질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the Dollar’s Direction Changes on Policy, Not Punditr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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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